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3不정책' 공방 격화
흔들리는 '3不정책' 공방 격화
  • 경인매일 webmaster@kmail.com
  • 승인 2007.03.26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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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특목고 등장으로 유명무실"
정부 "모든 법적수단써 수성에 온힘"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얼굴정책'의 하나인 '3불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서울대 장호완 장기발전계획위원회 위원장의 "3불정책은 대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암초"라는 발언이 나온 21일 이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도 3불정책 폐지를 공식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여기에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 유력한 대선주자들도 3불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혀 '3불정책'을 둘러싼 전선이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3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3불정책을 확고히 유지할 것"이라면서 "이를 어길 때는 가능한 모든 법적수단을 통해 제재를 가하겠다"고 '수성'에 힘을 쏟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3불정책의 상당부분은 이미 훼손된 상태다.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대학본고사 중 고교등급제와 대학본고사는 이미 변칙적으로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교조 정애순 대변인은 "이미 3불정책은 상당히 파열구가 난 상태"라고 지적했고 민주노동당 송경원 교육정책연구원도 "3불정책의 골격은 존재하지만 특목고의 등장으로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 고교간 학력차를 인정해 차등한 내신점수를 부여하자는 고교등급제의 경우 '수능성적 전형'으로 부분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상황. 고려대 등 일부 대학이 밝힌, 수능성적으로만 신입생을 뽑는 입시전형은 사실상 '특목고 우대전형'의 다른 이름이라는 해석.

고교등급제 시행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서울의 모 대학 입학처장은 "고교의 내신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민노당 송 연구원은 "입시전형에서 엄연히 특목고 우대가 보이는 상황에서 사실상 고교평준화, 고교등급제 금지는 깨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별 본고사 금지조항 역시 '논술을 제외하고'라는 조건이 붙으면서 존폐가 수시로 위협당하고 있다.

교육당국이 다양한 방법으로 감독하고는 있지만 대학들은 "우수한 학생을 뽑는다"는 명분으로 변칙적인 방법을 동원, 논술고사를 대학별본고사로 활용하려 시도하고 있다. '매운 맛 없애는 데 왜 물보다 우유가 좋나'는 식의 '통합형논술고사'가 그런 예.

그나마 가장 온전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은 기여입학제 금지 조항이다. 이 제도는 대학 입학에 점수가 부족한 학생이 일정액의 기부금을 내고 입학하는 제도로,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사립대학의 숨통을 열어줄 수도 있는 제도.

정부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원리에 어긋난다"며 이를 금지하고 있고 대학은 "부족한 재정을 보충해 다수의 학생을 위해 사용한다"는 명분으로 맞서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일부 명문대학의 경우 재정의 상당부분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대학 입장에서는 양보할 수 없는 조항으로 꼽힌다.

이렇게 3불정책이 쉽게 흔들리는 이유는 법으로 정한 지침이 아니기 때문이다. 3불정책은 평등과 균형의 이념을 강조하는 현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중 하나지만 교육법 시행령에 고시돼 있을 뿐 처벌규정이 없는 훈시 규정에 불과해 "법적기반이 미약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실제 지난 2004년 10월 4개 교육 단체들이 비교내신제를 적용한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총장과 입학처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전례가 있다.

정부는 2004년부터 당정협의를 통해 법제화를 추진했으나 한나라당과 대학들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된 바 있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도 지난해 5월 3불정책 법제화를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아직도 '계류' 중이며 통과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부 사립대학들은 확실하게 3불정책을 끝장 내겠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다. 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학교운영, 세제 등 각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워킹그룹'을 구성해 '대학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를 검토, 이를 정부와 정치권에 5월 중 건의사항으로 제출할 계획이다.

여기에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 및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도 지원사격에 나서 '3불정책' 공방은 이미 교육 단계를 지나 정치권의 핫이슈로 부각된 양상.

송 연구원은 ""결국 이 문제는 정치의제가 될 것"이라며 "입시자율화를 주장하는 이명박, 박근혜 예비주자와 진보 후보, 열린우리당 후보간 입장이 엇갈리면서 정치권이 요동을 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 연구원은 또 "결국 향후 정치일정과 대선에 따라 존폐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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