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남북 접경지역을 가다] ①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기획 남북 접경지역을 가다] ①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 박정훈 기자
  • 승인 2019.03.29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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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교에서 금강산까지 90km… 끊어진 철길 언제 다시 이어지나
동두천~연천 ‘복선전철’ 공사착수… 내달 1일부터 열차운행 중단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도창리와 갈말음 정연리 경계에 있는 끊어진 철길은 과거 금강산까지 90km의 철길로 이어져 있었다. 다리에 '끊어진 철길! 금강산 90키로'라는 문구가 보이고 아래로 한탄강이 흐른다. 박정훈 기자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도창리와 갈말음 정연리 경계에 있는 끊어진 철길은 과거 금강산까지 90km의 철길로 이어져 있었다. 다리에 '끊어진 철길! 금강산 90키로'라는 문구가 보이고 아래로 한탄강이 흐른다. 박정훈 기자

“이 철교로 90km만 가면 금강산에 도착합니다.”

강원도 철원 남방한계선 바로 밑에 있는 끊어진 철교. 이곳에서 열차를 타고 90km를 달리면 금강산에 도착한다. 과거 남북이 하나였을 때 사람들은 이 길로 금강산 구경을 다녔다. 철교의 길이는 100여m 남짓에 두 사람이 지날 정도로 폭이 좁다. 철교 끄트머리에 다다르니 날카로운 가시철조망이 앞을 가로막는다. 더 이상 갈 수 없고 언제 다시 길이 열릴지 모른다. 사람들은 이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 두리번거리다 이내 발길을 돌렸다.

 

김용순(62) 문화관광해설사는 “언제 다시 열차로 금강산에 갈 수 있을지 모르니 지금 이 다리를 건너갔다오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세요”라고 말했다.

 

이 교량은 1926년 금강산전기철도용으로 세워졌으며 철원역을 시발로 종착역인 내금강까지 총 116.6km에 이른다. 과거 하루 여덟 번 운행했으며 내금강까지는 4시간 반이 걸렸다고 한다.

 

철원군 김화읍 도창리와 갈말음 정연리 경계에 있는 끊어진 철교는 백골부대가 지키고 있는 남방한계선 2km 부근 DMZ이다. 지난 2014년 코레일과 3사단이 MOU를 맺고 'DMZ평화열차'를 만들어 민간인들이 최전방까지 들어와 남북한 분단의 현실을 대면할 수 있도록 했다. DMZ 철책 너머로 북한의 GP와 북녘 하늘이 보여야 하지만 이날은 미세먼지로 인해 남쪽에서 가장 가까운 북한 초소조차 보이지 않았다.

 

철교 아래로 흐르는 한탄강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자연 그대로 깨끗했다. 한탄강 상류를 바라 보니 화강암으로 된 주상절리가 눈에 들어온다. 한탄강을 기점으로 눈으로만 볼 수 있는 DMZ 철책선이 끝도 없이 양쪽으로 뻗어있다.

 

이성수(65.가명) 씨는 “이곳과 인연이 깊다. 동두천에서 근무했고 아들도 백골부대에서 근무했다”면서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몰라 오게 됐다”고 말했다.

 

동두천~연천을 연결하는 경원선 복선전철 공사로 지난 2년 동안 운행해 왔던 DMZ 평화열차는 오는 4월 1일부터 운행을 중단한다. DMZ 구간을 볼 수 있는 코스도 이달 말로 끝난다.

 

철원 백마고지 전적비·노동당사 등 분단과 평화 상징물 탐방

 

①백마고지 전적비에서 백마고지를 바라본 모습. ②백마고지 전투에서 사용한 탄피를 모아 백마고지 전투의 모습을 형상화한 동판. ③월정리역에 있는 녹슬어 고철이 된 열차의 모습.
①백마고지 전적비에서 백마고지를 바라본 모습. ②백마고지 전투에서 사용한 탄피를 모아 백마고지 전투의 모습을 형상화한 동판. ③월정리역에 있는 녹슬어 고철이 된 열차의 모습.

 

철원평야는 아직 모내기가 시작되지 않았다. 곳곳에는 아직 떠나지 않은 겨울 철새들이 논에 떨어진 벼 낟알을 쪼며 배를 채우고 떠날 채비를 한다. 철원은 추수를 끝내고 곧바로 추경하지 않는다. 추수한 뒤에 땅을 갈아엎지 않고 겨울철새의 먹이를 남겨놓는다.

 

철원은 계절에 따라 모습이 바뀐다. 모내기가 끝나면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가을이 되면 황금벌판으로 물든다. 겨울이 되면 재두루미 떼가 DMZ 부근으로 날아와 겨울을 난다. 사람이 주인이지만 사람은 넘어갈 수 없다. 남북은 새들만이 왕래할 수 있다.

 

철원 일대에서 벌어진 백마고지 전투는 1952년 10월 국군 제9사단이 중공군 제38군과 6·25전쟁 당시 가장 치열하게 고지 쟁탈전을 전개했던 곳이다. 당시 10일 동안 12차례 전투가 반복되면서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고 국군 제9사단이 마침내 고지를 점령했지만 3천4백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6·25 최대 격전지였다. 백마고지 전적비의 시계탑은 6시 25분에 멈춰 있다.

 

노동당사는 분단의 상징으로 전쟁 당시 그대로 보존돼 있다.
노동당사는 분단의 상징으로 전쟁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노동당사는 분단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상징물이다. 철원은 남북이 둘로 나뉘기 전까지 북한 땅이었다. 북한은 이곳에서 양민을 수탈하고 애국지사를 체포, 가두고 고문한 곳으로 사용했다. 6·25전쟁 후 남한이 철원을 탈환하면서 남한 땅이 됐다.

노동당사가 민간인통제구역에서 제외되면서 평화콘서트와 열린음악회가 열렸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제는 평화의 상징물이 됐다. 노동당사 건물 곳곳에는 당시 폭파로 무너지고 깨진 전쟁의 상처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탱크가 밀고 올라간 계단은 갈라지고 무너진 상태 그대로 보존돼 있다.

 

한국전쟁 이후 단절됐던 경원선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12년 11월 신탄리부터 철원 백마구간이 복원됐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5월 북핵실험으로 백마고지역~월정리역 구간 복원공사는 10개월 만에 전면 중단됐다. 최근 남북한 지도자들이 만나 평화에 한 발짝 다가간 듯 했지만, 북미 협상 중단으로 고조됐던 남북평화 기류가 한풀 꺾이고 말았다. 금강산으로 이어지는 철도도 언제 다시 이어질 알 수 없다. DMZ를 경계로 두루미떼와 겨울철새만이 남북을 자유롭게 오갈 뿐이다.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백마고지역~월정리역 구간 복원공사는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DMZ평화열차는 오는 4월 1일 운행을 중단한다.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백마고지역~월정리역 구간 복원공사는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DMZ평화열차는 오는 4월 1일 운행을 중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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