騎馬民族의 후예, 갑오년 靑馬의 기상으로 國運 상승의 한 해 되길
騎馬民族의 후예, 갑오년 靑馬의 기상으로 國運 상승의 한 해 되길
  • 경인매일 kmaeil86@naver.com
  • 승인 2014.01.02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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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말을 사랑한 기마 민족으로 역동적인 ‘빨리빨리 문화’ 디지털시대와 궁합 맞아

 우리 민족은 유난히 말을 사랑한 기마 민족으로 말과 관련된 유물은 많이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경북 경주 천마총의 ‘천마도’와 안악 제3호분 고구려 고분의의 ‘마구간’ 벽화, 가야 김해 출토 ‘기마 인물상 토기’, 가야 ‘마형 토기’, 평양 낙랑 구역 출토 ‘목마’, ‘인릉의 말’, 경복궁 기단 석수 ‘말’, 경북 흥덕왕릉 12지산상 ‘마신상’, 조선시대 ‘마패’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유물과 전설, 풍습, 무속·민속, 역사·문학, 구파발, 고양시 오마중학교 같은 말과 관련된 지명이 전해져 온다.
 고대사회에서 말은 전쟁에 임하는 장수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존재였다. 따라서 우수한 말을 소유·육성·훈련방법에 따라 전쟁의 승패와 국운이 좌우되는 중요한 존재로 자리매김 했다. 기마부대의 출현은 곧 재앙 같은 죽음이나 굴종을 선택해야 멸망을 면할 수 있었으니 철갑으로 무장한 기마부대의 전투력은 현재의 핵무기나 스텔스 기능의 전투기, 군함 못지않은 최첨단전투무기였다.
 대표적인 기마부대의 전투력은 실제로 징기스칸을 통해 입증되었다. 징기스칸은 기마부대 중심의 기동력을 중시 했으며, 동시에 초원의 중요 식량자원인 말고기를 훈제로 말려 자신의 병사들이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데 아무런 식량자원의 위기를 겪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한 비밀병기가 바로 말이었다. 만약 징기스칸이 중앙아시아를 넘어 중세유럽까지 자신의 왕국을 건설했다면 세계사 대부분이 바뀌었을 정도로 기미부대 중심의 전투력은 상상 이상의 가공할 만한 공격력이었고, 최정예병사와 그 병사를 지휘하는 장수의 생명과 군인의 명예를 드높이는 귀중한 존재였다. 1차 세계대전까지 명맥을 유지하던 기마병이 2차 세계대전에 등장한 지프차량에 몇 천 년간 유지하던 전장에서의 용맹함과 기동성이 막을 내리고, 승마나 경마용으로 전락하게 됐다.
 만주를 넘어 중국 베이징 근교까지 광활한 대제국을 세웠던 5천년 역사의 우리 한민족 역시 말을 통한 기마부대의 기동성과 말과 인간이 하나가 되면서 다양한 병법과 가공할만한 전투력을 높이 샀기에 아직도 우리는 말고기를 먹는 것이 금기시 되어 있다. 말은 하나의 동물 이상의 영물로 국가와 가족을 튼튼히 지키는 방패였으며, 때로는 재산증식의 중요 도구였다.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우리 속담에서 보듯이 말과 관련된 속담이나 격언은 많다.
 한국전통이 깊은 불교에서는 말은 수호신으로 불교의 약사여래에 딸린 12신장 중의 하나가 말이다. 그 형상은 말머리에 사람 몸을 하고 한쪽 손에 창을 들고 있다. 부산 기장군 해동용궁사 입구에는 12지신상 중에 말머리에 사람 몸을 한 채 창을 든 약 2미터 크기의 부리부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말은 제왕 출현의 징표로 신성시 했으며, 만물을 대표하는 태양과 관련이 있어 신라 신화와 고분 벽화에 등장하는 천마는 하늘과 소통하는 영물로 신라 시조 박혁거세는 말이 전해 준 알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흰 말 한 마리가 끓어 앉아 절하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 흰 말 앞에는 자주색 알이 하나 놓여 있었다. 말은 사람들을 보더니, 길게 소리쳐 울고는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그 알을 깨어 보니, 모양이 단정하고 아름다운 동자가 나왔다’
 조선 태조는 서울 동대문 밖에 방성을 제사하는 마조단(馬祖壇)을 설치했는데 중춘에 길일을 택해 제사를 지냈다. 마조란 말의 수호신인 방성의 별칭이다. 천문지에 방성이 양도에 들면 천하가 태평하고, 음도에 들면 기근이나 국상이 난다고 했다.
