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제1회 한글 점자의 날
[덕암 칼럼] 제1회 한글 점자의 날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11.0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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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란 말도 있고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도 있다. 눈빛에 따라 상대방의 마음도 읽을 수 있고 관상학적으로도 눈은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하지만 선천적·후천적 이유로 인해 시력을 잃은 장애인들을 보면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공감하게 된다.

인간의 신체 장기는 각기 맡은 바 기능이 있지만 시력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오래 전 청소년 인성교육과정에서 시각장애인 체험이 있었는데 두 명 중 한 명이 시각장애인 입장이 되어 다른 한 명의 손에 의존해 약 30분간 다양한 동작을 시도하는 내용이었다.

처음 호기심과 한번쯤 해보자던 학생들의 웅성거림은 10분·20분이 지나면서 흐느낌과 침묵 속에 하나 둘씩 잡은 손에 힘을 더하며 체험 시간이 끝날 때 즈음 서로 안아주던 모습이 생각난다.

이렇듯 시력은 우리 생활에 중요한 분야지만 누구나 원치 않는 장애이며 막상 당사자가 되고 보면 모든 일상이 중단되는 고통을 임종 때까지 수반하게 된다.

특히 당뇨병이나 교통사고 등 후천적 원인이라면 평소 정상적이었던 상태에서 보고 기억한 모든 것들로 인한 장애의 공포가 더 심하다.

사람의 신경은 어느 한쪽이 무뎌지면 다른 한쪽은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시력을 잃은 만큼 촉각이 발달하고 그로 인한 대안으로 점자 한글이 창제됐다.

당초 점자는 1808년 프랑스의 장교 바르비에가 군사적 목적으로 처음 고안한 이후 1829년 루이 브라유에 의해 시각장애인용 문자로 발전했다.

한국에서는 1894년 평양에서 시각장애인 교육을 시작한 미국인 선교사 로제타 셔우드 홀에 의해 처음 개발된 이후 1926년 11월 4일 제생원 맹아부 교사 송암 박두성이 6점식 한글점자를 만들어 반포한 기념일이 그 기원이며 정식 기념일로 2021년 오늘이 제1회를 시작으로 해마다 기념행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2020년 12월 8일 점자법이 개정되면서, 장애인의 편의를 제공하는 데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 등에서조차 점자 문서 제공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여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에 시각장애인들의 정보 접근성을 제고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점자에 대한 국민 인식개선과 점자사용 여건 마련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글 점자를 창안한 날인 11월 4일을 한글 점자의 날로 제정, 처음으로 법정기념일이 된 것이다.

오늘은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도서관협의회, 국립중앙도서관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기념식과 함께 점자 발전 유공자 포상과 점자체험부스 운영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어떤 기념일이든 정할 때는 나름 이유가 있는 것이기에 정해만 놓고 기념하지 않거나 대충 넘기면 정하지 아니함만 못한 것이기에 모든 국민들이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에 대한 인식이나 관심을 높여야 할 것이며 신체적 불편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을 삼가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런다고 누가 뭐라 할순 없겠지만 같은 인간으로서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고 챙겨야 하는 건 당연한 상식 아닐까.

어쨌거나 시각장애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점자한글은 이제 모든 공공기관은 물론 다중이용시설에 새겨져 실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다만 시력에 장애가 없는 사람에게 관심을 끌지 못할 뿐이다. 청각장애인이나 농아인들에게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수화와는 달리 시각장애의 불편함은 자칫 위험을 동반하는 안전사고의 우려가 높기에 작은 표기 하나에도 정확하고 구별이 뚜렷해야 한다.

이쯤에서 독자여러분은 점자한글을 몇 자나 알고 있을까.

물론 필자도 모르지만 후천적 사고로 시각장애인이 되거나 암흑 같은 정전사태에서도 계단이나 시설물을 찾을 수 있다면 불필요한 노력일까.

이제 그냥저냥 밥은 먹고사는 시대에 도래했다. 과거 같으면 집 나서면 고생이라 가만히 집지키라 했지만 요즘은 장애인 복지나 도심기반 시설이 발달되어 시각장애인도 어지간한 외출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 같은 시설은 지방으로 갈수록 더 열악하다. 우리사회는 언제부턴가 인권과 장애인 등 복지에 대해 막대한 예산을 책정했고 이제 그 예산 편성은 방치되었던 복지사각지대를 찾아 그늘진 부분이 없도록 관련 법안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장애인의 편의를 위해 마련된 시설을 유지, 보수, 활용방안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마련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첫 출발한 점자한글의 날, 이를 빌미로 온갖 대회나 행사, 듣도 보도 못한 시상과 표창장 수여, 굳이 안 해도 될 곳까지 죄다 점자 한글을 만들거나 당사자들은 보지 못할 영상제작까지 온갖 살을 갖다 부쳐 먹을 일들이 눈에 선하다.

자칫 이 같은 소재마저 너도나도 뜯어먹는 예산낭비의 소재로 악용해서는 안 될 일이다. 모름지기 출발은 신선해도 가는 과정에 곪고 썩어간 일들이 한두 가지인가.

점자한글, 한번쯤은 눈을 감고 계단입구나 엘리베이터에 새겨진 돌기를 촉감으로 읽어보는 관심과 배려를 당부해 본다.

배려는 작은 관심과 우러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제공자는 작은 일이지만 수혜자는 큰일이다. 모름지기 세상의 모든 일은 역지사지로 여기면 안 될 일이 없다.

요즘 뉴스를 보면 코로나19와 대통령 선거를 빼면 내용이 전무한 수준이다. 정작 국민에게 필요한 건 이 같은 점자한글에 대한 홍보와 동참, 그리고 안전사고를 예방하여 시각장애의 불편함을 사전에 막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 또한 만성당뇨에도 불구하고 시력을 유지하여 오늘 이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함이 크다. 언제 어디서 누구든 점자한글의 소비자가 될지 모르는 게 사람의 삶이다.

어제처럼 경복궁의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지 사진을 찍으면서 시력의 건재함에 더욱 감사함을 공감해 본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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