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변화가 변질이 되는 것
[덕암칼럼] 변화가 변질이 되는 것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2.1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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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인구문제가 심각한 작금의 사태에 하다 하다 별 대책이 다 대두되고 있다. 물론 변화란 시대적 흐름에 따라 당연히 있어야 하겠지만 변화가 방향을 잘못 잡으면 변질이 된다. 좋게 되는 게 아니라 썩어간다는 뜻이다.

최근 논란이 되는 군 병력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시니어 아미, 이른바 노인 재입대가 이슈로 떠올랐다. 국방부가 현재 근무 중인 병력 50만 명을 유지하기 위해 50~70대 중 노년층에게 지원자를 받으라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현재 병사 월급을 준다면 20만~30만 명을 모집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게 말이 안 되는 점은 젊었을 때와 같은 체력과 상명하복 구조가 필요한 군에 노인들이 온다 하더라도 과거처럼 훈련조차 제대로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부족한 병력을 채워야 한다는 논리는 맞다. 실제로 국방부는 이미 지난해 상비 병력 목표 수치 50만 명을 삭제한 국방개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먼저 군부대의 운영은 병과, 주특기 등에 따라 세분되어 있다.

가령 공군이라 하여 모두 파일럿은 아니고 정비사, 부품조립부터 활주로 청소까지 방대한 분야로 나눌 수 있듯이 해군과 육군 기타 특수부대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근무 분야가 더 많다.

가령 군인들이 현재 복무하는 인사, 정보, 행정, 작전, 군수 등 기존 영역은 물론 시설, 정보, 교육 등 민간 영역의 효율성이 높은 분야를 최대한 외부에 열어주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대가 형성된다.

현재 이런 업무들을 현역 장교나 부사관들이 직접 하고 있다 보니 이러한 비전투 분야나 지원 분야의 시장을 민간인 채용으로 대체할 수 있다. 실제로 국방력이 강한 국가들의 민간참여 비중을 보면 미국 56%, 독일 44%, 영국 38%, 프랑스 30%에 달하지만 한국은 7%다.

국방개혁법도 민간 인력 활용 범위를 인사, 정보, 행정, 작전, 군수 등 소수 분야로 한정되다 보니 현역 군인들이 각종 행정업무에 시달리고 부사관이 시설 보수 업무 등 잡무를 떠맡고 있다.

물론 기존의 현역 장교와 부사관 정년 연장과 장기복무 확대로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국방 관련 정책에 개정안이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국방 관련 법률에 의하면 소령까지 진급했다가 전역하면 45세에 퇴직을 하게 된다.

이는 숙련된 장교의 경험이 단절되기에 국가적인 손실로 이어진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소령의 계급 정년을 50세로 올리고 장기 복무 장교의 소령 진급을 보장하는 제도를 추진해야 한다.

또 하사·중사·상사로 이어지는 부사관 또한 장기 복무자로 선발되려면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흔히 말하는 군대 말뚝 박는다는 뜻의 일반 사병의 지원방안도 문을 더 열어야 한다. 국방개혁법에 명기된 상비 병력 50만 명 목표는 북한군 병력 규모 128만 명에 대비한 숫자이다.

전술적으로 병력 비율이 2.5대 1 또는 3대 1은 돼야 충분한 방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군의 실제 병력 숫자는 불투명하다. 정확히 128만 명 일수도 있고 105만 명 정도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합계 출산율 통계가 2023년 3분기 0.7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2024년 현재 입대를 앞둔 20대 남성 인구는 3년 전인 33만 4,000명보다 10만 명이나 줄어든 23만 6,000명으로 매우 심각하다.

그러나 2040년 15만 5,000명, 2045년 12만 7,000명으로 급격히 줄어든다. 그때는 어쩔 것인가. 하루 아침에 아이를 대대적으로 낳는다 하더라도 20년을 키워야 군인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지난 1월 미국 CNN은 인구 문제가 한국군 최대의 적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논란의 내용처럼 노인들을 군부대에 배치했다고 치자. 지금까지 군대 가고 싶어서 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있을 수 있겠지만 이는 투철한 애국심과 군인이라는 자부심이 더했기 때문이다.

양보다 질이다. 지금이 구석기 시대도 아니고 첨단 무기들이 승부를 결정짓는 잣대가 되는 시대다. 네팔 중앙부에 위치한 구르카. 인구 26만 명의 작은 나라지만 쿠크리라는 전통 칼로 무장해 전 세계 군인들에게 영웅으로 치부되고 있다.

지금도 구르카 용병에 대한 지원 열풍은 많은 젊은이들의 우상처럼 그치지 않고 있다. 물론 남북 대치상황과는 별개지만 현대전은 병력보다 무기의 우세함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은 북한과 비교해 볼 때 국방력에서 여러 가지로 우수한 면이 많아 양보다 질이다.

2024년 국방비 예산은 60조 원에 가깝다. 이 돈이면 구르카 용병 10만 명을 고용하고도 남는다. 북한이 오금이 저릴 만큼 용맹한 구르카 용병은 지금처럼 대한민국 노인네들 모아 인원수 채운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국방이란 공격보다 방어의 개념이 크다. 지금처럼 막대한 국방비를 책정하고도 북한군의 병력을 의식해 엉뚱한 구상을 한다면 그 인원이 채워진 다음 그다음에 더 인원이 부족하면 어쩔 것인가.

그때는 지팡이 짚고 경로당 출입하는 노인들까지 불러들일 것인가. 정작 필요한 것은 병력이 아니라 전쟁이 발발했을 때 우리 국방은 우리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인데 여전히 미루고 밀려 지금도 남의 손에 국방의 결정권을 맡기고 있다.

북한 대비 막대한 국방비를 쏟아붓고도 노무현 대통령 때 환수하려던 전시작전권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지금도 여전히 남의 손에 맡겨진 상태다. 내 나라 국방의 결정권을 남의 나라에 맡긴 것부터가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러니 걸핏하면 주한미군 국방비 지원 예산을 올려달라고 독촉을 받는다. 현재 약 28,500명에 가까운 주한 미군의 국방 분담금 액수는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2021년 기준 1조 1,833억 원으로 매년 6.1%씩 증액해 2025년에는 25% 가까이 오른다면 당시 체결했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절반 요구에 가까워진다. 정작 무엇이 급하고 중요한지부터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