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감염병법 1심 무죄 판결의 의미
신천지 감염병법 1심 무죄 판결의 의미
  • 권영창 기자
  • 승인 2021.01.18 17:26
  • 댓글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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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정서와 죄형법정주의, 그리고 법치주의
수원지방법원
수원지방법원

(경인매일=권영창기자)수원지방법원 형사11부(재판장 김미경 부장판사)에서 지난 13일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총회장 이만희, 이하 신천지예수교회)의 감염병의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위반(이하 감염병법) 여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이후, 판결 내용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감염병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판결문에서 "시설현황 요구는 역학조사 자체가 아니라 역학조사를 위한 준비단계이기에 역학조사 방해로 처벌할 수 없다"며 "교인명단 요구 역시 역학조사 자체가 아니라 역학조사를 위한 준비단계로 이루어진 감염병법 제76조의2 '정보제공요청'이기에 역학조사 방해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함에 따라 '역학조사'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감염병법, 그리고 역학조사

'감염병법'은 "국민 건강에 위해(危害)가 되는 감염병의 발생과 유행을 방지하고, 그 예방 및 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 건강의 증진 및 유지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제1조에 명시돼있다.

'역학조사'는 "감염병환자등이 발생한 경우 감염병의 차단과 확산 방지 등을 위하여 감염병환자등의 발생 규모를 파악하고 감염원을 추적하는 등의 활동과 감염병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사례가 발생한 경우나 감염병 여부가 불분명하나 그 발병원인을 조사할 필요가 있는 사례가 발생한 경우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하여 하는 활동을 말한다"고 제2조의17에 나와있다.

내용에 대해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시행령)' 제12조에 규정돼있다. ▲감염병환자등의 인적 사항 ▲감염병환자등의 발병일 및 발병 장소 ▲감염병의 감염원인 및 감염경로 ▲감염병환자등에 관한 진료기록 ▲그 밖에 감염병의 원인 규명과 관련된 사항으로 구성됐다.

방법에 대해서는 시행령 제14조를 통해 ▲설문조사 ▲면접조사 ▲인체나 환경 또는 매개 곤충이나 동물의 검체 채취 및 시험 ▲의료기록 조사 및 의사 면접이라고 나와있다.

시설현황, 교인명단 제출...역학조사가 아닌 역학조사 '준비(자료수집)' 단계

검찰은 지난해 2월 신천지예수교회에서 방역당국에 제출한 시설 및 교인명단에 대해, 일부 시설누락 및 명단 미제공이 '역학조사 방해'라며 신천지예수교회 관계자들을 수원지방법원에 기소했다.

이에 대해 수원지방법원은 "방대본에서 제출을 요구한 것은 감염병환자등의 인적사항이나 발병장소에 대한 것이 아니라 감염여부에 관계 없이 모든 신천지 시설과 교인명단을 요구한 것이므로 역학조사의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또 피고인 앞으로 보낸 공문이 설문조사, 면접조사 등에 해당하지도 않으므로 시행령이 정한 역학조사의 방법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시설현황과 교인명단 제출은 역학조사라고 볼 수 없다고 한 수원지방법원은 "이와 같은 시설과 교인명단은 역학조사 자체라기보다는 역학조사를 하기 위한 준비단계여서 자료수집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대본 역시 공문에서 '역학조사를 실시하기 위한 정보 제공을 요한다'고 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역학조사와 이를 시행하기 위한 자료수집의 단계를 명백히 구분했다.

죄형법정주의 명시...피고인에게 불리한 확장해석 No!

이번 판결에서 주목해야 할 이슈 중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바로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다.

수원지방법원은 판결문에서 "검사는 역학조사를 위한 자료수집 또한 역학조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역학조사는 인적사항, 방문장소, 만난 사람 등에 관한 정보가 노출되어 개인의 사생활 보장에 관한 기본권을 제한하고, 형사처벌의 전제가 되므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범위를 확장하여 해석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을 미리 법률로써 규정하여야 한다는 근대형법상의 기본원칙을 의미한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행위라 할지라도 법률이 범죄로서 규정하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없으며, 범죄에 대해 법률이 규정한 형벌 이외의 처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취지다.

국민정서와 죄형법정주의 사이...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죄형법정주의를 강조한 이번 판결에, 신천지예수교회를 고소했던 당사자들은 허탈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또한 일부 정치권과 인사들을 중심으로 수원지방법원의 판결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코로나19 대규모 감염으로 인해 분노해있는 국민의 정서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과 추후 방역당국이나 지자체 차원 역학조사에 불응할까에 대한 우려에 기반한다.

하지만, 현행법에 의거해 적용해야 하는 사법부의 입장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법조계를 중심으로 만만치 않다. 시대정신에 맞는 법을 만들어가는 것은 입법부인 국회의 몫이고, 사법부인 법원은 현재의 법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감염병법, 역학조사, 죄형법정주의를 키워드로 한 1심 판결 이후, 정치권과 법조계를 위시한 후속 움직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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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ffld 2021-01-28 00:12:10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권력에 굴하지 않은 용기있는 사법부의 정의로운 판결에 더이상 억울한 일 없기를 바랄뿐이네요~!!!

제니 2021-01-23 21:56:35
근데 수십만의 교인명단을 제출하는것도 쉽지 않을거 같은데.. 일반교회라면 불가능한거 아닌가싶네요~ 신천지에 유난스럽게 압박을 가했다는 생각은 나만 그런가? 무죄판결은 당연한듯

dldms 2021-01-23 20:31:33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네요. 앞으로도 공정한 판결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Jhj 2021-01-23 14:58:01
죄형법정주의라는 말은 생소한 단어인데 중요한 단어였네요. 비난받을 만한 사건들이 제대로된 처벌을 받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울때도 있었지만 처벌할 규정이 없음에도 여론에 따라서 처벌이 정해지는 것도 억울해질 것 같네요. 앞으로는 이런일이 없도록 법률 제정에도 힘써야할 것 같아요.

이이이런 2021-01-23 13:46:12
법은 법대로 해야지 정치가 법에 개입 하면 나라가 어디로 가겠나? 그래야 억울한 일이 덜 생길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