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무례하고 무책임한 짓
[덕암칼럼] 무례하고 무책임한 짓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3.2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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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내 집도 아닌 남의 집. 정확히 말하자면 잠시 빌려 쓰는 집에 거주하면서 온갖 추태와 못된 짓을 한다면 집주인이 무슨 생각이 들까.

더 말할 것도 없이 현재 인류가 지구에게 저지르고 있는 모든 행태가 그러하다. 그러고도 마치 엄청나게 반성하는 것처럼 탄소 줄이기를 한다든가 빙하가 녹는다며 염려한다.

지금 당장 인류의 편익을 위해 가동하던 모든 공장과 탄소 발생 원인을 중단하면 될 일이다. 당연히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니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보는 것이 어떨까. 당장에 할 수 있는 일. 일단 50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그리고 지금 그러한 환경보호가 가능한지도 짚어보자. 여성들은 생리대가 따로 없어 천이나 광목을 세척해 사용했으며 신생아 기저귀가 마당 빨랫줄에 하얗게 널려 있었다. 노인들의 대·소변도 마찬가지였고 지금처럼 강력한 세제로 세탁기를 돌리지 않아도 우물이나 냇가에서 충분히 빨래가 가능했다. 막걸리는 주전자에 담아 병이 따로 필요 없었으며 김은 하얀 종이띠로 감싸면 포장은 끝이었다.

과일은 노점에 있는 그대로 바구니에 담아도 거래가 가능했고 지금처럼 냉동식품을 몇 번씩 싸고 또 속포장까지 거친 다음 냉장팩도 넣어야 하는 일은 없었다. 불편 없었던 과거에도 일상생활은 가능했고 모든 거래는 왕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을 보면 한 마디로 일축해서 미친 듯이 쓰레기를 생산하고 있다.

마치 쓰레기를 만들지 못해 환장한 사람들처럼 포장, 끝없는 포장 시대로 가고 있다. 누구 하나 앞장선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화려하게 포장해야 물건이 팔리니 생산자나 유통업체에서도 방법이 없다. 해결책이 있을까. 인류가 스스로 과대포장과 일회용이 잘못되었다는 판단을 하루아침에 모두 공감하고 구매를 거부한다면 모를까. 판매자 입장에서는 점점 화려함을 더해야 팔리니 마치 매출을 올리자는 것인지 포장 경쟁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소비자는 내용물에 대한 비용이 포장비에 포함되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정작 물건만 구입하면 포장비용까지 더해질 수밖에 없음을 간과하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바보가 아니라면 밑지고 팔 사람은 없을 것이고 소비자 스스로가 과대포장에 대해 반감이나 불매운동이라도 펼쳐야 맞는 것이다.

소비자가 모두 같은 마음이라면 생산자나 마케팅, 홍보 관계자들이 굳이 과대포장에 열을 올릴 일이 없어지니 결국 소비자들의 사고방식의 개선에서 환경보호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의 허영심과 눈에 보이는 포장에 현혹되는 것이며 작은 무관심이 환경에 무례함을 저지른다.

사람 기저귀도 문제지만 애견인 대부분이 실내에서 반려견을 키우는데 대·소변은 애견용 패드로 처리한다. 애견 인구 1,500만 명 애견 두수 약 2,000만 마리 반려견 패드 일일 발생량은 애견 숫자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을 수 없다. 무엇 하나 지구임대인으로서 무책임한 짓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장례식장의 일회용 용기에 대해 지적기사가 관심을 끌었다. 비단 장례식장 일회용품 뿐만 아니라 뷔페의 음식 쓰레기도 심각한 문제다. 음식 쓰레기가 발생하려면 재료, 조리에서 쓰는 에너지, 버리는 비용까지 상당한 환경파괴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제 해양투기도 금지되었으니 줄이고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필자는 100가지도 넘는 요리를 준비하는 뷔페를 수년간 운영하면서 음식쓰레기 양산에 대한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도 체험한 바 있고 대학교 학생 식당을 운영하면서도 피할 수 없는 잔반처리 실태도 겪어 보았다.

지금도 운영 중인 숙박업소에 내방객들이 사용하는 일회용 용기를 보면 업체들의 무분별한 상술로 인해 갈수록 요란해지는 것도 체험하고 있다. 요즘 일회용 용기는 반영구적이라 할 만큼 대단한 발전을 보인다. 과거에는 비닐과 플라스틱이 주재료였으나 이제는 철재, 스테인리스, 유리 등 점점 더 과감해지고 있다.

어떤 용기들은 세척해서 주방 그릇으로 쓰고도 남음이 있을 만큼 탄탄하고 견고하다. 하지만 행정기관의 대책을 보면 무대책이다. 대형마트나 배달 음식을 시켜보면 얼마나 심각한지 금방 알 수 있는데 정부가 규제한다고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권장하거나 숙박업소에 1회용 칫솔 제공 금지, 편의점과 일반 소매점에서 비닐봉지 금지 등은 환경오염방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으나 파파라치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있다.

한 번씩 신고당한 업소 측에서는 과태료를 부과 받고 나서 망연자실하다. 현장에 뛰어다니며 홍보하고 계고장을 발부하며 설득해도 모자라는 판에 시민들끼리 포상금 몇 푼 걸어놓고 서로 신고하도록 이간질하며 탁상행정에 시간만 보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정작 대기업의 과대포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소리도 못하고 영세사업장의 검은 비닐봉지 한 장에는 마치 대단한 범죄라도 잡은 것처럼 으름장을 놓으며 벌금을 부과하니 무슨 환경대책이 이런 무의미한 짓만 되풀이하는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사회가 재활용 수거 붐이 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물론 아파트나 공공기관 건물마다 플라스틱과 유리병, 철, 스티로폼 등으로 구분하는 재활용 통이 실제로 얼마나 재활용 되고 있는지도 돌아볼 일이다. 배출자들의 무분별한 분리수거가 선별장에서도 골칫거리다.

우선 일회용 수저와 컵, 비닐봉지부터 줄이는 방법이다. 칫솔은 남의 것을 절대 사용하지 않으면서 식당에서 수저는 많은 사용자들이 쓰던 것을 세척했다는 이유로 같이 쓰고 있다. 종이컵도 마찬가지다. 일단 개인 수저와 컵, 그리고 각자 모양이 다른 접이식 바구니 정도는 소지하고 다녀봄이 어떨까.

굳이 얼마를 할인해 주는가를 따지기 이전에 위생상으로도 그렇고 그만큼 일회용 사용이 줄어들지 않을까. 이대로 살다간 후손들에게 무슨 욕을 먹게 될지 무식하고 무례하고 무책임한 짓은 이제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만 둘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