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내방을 환영하며
교황의 내방을 환영하며
  • 덕암 김균식 kmaeil86@naver.com
  • 승인 2014.08.18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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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 방한은 “일어나 비추어라”(이사야 60,1)를 주제로 이뤄진다.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 방한은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재위 때부터 한국 천주교회 차원에서 추진되어 왔고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아시아 교회 방문을 적극 검토하고 있었으나, 2013년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하면서 이뤄지지 않은 바 있다.

2013년 3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하면서, 2013년 말 교황청과 한국 주교회의를 통해 방문 계획이 구체화됐고, 천주교 교황 방한 준비위원회가 꾸려지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이번 방한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을 놓고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의 말뿐인 구호보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아도 “기억하고 있다"는 교황의 진심 어린 위로가 국민들의 공감대를 샀다.

약하고 소외된 이들을 챙기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따뜻한 손길이 세월호 참사로 크나큰 아픔을 겪은 희생자 유가족을 어루만지면서 방한 나흘째인 17일 오전 궁정동 주한교황청대사관에서 세월호 사고로 숨진 안산 단원고 학생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에게 교황과 똑같은 프란치스코로 세례를 줬다. 이씨는 고 김웅기 군의 아버지 김학일 씨 등과 함께 도보 순례단을 꾸려 지난달 8일 진상 규명 등을 촉구하며 십자가를 메고 단원고를 출발해 지난 13일 대전에 도착했다.

교황은 일일이 얘기를 들어주고 도보 순례단이 전달한 ‘세월호 십자가'를 로마에 가져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월호 유가족이 전달한 ‘노란 리본'은 이후 이어진 교황의 방한 일정 내내 교황의 왼쪽 가슴에 달려 있어 전세계에 전하는 상징적 위로의 표식이 됐다.

앞서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에 앞서 카 퍼레이드를 하던 중 세월호 유가족 400여명이 모여 있는 광화문 광장 끝에 다다르자 차를 멈추게 한 뒤 차에서 내려 유가족들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아끼지 않았다.

교황이 한국을 방문하는 목적은 청소년대회와 시복식이다. 하지만 국내 언론에서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하여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황은 천주교라는 거대 종교 단체의 최고 지도자다. 가난한 이웃을 위한 삶, 나보다 타인을 위한 삶, 겸손하고 검소한 삶을 추구하며 3가지 예가 주목을 끌고 있다.

첫째는 상대주의라는 거짓된 빛이라고 했다. 교황은 “여기서 말하는 상대주의는 단순한 하나의 사고 체계가 아니라 우리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매일의 일상에서 실천되는 상대주의"라면서 “상대주의는 진리의 빛을 흐리게 하고, 우리 발이 딛고 선 땅을 뒤흔들며, 혼란과 절망이라는 종잡을 수 없는 상황 속으로 우리를 밀어 넣는다"고 말했다.

세상이 그리스도인들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두 번째 방식은 피상성이라는 대목이다. 피상성은 무엇이 옳은지 분별하기보다는 최신 유행이나 기기, 오락에 빠지는 경향을 말한다. 이는 성직자들의 사목 활동과 그 이론에도 영향을 미쳐 신자들과의 만남을 가로막고, 특히 탄탄한 교리 교육과 건전한 영성 지도가 필요한 청년들과의 직접적이고 유익한 만남을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 번째 유혹으로는 쉬운 해결책, 이미 가지고 있는 공식, 규칙과 규정들 뒤에 숨어 확실한 안전을 택하려는 경향을 들었다. 교황은 진정한 대화에는 그리스도인이라는 분명한 정체성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능력도 요구된다. 다른 이들이 하는 말을 듣는 것만이 아니라 말로 하지는 않지만 전달되는 그들의 경험, 희망, 소망, 고난과 걱정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진정한 대화는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는 진정한 만남을 이끌어 낸다며 다른 이들의 지혜로 우리 자신이 풍성해지며 마음을 열고 다른 이들과 함께 더 큰 이해와 우정, 연대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교황의 이번 방한으로 한국 천주교회가 더욱 원래의 모습을 찾으려는 노력이 기대된다. 또한 한국사회의 종교적 발전과 미래를 향한 참으로 특별한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종교가 해야 할 일, 종교가 보여 주어야 하는 모습, 사람들이 종교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보다 명확한 선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교황 방한을 유명인사들이 관례적으로 치르는 일회성 행사가 되지 않고 참된 의미를 지닐 것이다.

특히 교황의 존재와 한국 방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속셈 등 방한의 참 의미를 왜곡할 수 있는 태도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한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이번 방한이 한국교회와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계기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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