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제51회 상공인의 날
[덕암칼럼] 제51회 상공인의 날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3.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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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하늘에 해가 없는 날이라 해도 나의 점포는 문이 열려 있어야 한다. 하늘에 별이 없는 날이라 해도 나의 장부엔 매상이 있어야 한다. 메뚜기 이마에 앉아서라도 전은 펴야 한다. 강물이라도 잡히고 달빛이라도 베어 팔아야 한다.”

식당과 상점 입구에 걸린 액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김연대 작가의 ‘상인일기’ 중 한 대목이다. 오늘날 상공인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시대를 넘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왜일까.

온갖 풍파를 다 겪은 시인의 절절한 마음이 한 소절씩 읊조려질 때마다 직업에 대한 사명감을 넘어 상인의 프로근성과 천직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야 함을 깨닫게 하는 내용으로 점철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은 신중하지 못한 개업으로 폐업 비율이 높아지고 실패한 사업은 가정파탄은 물론 경제적 폐인이 되어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려하게 되는 비참한 말로를 겪게 된다. 처음부터 실패할 줄 알았다면 단 한 명도 출발하지 않았을 상공인의 현실이지만 우리 국민 4명 중 1명은 자영업자에 속한다.

자영업자 3명 중 2명은 50대 이상 중·노년층으로 은퇴자 등이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연령대가 높아졌다. 자영업자 신규 창업 비용은 평균 1억 6천만원인데 투자비용 회수까지 평균 3.6년이 걸린다.

문제는 2023년 기준 전국 자영업자 10명 중 1명이 가게 문을 닫았다는 사실이다. 50대 이상 중년이 사업에 실패하면 다음에 갈 곳은 어디일까. 취업도 안될 것이고 남은 길은 최악의 현실이다.

한국이 유독 자영업자가 많은 것은 이미 통계로도 나타났지만 OECD의 자영업자 비율을 보면 노르웨이가 5%로 가장 낮은 국가였고, 미국 7%, 독일 9%, 일본 10% 등이 자영업 비중이 낮은 편에 속했다.

한국은 남미 국가 등과 함께 자영업자 비중이 7위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약 550만 명이 자영업자이고 5년을 못 넘기고 망하는 비율이 10곳 중 8곳이다. 고물가와 경기침체 속에서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은 창업과 폐업을 되풀이하면서도 불을 보고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줄어들 줄 모른다.

문제는 여러 가지로 해석되지만 무엇보다 상업이라는 분야에서 일명 장사꾼으로 미친 듯이 살아야만 겨우 성공하는 분야로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혹자는 경기가 나쁘다거나 물가가 높아서라지만 같은 업종이라도 성공하는 사람과 그나마 근근이 유지하는 사람.

그리고 실패하는 사람의 모든 면을 점검해 보면 모든 해결의 열쇠는 창업하는 당사자이다. 모든 사업의 성공 비결은 역지사지다. 당사자가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사 먹는 소비자 입장이 되어보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음에도 이를 간과한다.

물건을 파는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과 사는 입장의 차이는 종잇장처럼 얇게 느껴지겠지만 현실에서는 그 작은 차이가 크게 작용하며 결국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 선다. 정부가 아무리 재정적 지원을 하고 은행이 대출의 문을 활짝 열어놓아도 안 될 창업자는 빚만 늘어날 뿐 해결의 실마리를 못 찾는다.

어떤 분야든 성공하려면 미쳐야 한다. 반쯤 미친 듯 죽을힘을 다하고 고객을 왕처럼 떠받들어 모셔도 시원찮은 게 상업이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일찌감치 근로자가 되어 시키는 일 하고 주는 월급 받는 종사자로 입장을 바꿔야한다.

물론 진상고객이 속을 태우고 밀린 외상값에 괴로워 밤잠을 설치거나 종업원들의 근로기준법에 엮여 범법자가 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장사하는 사람 변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어쨌거나 오늘은 상공업의 진흥을 위하여 제정한 날. 3월 셋째 주 수요일로 ‘제51회 상공인의 날’이다. 상공업의 진흥을 위해 제정한 날이다. 여기서 소상공인이란 상시 근로자 수가 5인 이하인 사업자. 제조업, 광업, 건설업, 운수업의 경우에는 10인 이하를 뜻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상공인들이 영세하다 보니 소상공인에 해당되는 것이다. 종업원들의 숫자가 많다 보니 정책도 필요하고 선거 때 표가 될 수 있으니 소상공인 관련 정부지원과 단체, 기관도 설립돼 제도적 기반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 했다. 아무리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도 본인 영업은 본인이 주인공이기 마련이다. 음식이 입소문을 타면 산속 깊은 곳에 식당이 있어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줄을 서서 찾아온다.

반면 한번 안 좋은 소문에 휘말리면 시내 황금상업지역에 있어도 파리만 날린다. 비단 음식뿐만 아니라 모든 업종에 해당한다. 같은 30일이라도 임대료와 종업원 급여 날짜는 빨리 다가오고 수입 대비 지출이 늘어날 때면 밤잠을 설친다.

폐업을 할 정도면 기존에 투입했던 인테리어 비용과 대출금 상환은 물론 매장에 대한 원상복구 비용까지 모두 부담이 된다. 물론 밀린 임대료와 복구비용으로 보증금은 남지도 않을 것이고 빚만 남게 되니 그 빚이 빚을 낳고 때로는 제3금융권과 사채를 빌렸다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상업인뿐만 아니라 공업인도 마찬가지다. 선반과 밀링, 프레스 등 기계 한두 대 마련해 겨우 가내 수공업 정도의 규모로 어렵사리 제품을 생산해도 장기간 어음을 받아 일명 깡으로 할인하고 보면 얼마 남지 않고 중대재해처벌법 강화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큰 나무의 생존은 가지나 열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뿌리에 있고 뿌리도 그 끝을 보면 실낱같은 잔뿌리가 있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소상공인의 피눈물 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부가 제대로 이들을 챙기려면 지금처럼 수박 겉핥기식 행정보다는 실제로 자영업의 전문가를 채용해 폐업의 악순환을 하지 않도록 현실적인 상담과 조언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사업자등록 및 인허가도 무분별하게 내 줄 것이 아니라 조건을 엄격히 정해 창업의 자유와 폐업의 책임이 동반됨도 사전에 충분히 알려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