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의 기자수첩]비정규직 제로화 선언으로 되짚어본 한국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
[윤성민의 기자수첩]비정규직 제로화 선언으로 되짚어본 한국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
  • 윤성민 기자 yyssm@naver.com
  • 승인 2017.05.26 14: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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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계층, 모든 직종에서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의 절망이 자라고 있습니다.
전 이 차별의 벽, 절망의 벽을 무너뜨리려고 합니다" - 주간 문재인 5회, '비정규직의 눈물'中

 

 박근혜 정부는 구조개혁에 실패했고, 노동개혁에서도 실패를 맛봤다.

정부가 제시했던 과제들은 그대로 먼지 쌓인 채 쌓였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에도 실패했다. 그들의 공약은 보여주기 식 행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박근혜 정부는 대한민국 경제의 실상을 읽지 못했고 그 시스템을 따라가지 못했기에 메아리 없는 외침만을 내질렀을 뿐이다.

작금의 상황에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지 20여 일이다. 수많은 국민들은 그 수만큼이나 많은 기대와 시선으로 이번 정권을 바라본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기대하는 마음과 큰 선망.

이런 국민들의 기대 저변에 깔린 대한민국 경제구조의 현실을 차근히 되짚어봤다.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 시스템은 정규직 임금의 60%밖에 받지 못하는 수백 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는 이보다 더욱 아득히 거슬러 올라간 곳에 그 본질이 있었다.

비정규직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인력 고용 형태다. 당시 국회는 경제위기를 이유로 정리해고법과 파견법을 통과시켰고, 대한민국 사회에서 비정규직이 급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 문제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창의성은 요구하지 않고 그저 시험만 중시하는 작금의 교육시스템과, 공공기관에서 부르짖는 공익사업의 수익성 부재, 부를 독점하고 있는 기득권 집단들의 아집과 탁상공론이 모여 현재 비정규직의 가속화에 힘을 실었다.

시험에 정격화 된 사회 초년생들은 그들의 생각과 사고를 펼칠 줄 모르는 사회인으로 거듭나고, 시민대다수를 위한 희생인 '공익'은 결국 공공·유관기관의 적자를 야기해 비정규직 채용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뿐이랴. 일선 실무는 뒤로한 채 부르짖는 탁상공론은 각종 '규제'와 이해하지 못 할 '정부 방침'을 키워내는 인큐베이터가 된지 오래다.

결국 이러한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비정규직 제로화는 꿈만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앞선 문제들을 생각지 않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이는 사상누각일 뿐이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다.

탄탄한 기반에 짓지 않은 누각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 부작용이 나타나는 시기가 이번 정권이 될지, 다음 정권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문재인 정권은 '일자리 대통령'으로 불린다. 일자리정책 컨트롤타워로 대통령 직속 '국가일자리위원회'를 출범시키는 한편 일자리 100일 플랜을 가동하고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화를 천명했다.

국민들은 새 정권의 이 같은 파격적 행보를 반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구조개선이 선행되지 않은 무분별한 정규직 전환은 또 다른 역풍을 불러오게 될 뿐이다.

지금 당장은 비정규직의 정규화라는 멋진 누각을 세울 수는 있겠으나, 결국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행보가 실망으로, 분노로 변하는 것은 명약관화다.

문재인 정부가 우리 경제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위한 더욱 큰 그림을 그렸으면 한다. 국민들이 듣고 싶은 말들만 달콤하게 내뱉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경제 현안에 대한 깊은 고민과 불편한 진실을 동반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국가경제 개혁의 출발점에 서는 것이다.

이전 정부는 쓴 소리를 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경제개혁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국민들이 마주칠 불편한 진실을 결코 말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은 박근혜 정권을 반면교사 삼아 침체의 끝이 보이지 않는 한국경제 침체의 고리를 끊어야 할 것이다.

정부 예산으로 통 크게 제공하는 선심성 '무상' 정책들은 결국 단기 처방밖에 되지 못하고, 단기 처방만으로는 큰 병을 고치지 못한다는 것을 주지하는 문재인 정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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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뚜 2019-10-15 14:21:19
항상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기자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