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의 기자수첩]두 동강 난 광장, 새로 잉태된 과제
[윤성민의 기자수첩]두 동강 난 광장, 새로 잉태된 과제
  • 윤성민 기자 yyssm@naver.com
  • 승인 2019.10.15 13:58
  • 댓글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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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습니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조국 법무부장관 사임 발표문 발췌
윤성민 기자
윤성민 기자

(경인매일=윤성민기자)온 나라가 두 쪽으로 갈렸다.

영남과 호남이 대립하던 지역감정은 아득히 초월한지 오래다. '틀딱'이라는 해괴한 신조어마저 등장해 신세대와 구세대가 분열하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우리 사회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간 대립과 갈등의 골을 이어받았다.

끝없는 대립과 갈등이 사회 곳곳에서 표출되는 이 때, 급기야 조국 법무부장관의 거취를 두고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국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을 연호하는 서초동과, ‘조국 퇴진’과 ‘문재인 하야’를 주창하는 양 광장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조국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촉발된 이 갈등과 대립의 목적지는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당시 누적인원 1,600만 명을 헤아리는 촛불로 점화된 광장의 아우성은 문재인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광장의 소리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들었고, 이와 함께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라며 “지역과 계층과 세대간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그러나 조국 사태에서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실책은 뼈아프게 다가온다. 결국 조국 사태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에 대한 여론이 심상찮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최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를 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주 연속 최저치를 경신했고, 부정평가는 2주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文정부 집권 이후 처음으로 자유한국당에게 지지도를 역전당하기도 했다.

정권은 국민들의 이 같은 목소리를 들어야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두 동강난 광장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는 보수층만의 목소리가 아닌 모양새다. 자신 스스로 ‘진보’라 생각하는 진보층의 긍정평가 또한 3% 하락했다. 이러한 상황 속 중도층 움직임도 심상찮다. 진보층과 중도층의 이탈은 문 정권에게도 치명상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산 소고기로 촉발된 이명박 정권의 촛불집회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촛불집회 당시 그들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바닥에 가까웠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과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봤기에 ‘광화문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를 품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소통의 부재가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당 간의 분위기도 갈리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조국 사퇴는 애국시민의 승리”라 자평했고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검찰개혁에 대한 조국 장관의 의지와 계획이 마무리되지 못한 채 장관직을 물러나게 되어 안타깝고 아쉽다”고 했다.

양 당 또한 자만하거나 안타까워 할 시간이 아니다. 결코 자유한국당이 이긴 것이 아니고, 더불어민주당이 진 것이 아니다. 조국 법무부장관의 사퇴를 외친 목소리와 수호를 외친 목소리 모두 국민의 목소리다. 이제는 정부와 여·야가 힘을 합쳐 이 갈등을 봉합할 때다.

광장이 두 동강이 났다. 국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목소리를 외쳤다. 조국 법무부장관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에 국민들은 양 진영으로 갈려 분노했고, 미처 표출하지 못한 분노는 내년 총선에서 토해낼 것임은 명약관화다.

양 당은 이제 정치놀음은 잠시 내려두고 광장의 분열을 해소하고, 상처받은 민심을 위로해야 한다. 조국 법무부장관의 사퇴는 결국 또 다른 숙제를 낳았다.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과 국민을 위한 갈등의 봉합, 이것이 정치권과 문 대통령에게 남겨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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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9 09:01:56
두 동강난 광장과 이제 새로 잉태된 과제에 대한 글 잘 읽었어요

2019-12-19 08:59:39
두동강난 광장을 새로 잉태된 과제로 보신 기자님의 안목이 훌륭하십니다

W 2019-12-11 09:37:21
기자님 짱 멋있다

돼지엄마 2019-12-02 13:24:52
지역감정은 옛말이고 지금은 보수와 진보감정의 시대가 되버린듯

둘이하나 2019-11-30 18:46:21
화해가 답이고 배려가 답이고 이해가 답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