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의 기자수첩]임금도 암행에는 변복을 한다
[윤성민의 기자수첩]임금도 암행에는 변복을 한다
  • 윤성민 기자 kmaeil86@naver.com
  • 승인 2015.01.27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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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성종은 암행을 즐겼다.

민심을 직접 경험하고 그들의 생각을 직접 듣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성종의 암행은 왕의 출도라 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너무나 초라했다.

왕이 번쩍번쩍한 차림으로 국민의 앞에 서게 된다면 당연히 국민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으리라 생각한 임금의 따뜻한 배려였다.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임금의 생각도 이러했다.

하지만 수 백 년이 지난 지금, 권력자들의 출도는 그렇지 못하다.

당시로 치면 일개 고을의 사또일 뿐인 지방 자치단체장들의 행보는  하나하나가 보도 자료로 뿌려지고, 수많은 기자를 대동한 휘황찬란한 보여주기 식 행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감투를 쓰게 되면 누구나 어깨가 올라간다.

하지만 성종은 임금이라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낮아지길 꺼려하지 않았다.

남 도지사와 이 부지사에게도 이러한 자세가 필요하다.

도지사의 위치에 선 사람이라면 행정적으로 박식할지 몰라도, 정작 시민들의 애로사항을 눈높이에서 마주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들보다 낮은 자리에 있는 시민들이 스스로의 불편함에 대해서는 더욱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각종 보도 자료와 띄워주기로 점철된 ‘도지사와 부지사가 찾아갑니다’가 과연 진정한 도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도지사와 부지사는 도민들에게 결코 쉬운 사람이 아니다. 빳빳한 정장을 차려입고 수행원들과 기자들을 몰고 다니며 움직이는 도지사에게 시민들이 진솔한 목소리를 내기는 참 어려운 일이라고 여겨진다.

이것이 남 도지사가 시민을 찾아가는 이번 행사가 예쁘게만 보이지는 않는 까닭이다.

자세를 낮추어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자하는 이번 행사의 취지는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진솔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도민들은 그저 남 도지사의 엑스트라일 뿐이다.

그들이 참여하는 소통행정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그저 전시행정의 들러리로 전락하고 만다면 도지사의 방문을 받는 도민의 입장에서도 고깝게 느껴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수백 년이 흘렀다. 기술과 과학은 발달하고 세상의 모든 것이 편해졌다.

그러나 권력자의 지혜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있다. 아니, 과거의 지혜를 본받지도 못하고 있다.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자 하는 이번 일정이, 보여주기 식의 회동이 아니라 진실한 도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며 이번 행사를 통해 감투를 내려놓고 도민과 한 층 더 가까워지는 도지사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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