[덕암칼럼] 주거와 숙박의 차이점
[덕암칼럼] 주거와 숙박의 차이점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2.0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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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최근 논란이 되는 생활형 숙박시설의 인·허가를 두고 법과 현실의 대립각이 두드러지고 있다. 법대로 하면 주거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실제로 분양받은 사람은 주거를 목적으로 받았고, 당국에서는 이를 묵인하다가 막상 준공이 날 때가 되어 법의 잣대를 들이대니 당연히 마찰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법을 어기면서까지 인·허가를 내 준다면 담당 공무원은 위법사항에 대한 처벌을 감수해야 하기에 이 또한 어떻게 해 볼 수 없다.

최근 경기도 김포시 고촌의 한 아파트 높이가 65cm 높아 고도제한 위반으로 입주가 불가능해졌고 층간소음을 못잡은 아파트도 준공 불가 등 위법사항에 대한 지자체의 인·허가가 강력한 제재조치를 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려면 숙박시설에 거주하려는 목적으로 분양받았던 입주민들이 단속의 제재를 받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막상 난관에 부딪히자 인·허가를 내 달라며 오피스텔을 건축할 때는 방관하다가 왜 지금와서 단속이냐며 항의가 빗발쳤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지난 몇 년간의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한 투자수요와 관광객 증가로 인한 숙박시설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었다. 조망이 훌륭하고 수요가 넘쳐나는 곳이 대부분 상업용지이다 보니 아파트를 지을 수는 없고 생활형 숙박시설은 아파트가 아닌 숙박시설로 분류되어 상업시설에 지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몇 년 전부터 많은 지역에서 분양됐다.

가령 부산 해운대 엘시티 레지던스와 서울 마곡지구의 롯데 캐슬 르웨스트 같은 경우 매수자 입장에서는 시설이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으니 종부세 등의 세금 문제와 청약통장이 필요 없다는 장점으로 많은 투자자가 몰려들었다.

하지만 준공후 시설을 숙박업으로 등록하지 않고 주거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숙박업으로 등록하는 데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했다. 법과 현실의 대립은 이미 예전부터 예상됐던 문제였다.

뒤늦게 국회에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정부에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주문해 정부는 원래 숙박시설로 허가받은 시설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으로 숙박업 등록을 하거나 용도변경을 하지 않는 시설에 대해서는 공시가격의 10%에 해당하는 이행 강제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가령 10억 원 건물이면 1억 원을 이행 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당연히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1차로 2023년 10월 14일까지 용도변경 하면 시설 기준의 일부를 완화해 주고 이행 강제금 부과도 유예해 주었지만 분양받은 입장에서는 숙박업으로 등록하거나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해야 하는 두 가지 방법에 대해 선택해야 할 갈림길에 서게 됐다.

문제는 숙박업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등의 문제가 있고 용도변경은 건축법상의 규정을 보면 상위시설군인 영업 시설군에서 주거업무 시설 군으로 하향하는 용도변경에 대한 시설기준에 차이가 상당하다.

법대로 하자면 건물을 새로 부수고 새로 짓는 게 나을 만큼 숙박과 주거의 기준이 다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숙박과 주거의 건축물 구조상 차이점이 이 정도지만 실제로 숙박용 호텔과 주거형 오피스텔이 합쳐진 생활형 숙박시설은 취사시설 등을 설치하는 것이 가능하고 바닥 난방도 가능해 아파트나 마찬가지다.

소형 생활 숙박시설은 전용면적이 10평을 넘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좁은 대신 시설이 상당히 깔끔하고 가구, 가전, 기본적인 취사도구 등이 갖춰진 풀옵션이며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비수도권의 경우 분양가와 매매가가 1억을 안 넘기는 경우도 있다. 호텔은 오피스텔과 아파트처럼 구분 등기가 안 되지만 생활형 숙박시설은 구분 등기가 가능하며 오피스텔과 아파트는 전세와 월세 등 장기로 세를 줄 수는 있어도 호텔처럼 며칠 정도의 단기 숙박이 불가능하지만 생활형 숙박시설은 단기 숙박 대여가 가능하다.

따라서 생활 숙박시설과 오피스텔의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오피스텔에서 운영하는 숙박시설은 100% 불법이다. 오피스텔은 건축물 용도상으로 일반 업무시설이기 때문에 숙박업 또는 도시 민박업 신고가 불가능하다.

오피스텔로 숙박을 운영하다 민원이 들어올 경우 적발되면 무조건 벌금이 나온다. 건축물 용도가 숙박시설인 곳에서 공중위생관리법 상 적합하게 생활형 숙박업을 신고하든지 아니면 아파트 같은 주택에서 민박업을 등록하든지 둘 중 하나만 합법이다.

오피스텔에서 영업하는 사람들은 사업자등록증부터 숙박업이라는 명칭을 못 쓰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100% 불법으로 운영한다. 등기나 전입신고는 물론 전세자금 대출도 가능해 사실상 주택과 차이가 없다.

아파트와 달리 청약에도 별다른 규제가 없고 주차장과 학교, 공공시설물 확보 등 여러 규제에서도 자유로워 인근 주민들의 주차난, 인근 학교의 학생수 포화 등으로 민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원칙적으로 생활형 숙박시설은 세입자의 전입신고가 불가능하며 주택 용도로는 쓰일 수 없도록 정해져 있다. 다수가 저지른 불법이 합법에 밀린다면 처음부터 법을 정할 필요도 없었고 선의의 주거목적 입주민들만 바보가 된다.

생활형 숙박시설을 주거 목적으로 건축할 동안 벌어진 불법은 건설업자, 분양 대행업, 알고도 받은 입주민, 착공부터 준공 허가를 내 줄때까지 눈감고 있었던 인·허가 담당 공무원 모두가 공범인 셈이다.

만약 담당 공무원이 몰랐다면 직무 유기고 알고도 묵인했다면 직권남용이나 다름없다. 우리 사회는 이렇듯 합법을 위법으로 불법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규제받고 세금 내고 주차장 넓혀가며 살고 있는 주거 목적의 순수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