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의 창] 빈 가지마다
[동심의 창] 빈 가지마다
  •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kmaeil@kmaeil.com
  • 승인 2024.02.23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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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가지마다
  
             이성자

햇살이 콕콕
나뭇가지를 쪼아댄다

햇살이 쪼은 자리마다
점점이 
연둣빛으로
멍이 들었다

보리밭에서부터 바람은
살살 일어나
이제 빈 가지마다
꽃불을 켜겠지

멍든 자리마다
뾰조족 돋아나는
파름한 빛
봄빛을 켜겠지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br>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이성자(李成子)는 1949년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와 명지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아동문학평론신인상을 시작으로 계몽아동문학상,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아동문학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동시집 『너도 알 거야』, 『키다리가 되었다가 난쟁이가 되었다가』, 『입안이 근질근질』, 『손가락 체온계』, 『피었다 활짝 피었다』, 『엉덩이에 뿔 났다』, 『기특한 생각』, 『바빠 바이러스』 등이 있다.

받은 상으로는 광주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어린이문화대상, 한국문학백년상 등이 있다.

광주교육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오랫동안 동시와 동화창작을 지도했으며, 현재는 이성자문예창작연구소와 신일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시인은 빈 가지에 뾰족 돋아난 연둣빛 새순이 마치 햇살이 쪼아낸 멍 같다고 묘사한다. 겨우내 준비한 가지 안의 물관이 새 순으로 터져 나오는 상상을 하며 기특하고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보리밭에서 일어난 바람도 다가와 꽃불을 켜주니 멍든 자리마다 뾰조족 봄빛이 켜진다.

우수도 지났으니 이제 봄이 성큼 다가올 것이다. 이성자는 인고의 시간을 견딘 후에야 봄은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이 동시를 통해 극명하게 보여준다. 오늘도 좋은 동시 한 편을 창작해내기 위해서 가슴 안에 수많은 멍을 키워내는 시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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