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공천 파열음 국민의 비명
[덕암칼럼] 공천 파열음 국민의 비명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3.0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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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정국이 공천 관련 희비애락이 엇갈리면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안개정국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여야 공천관리 위원회의 시스템 공천이 출마자들을 솎아 내면서 배제된 후보들의 아우성이 극단적 선택까지 불러왔다.

분신소동에 단식은 물론 자신의 입지가 되었던 정당과의 전면전을 공식 통보하면서 무소속 출마를 불사했다. 공천 전까지만 해도 자당의 지역구 위원장직과 장점을 배경 삼아 우월감과 자부심으로 가득했던 후보들이 하루아침에 침을 뱉고 공천 받지 못한 원인에 대해 분노와 복수를 다짐했다.

함께 동참했던 당원들은 공중에 붕 뜬 상태가 되어버렸다. 당의 승리보다 후보 자신의 출세욕이 드러난 셈이다.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예비후보로서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한순간 달라지는 이율배반적 모습이다.

이미 전국의 모든 총선 관련 캠프에서 유사한 일들이 벌어졌으리라. 건물마다 대형현수막을 내걸고 마치 당선된 듯한 착각에 빠져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겠지만 공천에서 선발된 후보들은 이미 절반의 성공은 떼 놓은 당상이라는 자아도취에 빠진다.

언제부터 이랬을까. 대한민국만 이런 것일까. 유권자들의 선택은 이미 절반이상 실종된 상태다. 차 떼고 포 떼고 군소후보들과 무소속에 대한 선택의 여지는 일찌감치 제쳐놓고 둘 중 누굴 찍을 것인지 묻는 식이다.

판떼기의 출발점은 말이 공천관리 위원회지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비명이냐 친명이냐에 따라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래도 공관위에서는 여전히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 공천이라고 발표했다.

국민의힘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앙에서 낙하산타고 내려온 이른바 자객들의 등장에 지역구 후보들의 반항이 극심히다. 지역도 모르면서 내려온 후보들에게 하루아침에 권력의 요직에 오를 티켓을 빼앗긴 후보들의 분노는 이것저것 가릴 게 없는 이판사판이다.

공천 받은 후보들 입장에서는 무소속이나 표심의 이탈에 더욱 낙선의 위험이 도사린다. 후보들이 한결같이 내뱉는 공약은 예산을 많이 받아 도시기반시설 확충과 기타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표심의 구걸이다.

심지어 표만 된다면 반려견에게 선심성 수당 뿌리기도 서슴지 않는다. 자신의 출세와 명예를 채우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국민들까지 그냥 손 놓고 쉬어도 살게 해 주겠다고 근로의욕을 상실시킨다.

허리가 휘어지도록 가사노동에 종사하며 주부라는 이름으로 집안에서 머물던 여성들에게도 여권신장이라는 명분으로 집밖으로 나와 할 수 있는 모든 자유를 권하며 표를 구걸한다. 그래서 얻은 표심으로 권력을 잡고 그 권력에 표를 던진 공범들은 나름 자유와 자유를 빙자한 방종의 도가니 속에서 점차 끓고있는 냄비속의 개구리가 되어간다.

이번 공천 관련 여야 중앙당의 분위기를 보면 마치 전쟁이다. 누가 용장인지보다는 누가 대장군과 코드가 맞는지 그래서 당락보다는 알아서 기게 하고, 줄서게 하고, 각자의 소신보다 정치적 군기잡기에 휘둘리며 조아리는 형국이다.

그런 무대에서 지금 당장은 공천에서 배제된 후보들의 비명이지만 선거가 끝나고 국민들의 비명으로 전환될 공산이 크다. 왜냐하면 모든 후보들이 민생을 외치고 자신만이 지역발전의 대안이라며 지키지도 못하거나 지역구와 무관한 공약까지 마구 남발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출세욕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다 공천되면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떨어지면 속내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그에 대한 반증으로 자신의 입지를 세워주었던 자당에 침을 뱉는 언행을 보였기 때문이다.

자당도 하루아침에 배신하면서 유권자를 배신하지 않을까. 결국 자신의 출세욕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이런 후보들이 만약 공천 티켓을 확보했다면 과연 공약대로 지역발전과 국민들의 민생을 챙길까.

공천 준 은혜를 갚기 위해 국회의 거수기 역할에 연연할 것이며 결국에는 국민들의 아우성에도 외면하는 정치인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후진정치 행태가 근절되지 않은 것일까.

유권자를 겁내지 않아서이며 유권자 또한 지금까지 정치에 대한 무관심, 나 하나 쯤이야 하는 안일한 사고방식에 젖어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미 당파싸움은 고려, 조선,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칠 날이 없었다.

간혹 태평성대를 이룬 성군들도 있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최근 유행하는 고려거란 전쟁의 황제였던 현종이나 조선시대 세종 등 몇 분의 성군들이 있었지만 그때도 신하들의 아첨이나 지방 호족들의 횡포는 힘없는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는 먹이사슬의 시스템이 형성되어 있었다.

언제 제대로 정치적 철학과 소신, 그리고 자질과 리더십을 갖춘 후보들이 나설 수 있으며 그런 후보들이 대거 등장해 저질 정치인들을 추려낼 수 있을까. 대문을 열어 놓아 도둑이 들었다면 도둑과 집주인의 책임은 절반이다.

모리배들이나 정치적 간신들이 나라를 통째로 주물럭거릴 수 있는 이면에는 무책임과 무관심의 극치를 달리는 유권자들의 책임도 절반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당의 공약이나 프레임 뉴스를 생산해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선동 질에 연연하지 않고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한번만 들여다 봐도 절대 이런 장난과 같은 공천, 1인을 위한 권력의 줄 세우기가 벌건 대낮에 통용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1시간도 안 되는 내 지역구 후보들의 검색. 나라를 바로 세우는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문 단속만 잘 해도 주권을 도둑질당할 확률은 현저히 줄어든다.

2024년 대한민국은 저출산, 실업률 증가, 희망 없는 청년들, 현저해지는 빈부격차, 먼저 빼먹으면 임자인 국가 예산, 모두 정치에서 비롯된다면 그 정치 국민이 만들어가는 것임을 자각하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