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설 명절의 여론 방향
[덕암칼럼] 설 명절의 여론 방향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2.0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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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총선을 두 달 남짓 앞둔 설 명절은 국민들의 화제가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정치권의 안테나가 더욱 예민해질 시기다. 가족과 친척들이 모여 선거에 대한 대화가 오갈 것이며 민심의 소용돌이가 이번 총선의 향방을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과 2022년을 돌아보면 한번씩 바람이 불거나 소나기가 내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진 이슈들이 산적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그러했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물론 오거돈 전 부산시장도 성추문에 휩쓸려 날아갔다.

당시 미투 바람은 언제 어떤 식으로 누구에게 불지도 모를 만큼 세찬 폭풍이었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여성단체도 여성가족부도 잠잠하다. 인간의 존엄성과 남녀 성평등은 시기에 따라 쟁점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것일까.

시대적 흐름이라 보기에는 다소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에 불어닥친 미투 바람은 대선후보까지 올랐던 인물들을 파렴치범으로 낙인찍어 사퇴시키고 옥살이에 심지어 극단적 선택까지 하게 됐다.

최근 논란이 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사건 또한 본질적인 뇌물수수라는 견해보다는 몰카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여야가 보는 견해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판단은 국민이 한다.

굳이 몰카 혹은 뇌물로 단정 짓지 않아도 정치인들이 벌인 판의 색깔과 방향은 이제 국민이 현명하게 판단할 만큼 정보와 SNS의 영향력이 커졌다. 이번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구호가 특권 내려놓기다.

이미 광복이후 끊임없이 전해 내려오던 전설이다. 며칠 후 설 명절이다.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농·축산물의 가짜 유통과 설날 세뱃돈의 적정수준, 차례상 차리는 데 드는 비용 등이지 구태에 젖은 정치인이 침 튀기며 외치는 구호가 아니다.

사회적 이슈가 시대변화나 발전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미투도 있었고 용산을 중심으로 벌어진 온갖 논란들은 정치인들에게 국한되어야 한다. 국민들까지 동요되어 칼이나 돌멩이 테러가 벌어지는 현상은 더더욱 혼란만 가중하기 때문이다.

과거 군주제에서도 민란은 있었고 항명이나 반역도 있었다. 지금처럼 5년 단임제인 대통령이 임기 내에 할 수 있는 일이란 한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민들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토를 달아가며 쓰니 다니 하는 것은 선을 넘는 금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정치인들 또한 걸핏하면 민생 운운하며 이행하지도 못할 구호를 남발해서는 안 된다. 갈수록 불경기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날짜 되면 꼬박 월급받는 공무원, 대기업 등 안정된 부류들은 전혀 느끼지 못하지만 늘어만 가는 빈부격차와 게으르다는 국민성의 나태함이 점차 무너지는 저수지 둑처럼 금이 가고 있다.

자고로 나라가 잘 되려면 인격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하며 쾌락 위주의 사회구조가 결국에는 망국의 지름길이 된다. 작금의 시대적 상황을 보노라면 겉만 멀쩡하지 속은 텅 비어 있는 형국이다.

가장 먼저 정치판이 그러하고 국민들의 성실성이 그러하며 자라는 청소년들의 교육실태가 그러하다. 종교가 종교의 본질을 벗어나 정치권의 이권에 눈독을 들이고 정치인 또한 종교에 표를 기대어 사찰과 성당을 오가는 모습이 이제 낯설지 않다.

필요하다 싶으면 불법도 합법이 되고 남녀가 성별 특징을 버리고 오로지 평등만 외치다 보니 씨가 쭉정이만 남고 밭은 제자리를 벗어나 돌아다니니 어떻게 열매가 맺을 수 있을까. 그러고도 지방마다 돈으로 출산을 부추기니 전반적인 출산 보다는 옆 동네 아이를 우리 동네로 옮겨오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다.

아이를 안 낳아본 사람이 정치를 하고 정책을 세우고 정권을 휘두르니 밑빠진 독에 물 붓자는 의견이 제자리걸음을 한다. 표만 된다면 머리 숫자가 많은 계층의 손을 들어주고 결국에는 기업이 무너져 일자리조차 줄어들 판이다.

노동시간, 노동 일자, 노동환경, 노동권위, 노동 대가만 존중하다. 이제 안전한 환경까지 노동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나라 전체가 점차 변해가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지금이라도 하나둘씩 제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남자는 일을 하고 여자는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루고 어른은 존경받고 아이는 순수한 열정으로 희망을 꿈꿀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여론이 남녀 간의 위치를 뒤바꾸고 아이·어른 없는 사회, 공부해 봐야 취업이 어려워 희망 없이 놀고먹는 백수 청년이 많은 나라는 이제 제 정신을 차려야 한다.

가장 먼저 바뀔 것이 정치판이다. 그 다음이 언론이며, 근면 성실한 국민들이다. 군인은 군인답고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 너나 할것 없이 돈이 먼저고 힘이 우선이라면 어떻게 정상적인 사회로 성장할 것이며 인간성 회복은 기대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번 설 명절은 국민들이 마음의 결정을 내려야 할 중요한 시기다. 어느 당이냐보다는 누가 반듯하고 사회적 지도자로서 손색이 없는지 선관위 홈페이지라도 살펴보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제 민족 대이동이라는 말이 조금씩 어색해지는 시대로 가고 있다. 과거처럼 미어터지는 열차 안에 선물 보따리를 바리바리 챙겨 들고 다녔던 풍경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다.

지구촌 곳곳에 포성이 그치지 않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처럼 70년이 넘도록 평화가 유지되는 것 또한 다행이다. 시도 때도 없이 서해상으로 포성을 울리는 북한의 조짐도 해프닝으로 끝나야 한다.

2024년 설 명절은 여느 때보다 여론이 중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