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선재대교 화재 사건이 주는 교훈
[덕암칼럼] 선재대교 화재 사건이 주는 교훈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3.0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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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지난 2월 15일 오전 2시 17분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 선재리 소재 선재대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필자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화재 발생 23분 뒤인 오전 2시 40분. 현장에는 매캐한 연기가 자욱했고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화재 현장은 지금까지 수백 건도 더 취재한 적이 있었으나 이번처럼 연기를 많이 마신 적은 없었다. 불이 난 선재대교는 경기도 안산 대부도에서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도로 가는 중간의 섬 지역으로 행정구역상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에 속한다.

아직까지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대교 하단에 설치된 선재어촌 체험마을 장비보관함의 배전함이 심하게 훼손되어 있고 대교 하단의 약 50m가 불길에 휩싸여 교량 안전이 매우 중요했다.

섬 전체가 암흑이었고 전기는 물론 통신까지 마비된 상태에서 비상발전기까지 꺼져버리자 영흥도의 항구인 진두항 수협회센터 활어들이 줄초상이 났다. 자가 발전기 가동이 중단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절반이 넘는 생선들이 허연 배를 드러낸 채 둥둥 떠다니며 상인들의 애를 태웠다.

실제로 정전시간은 20시간 30분이었다. 냉동식품은 해동까지 시간이 소요되지만 우유, 요구르트, 기타 신선도를 요구하거나 저온 보관 방법이 적시 되어 있는 냉장식품은 상온에 그대로 노출됐다.

화재 발생 이후 7일간 피해 접수를 받았으나 접수만 받았을 뿐 아무런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옹진군청에서도 수협에서도 화재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딱히 누가 보상해 주겠다고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식품위생 관리감독기관인 옹진군보건소는 화재 발생이후 냉장식품 관리 및 제품 확인에 대한 홍보나 대안이 전혀 없었다. 취재 업무상 질의해도 일주일이 지난 시점까지 알아보고 있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 현장지도나 확인에 대한 답변은 전무했다.

제품에는 제조 일자와 보관 온도, 방법이 명시되어 있다. 전날 입고된 제품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들은 관광지 특성상 매우 중요한 문제다. 화재 발생 7일만인 2월 23일 오전 11시 정밀감식결과를 위해 교각 철강의 일부를 절제해 감식 전문 기관에 의뢰하였다는 답변을 확인하기 위해 담당 공무원과 현장을 방문했다.

교각 하부에 좁은 통로를 다니며 화재로 인한 열기의 피해상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탄 부분이 전체 길이 550m교량 중 영흥도 방면 40m~50m 사이였다.

교각 구분으로 치자면 9번과 10번이 극심했는데 정작 시료를 채취한 부분은 교량 철강을 절제한 것도 아니고 영흥도 방면 교각 1번 지역의 외부 수리용 원형 뚜껑 2개 중 하나의 나사를 풀어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 전기시설과 도색, 기타 전선까지 모두 녹아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지역보다 검게 그을음 정도가 있었던 부분의 부속품을 안전진단의 소재로 보낸 것이다. 교량의 안전과 거리가 먼 철판을 안전진단의 소재로 보낸 것이 타당하다고 보는 것은 각자의 판단이다.

하지만 교량의 입구 지반이 침하됐고 전체 중량 40톤의 대형차량이 하루 평균 120대 왕복으로 통행하는 교량이 영흥면 전체 6,000명의 주민들이 사용하는 유일한 생활 통로라는 점은 안전에 대한 명확한 답이 나와야 한다.

해당 교량은 현대건설이 시공했으며 영흥발전소가 건설해 옹진군에 기부채납한 상태로 사실상 관리가 옹진군청에 있는데 안전점검의 실태가 이러하다면 교량의 수명과 열처리된 교량의 철강 구조변경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지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영흥면 400-101번지 일대에 조성된 특수 송신탑과 산 정상에 설치된 민간 통신사의 송전시설이다. 정전이 되자 발전차량이 긴급히 출동해 송신탑에 비상 전기를 공급했으나 자가발전기가 설치되지 않아 통신이 두절된 시간은 통신 마비를 피할 수 없었다.

민간 통신도 문제지만 국방시설이라면 서해안 해상안보와 관련 명확한 대안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해당 지역까지 전기공급을 위해 진입해야 할 통로가 없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무단으로 사용하고 각종 훼손까지 더하다 보니 사유지에 대한 경계가 설정되었고 급한 나머지 전기공급 실무진들이 길이 끊긴 야산을 도보로 올라가야 하는 판국이었다. 결국 인구 6,000명의 영흥도는 여차하면 전기뿐만 아니라 통신도 보장할 수 없는 외딴섬이 되고 말았다.

섬 전체가 정전이 되었어도 정작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의 불빛은 불야성의 장관을 보여주었다. 마치 연탄공장 옆 동네조차 연탄은 멀리 있는 연탄공장에서 사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쯤 되면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전기도 송전했다가 다시 변전소에서 받아야 맞는 것이고 전기요금도 내야 맞는 것이다. 화재 발생 3주가 지났다. 아직 보상은 커녕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고 그 어떤 대안이나 예방에 대한 조치도 없었다.

지역 총선 후보자들은 자신들의 선거운동에 열을 올릴 뿐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래서 섬은 섬이다. 한때 영흥 제2대교가 쓰레기 매립장의 유치조건으로 올랐다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슬그머니 계류 중에 있다.

제2영흥대교 건설 타당성 평가 결과 총사업비는 5,800억원, 비용 대비 편익(B/C값)은 0.43으로 B/C값이 1.0 이상 나와야 사업성이 있다. 대부도를 확장해야 예산이 덜 든다며 산술적 명분을 내놓았지만 국내 도서지역 연륙교 치고 경제성이 높은 예는 없었다.

경제성으로 보자면 광역철도인 신안산선의 대부도 연장안이 발표됐다. 대부역에서 제2영흥대교를 건립할 경우 영흥대교에 철교를 병행해 영흥역으로 이어진다면 경제성이 나오고도 남을 일이다.

인천 육지와 영종도를 연결하는 제3연륙교 건설은 당장에 경제성이 나와서 공사 중인 것인가. 정책이 정치인의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적재물 40톤의 화물차량들이 안전점검 결과도 나오기 전에 주행을 연속하다 다른 문제가 발생하면 국가기간 산업의 중요성보다 주민들의 생존권이 끊길 공산이 있다.

일단 교각의 샘플도 화재가 심했던 부분으로 다시 채취해야 하고 진단 결과에 따라 보수나 정비의 필요성이 발견된다면 외부의 관광객과 발전소의 종사원들은 물론 주민들의 생활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문제가 발생해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게 한국형 정책의 문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