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금이 간 저수지 늦기 전에 막아야
[덕암 칼럼] 금이 간 저수지 늦기 전에 막아야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8.0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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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약 30년 전 필자가 남해 어느 해변 어촌마을의 저수지 공사에 중장비 기사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장마로 무너진 저수지를 복구하는 공사였는데 바닥부터 찰기가 진한 진흙층을 쌓아 올리고 외벽에는 별도의 자갈과 모래를 채우는 특별한 공법이었다.

6개월 동안 진행된 공사도중 연륜도 지긋하고 경험이 많은 현장소장 왈, 기존의 저수지는 안 무너진 게 이상 하리 만큼 허술했다는 전언이다. 다행이 높이가 낮았으니 인명피해가 없었다며 사전에 붕괴조짐이 있었음에도 설마 하는 안일함이 일을 키웠다는 지적이었다. 

시공과정도 문제였지만 유지관리에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천둥 벼락을 빼고 해일이나 태풍까지 사전에 조짐이 있다. 사람도 못 느끼는 지축의 진동을 쥐나 새가 집단으로 이주하는 과정을 볼 수 있듯이 인재로 인한 재앙은 전란이 발발하기 전 전운이 도는 것과 같다. 

필자는 긍정의 극치라 할 만큼 같은 일도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지만 작금의 상황을 보면 금이 가는 저수지를 보는 듯 하다. 지난 7월 5일 서울 화곡동에서 발견된 3명의 일가족 사망사건은 시기적으로 동등한 입장에 처해진 복지사각 층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어 8월 3일 오전에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주택가에서 인근에서 40대 남성이 사망한 지 오래된 채 악취로 인해 발견됐다. 위 사망 사건 모두 기초수급자였다. 단순사건으로 치부하기에는 이격거리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국적 추세를 감안한다면 실제 난세의 인명은 구조의 손길이 그리 보편적이라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7월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간한 자살예방백서를 보면 2019년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1만3,799명으로 전년 대비 129명이나 늘었으며 비율 또한 26.9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2018년에 비해 0.9%증가한 수치다. 가장 극심한 수치는 2011년도 였다. 

그해 15,906명, 하루 평균 43.5명이나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뉴스에는 국민정서를 봐가며 어쩌다 한 건씩 나오는 게 고작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러한 편파보도는 마찬가지겠지만 통계라는 게 민심을 흔들리게 할 여지가 있다면 현실과 다르게 시기 봐가며 이슈가 된다는 점이 씁쓸하다. 

잘되든 안 되든 수치의 취합은 있는 그대로 정해진 시기에 발표되어야 삶의 지침과 새로운 대안에 참고할 수 있는 것이지 권력의 레임덕이 오면 모아놨던 불편한 진실을 마구 쏟아져 내고 그게 아니면 묻어두는 여론의 불공정이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극단적 선택도 남녀 불평등이 성행하다. 성별로 남성이 70%여성이 30%정도가 자살로 인한 사망률에 도달하고 남자 38%에 비해 여성 16%가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 시도하는 건수와 사망하는 비율 모두 남자가 높다는 점이다. 

응급실까지 실려 온 자해나 자살시도자는 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았는데 그 중 50대를 기점으로 나이가 들수록 지중이 높았다. 어릴수록 정신적 어려움이 원인이지만 30대를 넘어서면 경제적 문제로, 60세를 넘어서면 건강에 대한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에서 지금까지 꾸준히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에는 13,018명으로 집계되었으나 이는 경제적 위기를 처음 직면한 시기고 본격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2021년 집계는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질병이 닥치면 더욱 긴장해서 자살률은 외려 떨어질 수 있지만 심리적 불안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고립감이 지속되면 사회 전반의 우울감이 증가하면서 그 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실태조사결과 2018년 2.34였던 우울감이 2021년 3월에는 5.7까지 상승하는 통계를 나타냈다. 

우려했던 저수지 뚝은 2022년부터 본격적인 붕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사회적 영향이 본격화 되는 2~3년 이후 자살 증가 가능성이 급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를 감지한 정부는 지난 6월 9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제4차 자살예방 정책위원회를 열고 자살예방 강화대책까지 발표했다. 

전 국민 우울증 자가 검진 체계구축, 유해화학물질의 불법유통을 차단하고, 자살 빈발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는 등 자살수단 및 장소 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고위험군 관리강화와 20·30 여성·노인 등에 대한 정서적 지원을 강화하는 등 맞춤형 대책을 세우고 있다.

이쯤 되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소지가 다분하다고 볼 수 있다. 국정 지지도 떨어진다고 쉬쉬하며 덮어놓을게 아니라 사전에 예방 할 수만 있다면 실상을 개방하여 소중한 인명을 지킬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처를 하는 게 국가이고 국민은 그 보호의 그늘아래 있어야 한다. 

통계를 책상위에 놓고 잔머리 굴리는 동안 현실은 어김없이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코로나19가 시작될 무렵 생명존중강사 과정을 듣고 보았던 소감을 어필하자면 사람이 강한 것 같아도 참으로 연약하며 혼자라는 판단을 할 때가 가장 위험하다는 것이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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