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언제까지 호구가 되어줘야 하나
[덕암 칼럼] 언제까지 호구가 되어줘야 하나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8.25 08: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호구’어학사전을 찾아보면 호랑이 입이라는 등 여러가지 해석이 있지만 첫째, 명사로는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적혀있다.

작금의 상황에 대해 필자가 국민을 호구로 표현하는 것은 세상이 밝아져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알만큼 첨단 정보의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여전히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쉬쉬하는 정치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여의도에 입성하지 못했을 뿐이지 입법 과정이나 정보를 빼내 이득을 차지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공직자나 정치인들 보다 부동산 업자나 개발 관련 건설회사 실무진들이 더 자세히 알고 있는게 정보다.

가령 특정 지역의 신도시 개발이 발표되려면 해당 부지의 상·하수도, 통신, 가스는 물론 문화재라도 나올라 치면 계획은 천차만별 달라진다.

광활한 사막이나 만주벌판 위에 집을 짓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이 과정에서 기존의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는 필수적이며 협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이미 어디에 어떤 형태의 시설이 들어서는지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버린다.

곧 신도시가 들어선다는 이야기만 나오면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는데 독자들은 이를 알고도 가만있을까. 필자는 몰라서 그렇지 알았다면 빚을 내서라도 땅을 사지 않았을까 싶다.

도시건설은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동전을 어느 날 갑자기 꺼내어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개발정보는 샐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이를 알고 미리 사두는 것을 공직자가 하다보니 죄가 되는 것이다.

반대로 입장이 공직자가 아니다보니 죄가 안 되는 것이고 나름 날고 기는 민간 전문가들 입장에서는 정치인의 어설픈 땅따먹기가 손바닥 보듯 훤한 일일 수 있다.

특히 공인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타깃이 되어 있는 국회의원들의 땅투기 의혹은 아무리 조심해도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연 21대 국회가 처음일까. 물론 그럴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치면 누가 믿을까. 그러면 위로 올라가 1대 때부터 공소시효 해당되는 날까지 죄다 파봐야 할까. 300명의 국회의원들 중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여야 정당이라는 이유로 도마 위에 올랐다.

나머지는 죄가 깨끗하니(?) 따질 것도 없겠지만 문제가 된 국회의원 숫자도 사이좋게 나란히 12명씩이다.

국민권익위원회 부동산거래특별조사단장이 지난 23일 발표한 부동산거래 전수조사 결과 국민의힘 의원 12명이 법령 위반의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6월말부터 이들 정당 소속의 국회의원과 그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등 총 507명의 최근 7년간 부동산 거래를 조사한 결과라고 한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12명에게 탈당을 권유했지만 지역구 10명은 당적을 유지하고 있으며, 비례대표 2명이 제명돼 의원직을 유지했다는 점을 국민들이 어떻게 보고 있을까.

물론 보고만 있다. 처음부터 파헤치질 말든가. 무슨 천지개벽이라도 할 것처럼 난리를 치더니 결국 더불어민주당의 일벌백계 방침은 용두사미로 그쳤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했던가. 더불어민주당이 한 차례 폭풍을 맞고 나니 국민들은 시큰둥하다.

이때다 싶어 국민의힘이 우리는 다부지게 맞을 자세가 되어 있음을 보여줘야 대선을 앞두고 민심을 얻지 않을까. 그런데 지금 하는 꼴을 보면 그런 기대가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하마평부터 짐작이 간다.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명단을 받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고민하는 것 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그 해당 당사자가 누구든 패를 쪼물락 거릴게 아니라 바로 까야 신뢰를 얻는 것인데 이미 머리 굴리는 모습이 국민에게 각인된 것이다.

설령 대선 경선 흥행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대선 전쟁이 동네 반장 뽑는 것도 아니고 국운을 좌지우지 하는 중요한 심판대인 만큼 정공법이 가장 훌륭한 전술이 될 것이다.

결국 하루만인 24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격 명단을 발표하고 관련 법령 위반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 중 비례대표인 한무경 의원을 제명하기로 했고 강기윤·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 의원에 대해서는 탈당을 요구했다.

나머지 6명인 안병길·윤희숙·송석준·김승수·박대수·배준영 의원은 본인의 문제가 아니거나 소명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문제 삼지 않았다.

탈당 권유는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10일 뒤 제명되지만 탈당 요구는 강제력이 없는 최고위 차원의 선언인데 10일이 지나도 탈당하지 않으면 당 윤리위원회가 구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결론적으로 소리만 요란했지 여야가 합심하여 12명씩 나란히 숫자까지 동일하게 명단을 발표하고도 남은 건 텅 빈 그물이었다. 국민을 제대로 기망한 것이다.

의원수가 104명인 국민의힘에서 12명이 빠져 나갈 경우 개헌 저지선 101석이 무너지게 되니 여차 했다가는 방어선을 빼앗기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어제 국민의힘 국회의원 부동산 비리 발표를 두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국회의원 스스로가 부동산 문제에 깨끗해야 하며 그렇지 않고 국정감사 때 공무원을 향해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 큰소리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여야를 떠나 모든 의원이 스스로 부동산 투기 문제에 대해 정리함으로써 다가올 정기국회 국감때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혐의를 엄중히 감시·감독하고 비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좋은 말이고 옳은 말이다. 맞다. 문제는 국민들이 얼마나 그 말을 신뢰하느냐와 지금도 진행 중인 토지정보의 수혜자들은 소나기만 피해가길 기다린다면, 날고 기는 민간업자들과 합동 투기 잔치가 근절되지 않는다면 이는 불특정 다수인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하다.

감독 사법기관, 주연 더불어민주당 12, 국민의힘 12, 조연 LH공사, 조명 중앙언론, 음향 중앙방송, 행인1 청와대, 행인2 국민권익위원회, 관객 대한민국 호구 국민.

김균식
김균식 다른기사 보기
kyunsik@daum.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