 우리 민족을 기마민족이라 부르는 데에는 이처럼 말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가 뿌리 깊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말을 유난히 사랑한 민족, 말과 함께 중국을 호령한 대제국. 그러나 말이 전투력의 상징에서 멀어진 것처럼 우리 민족 역시 20세기를 맞아 또 다른 외세침입으로 일본에 의해 36년간 나라를 빼앗기고, 광복의 기쁨도 잠시, 분열된 남과 북이 반세기 이상 분단상황이 6, 25 이후 고착화 되는 아픔을 겪었다.
 고양시 일산동 고봉산 일대에는 다섯 마리 말(五馬)과 아기장수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옛날 주엽동의 문촌 마을에,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린 심상치 않은 아기가 태어났다. 아기가 태어나던 날, 마을 앞 오백 년 묵은 느티나무가 아기의 울음소리에 놀라 사시나무 떨 듯 떨었고, 그 큰 울음소리에 동네 사람들은 며칠 동안 귀가 멍멍할 정도였다. 이 아기가 다섯 살 되던 해 마을 뒷동산에 올라 바위에 오줌을 누니, 바위에 오줌자국이 그대로 파였고 이를 창피하게 여겨 발가락으로 누르니 그대로 바위에 발자국이 남았다. 그 후로 이 아기를 마을 사람들은 ‘아기장수’라 부르곤 했다. 아기장수는 고봉산에 자주 올라 이곳에 살고 있는 다섯 마리의 말과 놀고는 했다. 이 말들은 아기장수가 성장한 뒤 타고 다닐 말로 늘 아기장수를 지켜주곤 했다.그러던 어느 날 조선을 침략하기 위하여 염탐을 온 왜군첩자에 의하여 아기장수의 정체가 알려졌다. 장차 자신들을 크게 위협할 것에 겁을 먹은 왜놈들은 아기장수를 유인하여 잠들게 한 후 힘의 원천인 양쪽 날개를 인두로 지져 버렸다. 그러자 아기장수는 눈에서 총기가 사라지고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는 바보가 되었다. 바보가 되어버린 아기장수는 늘 주위의 놀림감이 되었고 어느 날 갑자기 사려져 버린다. 그리고 아기장수가 떠난 후 마을 뒤편의 다섯 마리의 백마는 고봉산 바위위에 머리를 박고 죽어버리고 말았다. 그 후 이곳에는 임진왜란 당시 한 바보장수가 나타나 마을 사람들을 구하고 자신은 비참히 전사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현재 그 자리에 일산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오마중학교가 1994년 개교했다. 오마중학교의 학교상징으로 교표는 말이고, 교수는 말로 인내를 의미한다.
 말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웅변력과 활동성이 강해 모든 일에 적극적이라고 사주책이 나온다.
 기마민족의 후예로 유랑하듯 대륙을 떠돌던 기상은 잠시라도 그대로 있는 것을 원하지 않고, 사계절이 있는 한반도에 정착한 후에 사계절에 맞게 생존하느라 ‘빨리빨리문화’가 형성돼 한강의 기적을 이루게 되었다. 이제는 디지털시대를 맞아 기마민족다운 디지털유목민의 기상이 세계  디지털세상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으로 발전하고 있다.
 청마의 해를 맞아 단순히 국운 상승만을 피상적으로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유목민족다운 정체성은 변함없이 다음세대에게 ‘어떤 위기가 다가오더라도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용맹함과 미래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디지털유목민들의 기호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민첩함’으로 나타난다. 이제 민첩한 말처럼 우리의 ’빨리빨리문화‘는, 최근 세계적인 발효식품으로 각광받기 전까지 그랬던 김치처럼 더 이상 창피한 것이 아니라 말을 사랑한 유목민출신 유전자를 가진 디지털유목민들에게는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응할 것이다. 말은 더 이상 경마장과 승마장에만 있지 않다. 때로는 친구처럼, 동지처럼, 가족처럼 곁을 지켜준 말은 더 이상 떨어져 있지 않다. 청마의 기운이 솟아나는 올해는 안온한 안식처와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방면에서 행복감을 주는 말의 한 해가 될 것이다. 세계 최고로 빠른 인터넷을 쓰는 민족은 분명 가장 빠른 말을 잡아타고 이미 다음 행선지를 향해 뛰어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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