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을 써야만 깡패인가?
주먹을 써야만 깡패인가?
  • 설석용 기자 kmaeil86@naver.com
  • 승인 2014.12.17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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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가장 싸움을 잘 했던 사람을 떠올려 보면 ‘김두한’이라는 이름 석 자가 나올 것이다. 2002년 전 국민을 싸움꾼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던 드라마 ‘야인시대’를 보면 김두한은 조선을 위해 일본과 맞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걸었다.

투박하고 거칠게만 느껴졌던 깡패가 이렇게 정의롭게 느껴진 것은 자신의 주먹을 정당하고 올바르게 사용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도 광명경찰서에서는 억대 상습도박으로 정치인 등 7명을 검거했다. 검거된 정치인은 지인이 운영하는 한 음식점 별관에 원탁과 의자 등을 비치한 후 자신의 지인들과 도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이 도박을 했던 A씨는 도박을 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동영상을 입수한 한 지방지 신문기자는 그 정치인에게 향우회라며 접근하기 시작했다. 사건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해당 기자는 언론무마의 조건을 내밀며 2억 원을 요구한 끝에 결국 1억 6천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당시에 받은 돈은 검찰청으로 넘겨졌다.

말 한마디에 2억 원 가까이 받아 낼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그 어떤 주먹이 무서울까?

이로 인해 깡패의 기준이 모호해지고 있다. 위화감을 조성하고 협박을 일삼고 금품을 갈취하여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는 사람이 깡패라고 알고 있었는데, 종류는 다양했다.

커다란 덩치에 깍두기 머리를 하지 않아도, 큰 소리로 겁박을 하지 않아도 금품을 갈취하는 데에는 조용히 몇 마디 던지면 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요즘 깡패들은 사업체를 차려 본업에 충실하며 경영을 한다.

알량한 협박으로 돈 몇 푼 뜯어내는 것은 그들에게도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깡패의 정의를 바꿔도 좋을 것 같다.

기자시험을 준비하는 신촌의 수많은 지망생들 사이에선 언론사 입사를 ‘언론고시’라 부른다. 그만큼 기자가 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다.

고시라는 이름이 붙을 만큼 어려워진 언론시장에 발을 들여놓겠다고 애를 쓰고 있는 대한민국 청춘들이 바라는 것은 ‘정의구현’이다. 언론사 지망생들에게 이런 부정을 저지르지 않도록 인성을 바로 잡는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

손에 쥐어 준 칼로 남을 위협하는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노력을 잘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발전한다.’ 필자가 기자를 준비하면서 항상 했던 생각이다. 정치판을 비판하기 전에, 사회의 부패를 바로 잡기 전에 우리나라 언론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보란 듯이 부정을 저지르는 언론, 명함이 주어졌다고 해서 누굴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건지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설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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