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전면전 초읽기
[덕암칼럼] 전면전 초읽기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2.14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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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북한을 상대로 선제공격, 전쟁 불사를 공표한 적이 있었다. 이때는 북한이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명하였듯 우리도 주적이라 부를 수밖에 없으니 한·미·일 간의 공동 대응이든 비핵화를 추진하는 외교 노력이든 해야겠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물론 남북 간의 전쟁도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누가 이기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와 의사가 국민생명을 담보로 한판 대결을 벌이는 것은 무슨 경우일까.

서울의 봄처럼 국민이 모아준 세금으로 총질하고 탱크 몰고 서울 시내 진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누가 죽는지 한번 붙어보자는 선전포고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군사정권처럼 권력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처럼 보이는 현실 속에 의대 정원 증원이 의료계의 가치를 추락시키는 것이기 때문일까. 2,000명 의대 증원 문제를 두고 정부의 강경책과 의료계의 파업이 전면전을 맞았다.

현재 상황은 폭풍전야로 언제 어떤 식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지 예측 불허다. 이제 설 명절이 지났으니 서서히 파업으로 인한 부작용이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의료계에서 의사가 손을 놓으면 간호사, 간호조무사, 영상, 관련 업계의 부수적인 분야까지 얽히고설킨 업종들이 모두 손을 놓아야 한다.

심지어 처방전이 있어야 약을 팔 수 있는 약국부터 물리치료에 필요한 의료용품 판매점까지 방대한 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의료계가 정부와 한판 대결을 선언했다. 의료협회는 정부의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즉각 사퇴했고 비대위원장으로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을 선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2,000명은 너무 지나친 숫자”라며 “할 수 있는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라는 입장이다. 탑5로 불리는 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등의 상급종합병원 참여율도 86.5%로 나타났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경계로 상향했고 집단행동 금지 명령을 내렸다. 전공의를 교육하는 수련병원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도 명령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사직하는 이유가 “오만하고 무지한 정부의 잘못된 응급의료정책 때문”이라면서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전체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라고 강력한 항의를 표했다.

그렇다면 이런 초강수를 두면서도 정부가 의료 인력을 대량 양산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복지부의 OECD 보건통계2023에 따르면 국내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OECD 30개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두 번째로 적다는 것이다.

현재 OECD 평균 의사 수는 1,000명당 3.7명이다. 한의사를 제외하면 그 수는 더 적어진다. 한의사 수를 뺀 인구 1,000명당 국내 임상의 수는 2.2명으로 OECD 국가들 중 의사 수가 가장 적다는 것이다.

당연히 의료의 질적 서비스를 의심하게 되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침이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무조건 늘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계약형 지역 필수 의사제, 지역인재 전형 확대, 지역혁신기금, 지역 의료기관을 집중 투자하기 위한 500억원 규모의 시범사업을 시행한다며 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 여러 가지 조치를 제시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의료현장에서 제기해 온 필수의료 법적 리스크 완화도 신속하게 이행하기 위해 중과실 없는 의료사고에 대해 형 감면을 적극 적용하는 등 의료 개혁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 전문가는 지금의 필수 의료 붕괴 상황이 오기까지 국가가 그동안 정책적으로 개입한 게 별로 없고 민간시장에 내팽개치듯 하다 갑자기 지역·필수 의료를 살리겠다고 하는데 수십 년간 쌓인 숙제를 한 번에 해결하려 하니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의대 정원이 19년 동안 그대로인 탓에 의사 인력이 부족한 상태라며 2천 명씩 늘리기로 한 것은 향후 의사 부족을 고려하면 최소한의 수준이며 2035년에 70세 이상 의사가 20%에 이를 만큼 의사 인력 자체가 고령화되고 있어 환자와 의사 양 측면에서 위협받고 있다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인원 증가에 대한 반대, 국민건강을 위해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정부. 하지만 각자의 입장은 나름 명분과 실리가 병행되어야 한다. 문제는 해결 방법이다. 만약 독자들이 수술대 위에 누워 있어도 집도할 의사가 손을 놓고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의료대란이란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추진되는 것이다. 필자는 업무적으로 많은 의료진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있다. 병원을 위한 병원이 아니라 환자를 위한 병원도 있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의료봉사를 하는 사례도 많이 보았으며 국경없는의사회처럼 해외 봉사를 다니는 의사들도 많이 보았다.

기자가 글을 쓰기 전에 글에 대한 지식과 정보만으로 쓸 수는 없고 인격이 갖춰져야 하는 것처럼 의사 또한 의료인이기 이전에 환자를 대하는 철학과 헌신하는 인격이 갖춰져야 한다. 같은 물이라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문득 백성들의 피폐한 삶을 개선하고 왕권을 확립하기 위해 지방의 호족들을 관리하려는 고려 현종 임금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자칫 이번 의료대란이 그들만의 카르텔이라면, 전문용어 써가며 감히 누구도 개선의 칼을 뽑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다.

자고로 병원이란 아파서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프기 전 예방·진료하는 목적도 병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환자와 의사 사이에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모든 인간이 각기 다른 DNA를 갖고 있지만 치료방법은 서구의료 체계에서 수입한 첨단 장비와 통계에 의존해 치료하고 있다 보니 본의 아니게 의료사고도 발생하는 것이다.

일부 의료진의 비윤리적 행위로 인해 수술실 CCTV 설치가 논란이 되고 있다. 다만 이번 일로 인해 죄 없이 희생될 수 있는 환자들의 안전이 염려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