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설국열차의 탈선 위기
[덕암 칼럼] 설국열차의 탈선 위기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7.1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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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2013년 8월,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대한민국에 전 국민을 시원하게 만든 영화가 있었으니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였다.

빈부격차와 인간들의 계급에 따라 삶의 가치도 달라지는 현실을 가상의 열차로 비유한 공상영화다. 개봉하자마자 2주 동안 1위를 지키며 45일만에 927만 명의 관객수를 동원했다.

설국열차에서 보여준 사람들 간의 격차를 관객들이 간접적으로나마 공감대가 섰기에 구전을 통한 관람 경쟁은 식을줄 몰랐다.

요즘 들어 설국열차의 영화 내용이 데자뷰 되는 건 무슨 이유일까. 부동산 투기로 인해 집 장만의 헛된 꿈을 버려야 하는 서민들의 자포자기를 멀거니 바라보면서 마지막 칸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극빈층의 모습이 영화가 아닌 현실이기 때문일까.

코로나19로 질병과 가난이 난립한 가운데 앞 칸에서 던져준 재난지원금을 받기 위해 밀치고 얽히며 한 푼 이라도 더 건지려는 몸부림 또한 영화의 한 장면이다.

맨 앞 칸은 장차 열차를 끌고 갈 대표 승무원 자리의 후보가 8명에서 2명이 줄었다고 환호성을 지르고 뒤칸에서는 괴롭다고 아우성을 지른다. 별도의 제동장치 없이 마냥 달리는 설국열차는 흡사 아무 대책 없이 앞만 보고 미친 듯 질주하는 작금의 현실과도 유사한 부분이 많다.

먹고 살만한 나라에서 언제부터 조그만 인내도 없이 참지 못하고 힘든 일은 피했던가. 외국인 근로자들이 부족해서 농사지은 농작물을 손도 못대고 썩힌다고 하니 사람의 습관은 참으로 간사한가 보다. 국민들이 점점 게을러 진다.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일은 아무도 나서지 않아 취급하는 기술이나 노하우는 이제 해당 기술자가 퇴직하면 이어받을 후임이 없다.

자칫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고스란히 내준 기술을 다시 배우려면 얼마나 머리를 조아려야 할까. 부족한 인구는 다문화 2세들이 사회 전 분야에 진출하면서 채울 수 있겠지만 빼앗긴 영역을 확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모든 게 풍족한 기관실과 첫 번째 칸은 어제 뽑힌 6명의 후보들만이 즐기는 잔치다. 한 칸씩 갈수록 힘에 겨운 비명소리가 들리지만 각 칸마다 엄격한 그들만의 구분이 있기에 감히 타 넘으려는 일은 시도조차 못한다.

명문대, 대기업, 기득권의 1번 칸과 고위공직자가 되어 온갖 정보로 손도 안 대고 돈을 번 2번 칸은 그 나름 먹고산다. 지금처럼 자영업에 손댔다가 대출금만 잔뜩 끌어안은 마지막 칸은 사람도 아니다.

바퀴벌레를 갈아서 식량으로 만들어 먹는 영화 속의 내용처럼 일회용 인스턴트 음식이라도 허기진 배를 채우는데 무슨 내용을 따질까.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이 그러하다.

열차의 앞칸과 뒤칸은 운명적으로 같은 기관차에 소속되어 있지만 모든 이들에게 차비를 받았다면 비슷하게 라도 먹고 살아야 할텐데 이러다 언제 탈선할는지 폭동으로 열차가 전복할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각자의 입장에서 볼 때 별개의 독립적 기구인 것 같지만 어느 하나가 탈선하면 모든 열차가 다 전복될 수 밖에 없는 게 설국열차의 운명이다.

기관사를 뽑는 D-day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지금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운행할 용감하고 멋진 기관사가 험한 세상의 징검다리가 되어 새로운 미래로 안내해주길 기대한다.

그러자면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운행 과정에 불필요한 짐은 버려야 한다. 연료를 아껴야 더 힘차게 갈 수 있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헛기침만 해도 머리 좋은 일부 공무원들이 짜놓은 정책은 하나 마나다.

효율성이 낮은 통일부와 여성부도 버려야 한다. 여권신장이라는 당초 목표가 남녀 간의 차별을 조장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대신 아이·어른도 몰라보는 막 가는 민족이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 윤리부를 신설하여 효를 실천하는 자식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반대로 부모를 몰라보고 홀대하는 자식에게는 과도한 벌금형을 부과하여 동방예의지국의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

당장에는 배고파 죽겠다고 악만 남은 계층이 있으니 그들 앞에 춤추는 오두방정은 자제하는 배려도 필요하다. 마지막 칸에 타고 있는 자들이 흥분하면 그 칸만 탈선 하는 게 아니라 열차 전체가 전복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어려울수록 지혜가 생기며 배짱도 겸해지게 마련이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질병과 경제와 흉흉한 민심에 누가 누굴 챙겨줄 여력이 없는 시절이다. 이럴 때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 백성들 간에 서로 고자질하여 원수를 만드는 일이다.

특히 코로나19의 방역준수 과정에서 신고를 받는 제도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아무리 일손이 부족하더라도 단속은 관계공무원이 할 일이지 민민 갈등의 동기가 되는 코파라치야 말로 당한 사람이 다음 위반자를 찾아 고발하는 악순환의 연속이 되기에 질병이 종식되더라도 이웃 간에 원수로 남는 것이다.

설국열차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집단에는 꼭 한 두 사람씩 자신의 먹을 걸 구하기 위해 남을 엮어 넣는 파렴치한이 있기 마련이고 그걸 조장하는 악인도 있게 마련인데 지금 대한민국 정부가 그 짓을 버젓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차는 어떤 식으로든 달린다. 모두가 기다리던 파라다이스를 목표로 눈보라를 헤치고 아득한 절벽위의 계곡을 질주한다. 즉, 어떤 식이든 다 지나간다.

참고 견뎌보자는 이야긴데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어려울 때 일수록 서로에게 가슴에 대못을 박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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