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돈의 기자수첩] ’산의 에너지’, ‘물의 생명력’, 그리고 평화에의 ‘축의 전환’
[이익돈의 기자수첩] ’산의 에너지’, ‘물의 생명력’, 그리고 평화에의 ‘축의 전환’
  • 이익돈 기자 mickeylee@naver.com
  • 승인 2021.08.0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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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돈 기자
▲이익돈 기자

(경인매일=이익돈기자) 올 봄에 한라산과 지리산 정상을 오르고, 이번 여름에는 제주의 여러 바다를 바라보곤 했다. ‘산과 물’의 기운이 한데 모아지고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기를,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라는 내 오랜 염원과 숙원의 마음을 담아서 제주의 산과 물을 바라보며, 또 지리산 천왕봉에서 평화와 통일을 빌었다.

산의 에너지, 물의 생명력을 우리 전통의 한지 위에 곱고 부드럽게 아름다운 색채와 자연스러운 질감과 조화로움을 표현하며, 평화와 통일에로 ‘축의 전환’을 내 보이는 작가 이순(Lee Sune)을 다시 만난 건 코리아아트페어 개막일이었다. 작년 2020년 3월 인사동 미술세계에 잠시 근무하며 기획전을 주관할 때 전시회에서 스치듯 만나 인사 나눈 후 약 1년 반 만이다.

삼십에 자립하고 사십에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오십에는 하늘의 뜻을 알게 되고, 나이 육십에는 순리를 깨닫는다는 ‘이순(耳順)’이라 말이 떠오르는 작가이다. 이미 그녀는 우주의 순리를 터득한 듯 아름답고 오묘한 빛깔과 색채, 부드러운 선과 면에 채워진 조화로움을 선물처럼 노래처럼 우리에게 내 보이고 있다.   

언뜻 보면 다듬지 않은 통나무처럼 질박한 외모와 말투가, 구수한 시골의 중년 아낙의 뚝배기 된장국 같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목구비가 여간 곱고 예쁘지 않다. 간간이 해맑게 겸연쩍게 웃는 모습이 그대로 한지 위에 마술처럼 오묘하게 부드러운 색채로 곱고 예쁜 광채로 빛나게 하는 원동력 에너지인 듯 하다.

필자 역시 평소 ‘산과 물의 에너지’를 좋아하고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터라 이순 작가의 작품을 통해 공감과 기쁨이 맞닿은 듯 작품과 작가와 즐거운 대화가 몇 차례 오가며 ‘耳順’의 깨달음을 얻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우뚝 솟아 오른 산과 낮게 흐르는 물의 조화처럼, 평화와 통일을 이룬 기쁨, ‘환희’를 갈망하면서 말이다.

오름과 내림, 높음과 낮음, 멈춤과 흐름, 산과 물은 자고이래로 우리 인간에게 있어 가장 가까운 자연이자 에너지이며, 스승이자 오랜 친구이지 않았던가? 요산요수(樂山樂水)라 했듯이 옛 성현은 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智者樂水)란 말로 우리를 가르친다.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이는 물을 좋아한다고. 산에서 인자함을 배우고 물에서 지혜를 배울 일이다.

수십억 년을 가라앉았다 다시 솟아오른 산, 생명의 산, 내면의 산과 숲의 에너지, 그 큰 기운을 오래된 풍경처럼 자연스레 한지 위에 내보인다. 산은 뿌리깊은 자연의 바탕, 뿌리깊은 근원이자 살아 숨쉬는 숲이기도 하다. 샘 솟아 개울로 강으로 바다로 흐르다 다시 하늘로 올라 비로 대지를 적시며, 온갖 생명을 살리는 물 역시나 우리 지구별 생명체의 근원임을 작가 이순은 한지 위에 유화로 보여준다.

한지를 구기고 접고 펴고 문지르며 드로잉하고 그 위에 색을 채우고, 붓 칠 하기도 나이프로 색을 채우기도 하며 오묘한 에너지를 발산시켜준다. 한지 위로 선이 살아 있고 면이 부드럽게 이어져 산과 숲이 하모니를 이루고 선과 색이 조화를 이루며 은은하면서도 영롱함이 광채로 색채로 반짝이고 있다.

산이 물이 되고 물이 다시 대기가 되고 비가 되고 개울을 흘러 다시 바다가 되듯 산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해저 심연의 해구들이 다시 에베레스트 산이 되듯 우주와 자연의 순리에 귀를 열고 세상과 인류애에 마음을 열어야 하겠다.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에너지의 파동이 근원을 흐르는 물처럼 희망과 기쁨, ‘환희’로 꽃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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