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쇄실종 '실종의 추억' 되지 않기를
[기자수첩] 연쇄실종 '실종의 추억' 되지 않기를
  • 경인매일 webmaster@kmail.com
  • 승인 2007.01.1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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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하 기자

1986년부터 1991년까지 10차례에 걸쳐 발생한 화성연쇄살인사건은 화성시민을 비롯해 전국민들에게 공포를 심어준 사건이기도 하지만 경찰에게는 전대미문의 치욕을 안겨준 사건이다. 이 사건의 범인은 결국 누군지 밝혀내지도 못했고 붙잡지도 못한 채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버렸다.

최근 발생한 유부녀 연쇄실종 사건도 경찰이 공개수사에 나섰지만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줄 단서나 제보자가 없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람들은 또다시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지역민들이야 떠올리기조차 싫은 불길한 사건과 연관시키는 것을 꺼려하고 있지만 수십 일째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경찰의 무능(?)함에 당시를 회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3명의 여성이 최종 휴대전화가 끊긴 것으로 확인된 화성 비봉면 일대를 수십 일째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는 한편 용의차량의 이동경로로 지목된 39.42번국도에 설치된 AVI의 복원 작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AVI 녹화기록은 하루치만 보관되는 한편 이전 것은 삭제돼 실종 당일 기록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은 물론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제보자 보상금을 300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올렸지만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경찰 수사가 오리무중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원인은 미귀가자에 대한 경찰의 미온적 대응과 경찰서간 공조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실종된 2명의 노래방 도우미의 경우, 미귀가 하는 일이 흔히 있어 실종되고 수일이 지나서야 수사에 착수한 것은 경찰의 편협한 시각을 잘 보여주는 일례가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경찰은 잇단 실종사건을 화성연쇄살인 사건과 결부시키는 것은 심한 비약을 내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야 화성에 경찰서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시와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는가. 뒤늦은 사건 수사와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제보자에 기댄 경찰의 수사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사건의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경찰의 입장이야 십분 이해는 가지만 치안에 생긴 구멍으로 인해 선량한 시민들이 결국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

경찰의 입장이라면 언론이나 이를 걱정하는 일부 시민들에게 농락당하는 기분이 유쾌할 리 없겠지만 실종자의 생사여부를 확인할 길 없는 가족들의 마음은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 경찰이 ‘살인의 추억’에서는 범인을 잡지 못하고 끝났지만 이번 연쇄실종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그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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