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식 케이지에 생산된 달걀도 ‘난각번호 2번’...동물복지 인증제도의 변질
공장식 케이지에 생산된 달걀도 ‘난각번호 2번’...동물복지 인증제도의 변질
  • 김정호 기자 kjh6114@kmaeil.com
  • 승인 2024.02.0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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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산란계 협회 “공장식 개방형 케이지와 경쟁...지난해 20개가 넘는 농장 폐업”

[경인매일=김정호기자]동물복지 인증제도가 공장식 축산을 허용하면서 그 취지에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축 생장과정에서의 스트레스를 줄여 더 건강하고 동물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축산물을 생산한다는 본래 취지와 다른 공장식 운영으로 사육밀도가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물복지 산란계 협회는 ‘에이비어리 케이지’가 동물복지 인증제도이 변질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알을 낳는 닭을 뜻하는 산란계의 동물복지는 축사 내부 바닥에 풀어놓고 키우는 ‘평사(平舍) 사육’과 축사 외부에 풀어놓고 키우는 ‘방사(放舍) 사육’을 뜻했다. 방사사육은 외부온도, 날씨 등의 변화 때문에 키우기 어려워 대부분 동물복지 산란계가 평사사육을 하고 있다. 달걀 껍데기에 찍힌 난각번호 1번이 방사, 2번이 평사 사육란이다.

에어비어리 케이지(Aviary Cage)는 유럽형 개방형 케이지다. 동물복지 산란계 협회는 “유럽의 개방형 케이지를 우리나라에 가져와서 평사기준(사육환경 난각번호 2번)의 동물복지 인증을 하기 위해 2014년 12월 동물복지 인증기준을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적게는 2~3개 층이 많게는 6층이 넘어가는 케이지를 쌓고 여기에 알낳는 닭을 집중시켜 기존 케이지 사육 만큼 조밀한 공장식 사육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동물복지 산란계 협회는 산란계의 동물복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횟대, 깔집도 평사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고 개방형 케이지에 특혜를 주었다고 비판했다. 동물복지 산란계 협회는 “개방형 케이지의 시설구조상 평사기준의 횟대를 설치하기가 어렵게 되자 동물복지 산란계의 가장 중요한 사항인 횟대를 80%까지 바닥인 슬랫으로 대용케 했다”고 밝혔다.

개방형 케이지가 평사시설로 인정받으면서 기존의 평사사육 농장의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동수 동물복지 산란계 협회 대표는 “지난해 20개가 넘는 평사 사육 농장이 문을 닫았다”며 “에이비어리 케이지를 허용하면서 수십만 수의 공장식 농장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방형 케이지를 통해 45만, 50만 수의 닭을 공장식으로 키울 수 있게 되면서 공장식 개방형 달걀과 평사에서 키운 달걀이 같은 난각번호 2번을 받고 가격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강동수 동물복지 산란계 협회 대표는 “동물복지의 기본 원칙은 복잡도를 낮춰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 있다”면서 “케이지에서 키우는 것과 큰 차이 없는 환경에서 키우면서 동물복지 인증을 받는 건 동물복지 정책 전반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반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물복지 산란계 협회는 국제기준에서는 동물복지 인증을 받지 못하는 개방형 케이지를 인증해준 농림축산부 등을 상대로 감사원 감사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동물복지 산란계 협회는 우리나라 동물복지 평사기준에 개방형 케이지가 편입된 경위와 동물복지 인증과정의 문제점을 따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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