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의 기자수첩]양보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희생
[윤성민의 기자수첩]양보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희생
  • 윤성민 기자 kmaeil86@naver.com
  • 승인 2015.01.26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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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판 모세의 기적… 정말 한국 맞아?’라는 제목을 달고 올라온 한 편의 동영상이 SNS와 각종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었다.

사이렌을 울리며 접근하는 구급차의 길을 터주기 위해 도로의 차량들이 질서 있게 좌·우로 갈라지는 모습의 영상이었다.

언뜻 한국인들의 향상된 시민의식을 정면에서 마주한 것 같아 명랑한 기분이었지만, 제목의 뒷부분 ‘정말 한국 맞아?’가 눈에 밟혔다.

작성자 스스로도 한국인 것이 믿기지 않았는지 의문형으로 달아 둔 제목이었고, 네티즌들 또한 믿어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좋은 사례로 남을 멋진 시민의식을 스스로 믿지 못하는 이러한 현상은 현재 대한민국의 의식이 어느 정도에 서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볼 수 있다.

경기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내 소방관서의 출동건수는 작년 한 해에만 53만 건으로, 59초 당 한 번 꼴로 출동명령이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경기도 내 6,426명의 소방관이 활동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그들 업무의 방대함을 짐작할 수 있다.

긴급구조에는 일명 ‘골든타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것은 사고나 사건에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초반의 긴급한 시간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시간이 환자의 생명을 좌지우지한다니 그야말로 금쪽같은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소방차나 구급차가 그토록 중시하는 골든타임을 배려하지 못한다. 촉박한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생활 형식이, 생명을 다루는 더욱 귀중한 시간을 붙잡아두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사이렌 소리가 들려 창문을 열어보면 정지선에 정차한 차량 뒤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소방차의 모습이나, 골든타임을 엄수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곡예운전을 하는 구급차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시민의 배려를 받지 못해 무리한 주행을 하는 긴급차량은 자칫 다른 사고를 촉발할 수 있는 도화선이다.

세월호의 참극에서 골든타임의 중요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처럼 중요한 골든타임을 엄수하기 위해 미국의 경우 긴급차량 출동을 위해 긴급차량 전용도로를 설치하고, 교통신호제어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으나 우리의 경우 차량의 방송과 수신호를 통한 양보 요청만으로 긴급출동이 이루어진다.

긴급차량의 통행을 전적으로 국민의 시민의식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급박한 현장으로 달려가는 소방차와 구급차는 촌각을 다툴 수밖에 없다.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이 함께 타오르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소방차를 위한 배려, 작은 시민의식은 내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위한 숭고한 행위이다.
양보라는 작지만 넓은 배려심이 내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보호한다.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선진 시민의식이 바탕이 되어 ‘한국판 모세의 기적… 역시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이 어색하지 않을 그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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