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끝과 시작, 더 모멘트(the moment)
[기자 수첩] 끝과 시작, 더 모멘트(the moment)
  • 이익돈 기자 mickeylee@naver.com
  • 승인 2021.08.05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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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이익돈기자) 대한민국예술인센터 4층에 로운갤러리가 있다. ‘로운’이란 이름은 우리 말 새로운, 이로운, 따사로운 등에서 따 왔다고 한다. 일흔 여섯의 여류 화가의 로운갤러리 초대전 전시회 ‘더 모멘트’(the Moment)가 끝나고, 다시 코엑스에서는 ‘코리아아트페어’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끝과 시작을 이어주는 접점의 순간, 삶과 죽음이, 죽음과 삶이 연결되는 순간, 우주 만물의 모든 게 다 순간 순간의 일이다.

일흔 여섯, 인생의 늦가을을 지나 겨울에 접어든 아티스트, 그녀는 영문학 박사로 대학 강단에서 평생토록 펜을 들었던 손을 예순 중반이 지나서야 붓을 든 파인 아트 아티스트이다. 지금 이 순간, 영원과 무한을 넘나들고 넓고 좁음을 넘어서고,
그저 지금, Present 현재만이 선물처럼 우리에게 주어짐을 아는 인문학자, 문학과 철학의 소양과 바탕이 남다른 전정자 작가이다.

일흔 여섯, 물과 자연의 리듬, 모멘트(moment)로 희망과 치유를 전하는 전정자 작가 (사진=이익돈 기자)
일흔 여섯, 물과 자연의 리듬, 모멘트(moment)로 희망과 치유를 전하는 전정자 작가 (사진=이익돈 기자)

‘Now & Here’ 지금 여기, 지금 현재, 여기 바로 이 순간의 소중함은 다시 말할 거리도 아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유명한 노래 ‘This is the moment’ 에서 노래하듯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날 묶어왔던 사슬을 벗어 던지고, 내 육신과 영혼마저 다 던지리라, 바치리라, 애타게 찾던 진실한 소원을 위해” 마음 속 깊이 간직한 꿈과 기도, 간절하고도 절실한 기도를 ‘지금 이 순간’ 그저 올릴 뿐.

작가의 작품세계는 ‘물’, ‘바다’에서 ‘자연의 리듬’, 그리고 최근 ‘모멘트’,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유자재, 무색 무취 무미한 원초적 바탕 물질인 물은 어떤 지형이나 그릇에도 맞추어 멈추거나 흐르며, 흘러내리기도 하고 스며들기도 하며 수증기로 날아가기도 얼음으로 굳어지기도 하는 신비스런 물질이다. 물을 두고 동양의 고전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 지자요수(智者樂水)라 하지 않았는가!

작가는 엄마 자궁의 양수 속에서 우리 인간이 자라나며 삼키고 토하다가 양수 밖으로 이 세상에 나와, 숨을 삼키고 토하고, 음식을 삼키고 남은 에너지를 토해내는 일상을, 물과 공기와 함께 함을 우리에게 내보인다. 바다의 물, 강물, 개울물 같은 자연의 물이 반 추상으로, 때로는 추상으로 내던져진다. 물의 흐름은 시간과 공간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자연의 리듬으로 보여지고, 다시 순간(moment)으로 흐름(flow)으로 “빈 캔버스 화면에 반복적으로 삼키고 뱉어 놓은 우연의 빛깔과 필연의 흐름 속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 내보여지고 있다.

전정자 작가의 작품 ‘모멘트’(moment): 97X162cm/mixed Media/2021 (사진:이익돈 기자)
전정자 작가의 작품 ‘모멘트’(moment): 97X162cm/mixed Media/2021 (사진:이익돈 기자)

운명을 ‘토하고’ 본능적으로 ‘삼키는’ 이 끊임없는 반복의 시간들도 어느 한 순간, 자연으로 돌아가 물거품처럼 사라짐을 보여준다.  우주의 파장, 울림, 흐름, 자연의 소리 같은 ‘자연의 리듬’ 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삼키고 토하며 각자 자연과 하나가 되어가는 우리 인간, 모든 게 한 순간임을 보여준다. 영겁의 시간, 영원(eternity) 역시 한 순간(moment)임을. 일 미진(一 微塵) 일 순간(一 瞬間), 일처 (一處) 일시(一時), 무한 공간(無限 空間) 무량 원겁(無量 遠劫), 찰나(刹那) 영겁(永劫)이 둘 아닌 하나임을 전정자 작가는 깨닫고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것을 60대 후반에 시작해도 늦지 않음을, 70중반에도 각자의 몫인 ‘희망’과 ‘치유’를 추구하고, ‘자연의 흐름’과 시공간이 둘이 아니요, 길고 짧음이나 멀고 가까움이, 또 크고 작음이나 넓고 좁음이 둘 아닌 하나임을 작가는 보여준다. 작가는 물이나 공기를 “삼키고 토하는 치열한 순간 순간들이 모여 우리의 삶이자 우주의 시공간(time-space)임”을 물과 흐름을 통하여, 자연의 리듬을 통하여 그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전정자 작가의 작품 ‘모맨트’(moment) – 춘하추동 (Mixed Media/ 2021)
전정자 작가의 작품 ‘모맨트’(moment) – 춘하추동 (Mixed Media/ 2021)

“의도할 수도, 정의할 수도, 해독할 수도 없고, 다만 이 순간(moment)에 집중할 뿐”이라고 전정자 작가는 ‘로운 갤러리 초대전’을 끝내며 조용히 말하고 있다. 또 다시 코엑스 전시홀에서는 ‘코리아아트페어’가 시작되고, 올해 겨울 11월에 다시 인천아시아아트페어에서 작가는 또 새로운 희망과 치유의 순간(moment)으로 우리와 만날 예정이다. 순간 순간이 모여 우리의 삶이 됨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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