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아픔 이겨낸 단원고 졸업식
세월호 아픔 이겨낸 단원고 졸업식
  • 경인매일 kmaeil86@naver.com
  • 승인 2015.01.1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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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과 함께 단원고 3학년 졸업식이 시작됐다.

졸업식은 졸업생 505명을 비롯해 교사, 학부모 등 약 1000명의 사람들이 함께 했다.

2학년 여학생들의 깜짝 공연이 졸업식의 시작을 알렸다. 큰 아픔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선배들을 향한 감사의 마음으로 준비한 공연이다. 2학년 여학생들은 눈물을 훔치며 끝까지 이선희의 ‘인연’을 노래했다. 곧 이어 조금은 발랄한 분위기로 뮤지컬 그리스의 '위 고 투게더(We go together)'를 합창하며 축하무대를 마쳤다.

공연을 본 졸업생들과 하객들은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2학년 대표로 송사를 낭독한 최민지 양은 읽는 내내 눈물을 흘리며 "만발한 벚꽃나무에서 사진을 찍던 봄, 모두가 슬픔에 주저앉았던 그 봄을 굳건하고 듬직한 선배들이 있었기에 견뎌낼 수 있었다"며 "선배들의 빈 자리를 채워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지만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부끄럽지 않은 후배가 되겠다"고 졸업하는 선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졸업생 대표 오규원 군은 "고교 3년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성숙하게 하고 사회로 첫 발걸음을 내딛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며 “우리들이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이유는 선생님의 은혜, 부모님의 사랑, 함께 울고 웃으며 지낸 친구들, 힘든 시기를 잘 이겨 내준 후배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사를 전했다.

학교장과 학부모의 격려도 이어졌다.

세월호 희생자와 졸업생을 함께 둔 한 학부모는 ‘단원고라는 꼬리표가 붙더라도 상처받지 말고 강하고 담대하게 헤쳐나가라’고 당부했다.

추교영 교장도 회고사를 통해 ‘4·16참사로 희생된 2학년 250명 학생들의 넋을 영원히 기리기 바란다’며 ‘나와 선생님, 우리 어른들은 해마다 그날이 오면 추모와 참회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여러분도 기꺼이 동참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2학년 남학생들이 장식했다. 지휘자 포함 18명의 남학생들이 무대로 나와 잔잔한 목소리로 인순이의 ‘아버지’를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졸업 축하드립니다’라고 환호성을 지르며 재밌는 포즈를 취한 뒤 퇴장했다.

졸업생과 하객들은 슬픔 속에 씩씩한 모습을 보여준 단원고 2학년 학생들에게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추모와 애도, 축하가 함께한  단원고 제8회 졸업식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설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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