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남의 일인가 일본의 아키야
[덕암칼럼] 남의 일인가 일본의 아키야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3.2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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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최근 일본 관광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왕복 항공료와 숙박비, 기타 체류하는 동안 사용하는 경비가 엔화의 약세로 동남아시아보다 더 낮은 가격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관광 수요 자체가 늘고 있지만 한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밖에 안 가본 사람은 없을 만큼 제주도를 제치고 있다. 제주도의 비싼 물가, 불친절하다는 관광객들의 입소문이 꼬리를 물면서 비교적 비행시간이 짧은 일본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한 때 불매 운동까지 벌이는 등 난리를 쳤지만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땅이라도 해도, 일본과 축구경기에 졌어도 여전히 관광수요는 별개다. 굳이 수치로 나타내지 않더라도 대부분이 공감하는 현실이다.

그런 일본이 최근 빈집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가 묘수를 내놓았다. 당초 일본어로 아키야 로 지칭되는 빈집 실태는 심각한 사회문제 였다. 비단 빈집 뿐만 아니라 노래방, 색조화장, 명품, 가라오케가 변형된 노래방, 만화, 음란물, 등 많은 분야에서 일본이 30년 정도 앞선 바 있다.

일본이 지나간 유행을 한국이 고스란히 답습하는 것인데 해외여행 자유화가 본격적인 양국 간의 관광코스로 발전하면서 이제는 10년 정도 뒤를 이어 유행을 타는 편이다. 이 가운데 빈집, 이른바 아키야는 일본 전체에 약 1000만 채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일본 인구의 10%가 80살 이상 고령자이기 때문에 아키야 는 갈수록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노무라연구소는 2038년 일본 전체 주택의 31%가 빈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 결과 외국인들에게 매매하는 전략이 나왔다. 주택 가격 또한 공짜로 취득할 수 있는 집도 있고 한화 약 700만원에서 1억4000만 원 정도면 가격대비 가성비가 높은 주택을 살 수 있다.

문제는 시골 마을에 국한되지 않고 도쿄와 같은 대도시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인데 매입 후 한국 관광객들의 홈스테이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주택양식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보니 관광객이 체류하는 동안 다다미, 목욕통, 기와, 등 전통가옥의 멋을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번 시작된 일본의 주택매매 시장은 외국인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점차 매매 붐이 일고 있다. 애물단지가 보물단지로 변하는 것이다. 인근 홍콩이나 태국 등 금전적 여유가 있는 중산층까지 매물 물색에 나서는 걸 보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물론 유지관리와 수요예측이 불확실한 점도 단점이지만 대부분 목조건물이고 설비도 단순하여 수리비가 크게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 단점은 최근에야 잦은 지진으로 내진설계가 기본이지만 노후주택의 경우 과거 건축기준법이 개정되기 전에 지어진 것이라 안정성에 문제를 외면할 수도 없다.

이 같은 붐이 일기 전에 일본은 빈집 주인을 찾아야 허물든 관리하든 대책을 세울 텐데 철거비와 폐기물 처리비도 국가예산이 들어가고 그냥 두자니 화재위험과 우범지대로 악용될 소지가 컸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나름 묘수라고 내놓은 대책이다.이제 남 얘기할게 아니라 슬슬 대한민국의 10년 뒤를 짚어보자. 먼저 산술적으로 약 130만 채가 비어있는 것을 조사됐다. 여기에 미분양 된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약 10만 채를 더하면 실제 빈집은 140만 채로 추산된다.

이중에 대출이 있든 말든 본인소유의 자가 주택이 약 57%고 전세나 월세를 사는 사람들도 42%나 된다. 즉, 돈이 없어 세를 살더라도 도시로 편중되는 현상은 막을 이 없다는 점이다. 반대로 빈집 증가는 이미 정해진 수순이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집단이주현상을 나타내는 건 마치 태양이 뜨면 눈이 녹는 것처럼 자연스런 현상으로서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이미 정부가 국토균형 발전 법으로 공기업이나 주요 부처들을 지방으로 이전했지만 별반 달라진 건 없고 막상 근무하는 곳만 지방이지 주말이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가족들과 생이별만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이 지방을 방문해 쇼핑몰 하나 없다며 의료, 기타 서비스를 받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요가 없는데 어떤 기업이 투자를 할 것인가. 정부 예산으로 지어봤자 이용자가 없으니 텅 빈 유령공항처럼 국책사업에 빈둥거리며 놀고 월급 받는 비효율적인 상황만 벌어지는 것이다.

이미 전국226개 시·군·구 중에 소멸위험 지역은 절반도 넘는 118곳이나 된다. 여기서 소멸지역이란 20에서 39세의 여성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이 0.5 미만인 곳을 의미한다. 이대로라면 향후 30년 뒤에 118곳의 지방에 거주하는 인구가 제로상태로 돌입하게 되며 빈집은 물론 각종 기반시설이나 주거할 수 있는 모든 인프라들이 전무한 공황상태에 직면하게 된다.

인구 감소로 인해 자연스레 벌어지는 빈집 증가는 이제 곧 한국사회에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가 아무리 지방시대를 외쳐도 정작 외친 당사자가 사는 곳은 지방이 아닐 것이다.

한때는 5남매 7남매가 집집마다 당연했던 시절, 명절이면 둥근 보름달이 휘영청 밝고 동네 마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요란했던 그 시대 그 집은 온갖 추억과 가족의 역사와 대대로 내려오는 가문의 영광까지 죄다 담겨있던 곳이었다.

이제 거미줄이 촘촘하게 쳐져있는 시골집의 앞 마당에 잡초만 무성하고 고추장, 된장 담겨있던 장독들은 깨진 채 뒹굴고 있다. 3대가 모여 살며 가마솥에 밥을 짓고 굴뚝에 연기가 나던 그 곳이 이제는 모든 추억을 머금고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대안이 없을까. 당연히 있다. 좁은 국토에 지방마다 전설과 온갖 테마들이 전해내려 올진대 흔히 거론되는 스토리텔링, 이야기 거리를 모아 관광소재로 삼거나 기후, 풍토에 따른 특용작물재배, 생활스포츠의 활성화, 강물이 있으면 뗏목을 만들고 산등성이가 있으면 짚 라인이라도 설치하여 지방의 특색을 살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굳이 막대한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지방의 활성화, 빈집의 활용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지금 같은 근시안적 행정과 정책으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지만 물, 땅, 하늘, 산소, 들판을 활용하여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