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잊혀져 가는 미풍양속 되살려야
[덕암 칼럼] 잊혀져 가는 미풍양속 되살려야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12.2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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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시대가 변하면 사람도 변한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자동차 운전자는 지도가 필수였다. 길가다가 모르면 차를 세우고 물어가는 길 더듬이 별로 어색하지 않는 시절이 있었다. 

삐삐라는 무선호출기 숫자로 온갖 의사소통을 주고받았던 지혜도 있었고 빈대떡 대신 피자가 고급음식으로 대우받으며 신토불이를 밀어내던 시절도 있었다. 

어쨌거나 세월이 흘러 온갖 데이 들이 출몰했다. 

빼빼로 데이, 발렌타인데이 등 기념일만 해도 70가지가 넘으니 수 천 년 전해오던 한민족의 지혜와 자연과학은 언제부턴가 슬그머니 사라지기 시작해 차츰 이벤트 정도로 그쳐간다. 

그 중 24절기는 별과 달의 움직임을 근거로 물리수학으로 정립하면서 춘하추동의 변화가 공존하는 한반도중심의 기상관측이었다. 

이는 현재의 중국에 해당되는 진나라보다는 동이족으로 불리는 환웅, 즉 고조선시기에 만들어진 것인데 최근 중국이 24절기를 유네스코에 인류무형문화 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졸지에 중국 것인 양 자리 잡고 말았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 정부 간 위원회 11차 회의에서 중국이 신청한 24절기가 심의를 통과하면서 무형문화재로 등재됐다. 

그 배경에는 중국인이 태양의 주기운동을 관찰하여 기후, 만물의 변화규칙을 파악해 만든 지식의 체계라며 중국의 5대 발명품이라고 주장했다. 

당초 단군의 후손이 만든 24절기를 중국의 주나라 화북 지방에서 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한해를 24등분으로 나눈 것인데 한민족이 고려 충렬왕 때 도입해 농사에 활용한 것이며 일본이나 베트남에서도 함께 쓰고 있는 것이다. 

분명한 건 현재 기상청의 예보보다 더 잘 맞는 24절기의 기후에 무슨 말이 필요할까. 24절기는 태양의 황경에 따라 나눈 기후의 표준점으로 360을 15도씩 나눔으로서 각각의 자연현상을 정리해 둔 것이다. 

입동과 소설부터 대설, 동지, 소한을 지나 대한까지 겨울을 알리는 6절기는 춘하추동을 거쳐 4번 더하면 24절기가 되는 것인데 음력으로 동지를 끝으로 한해의 절기가 마무리 된다. 

인간의 수명이 100년도 되지 않는데 수 천 년 전해 오는 우리 민족의 지혜를 후손들이 천만분의 일 이라도 알까. 오늘은 단군으로부터 치는 단기 4354년 음력 11월 19일이자 서기 2021년 12월 22일인 동짓날이다. 

세상 돌아가는 판이 미국 중심이다 보니 서기로 치지만 미국에는 없는 미풍양속인 동지의 유래와 참 뜻 정도는 알고가자.

그래야 동이민족이자 환웅의 자손이라고 할 수 있으며 머리 숫자만 많은 중국이나 잔머리가 빠른 일본보다는 더 큰 자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동지는 대설과 소한 사이에 있으며 태양의 황경이 270°위치에 있을 때다.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인데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축제를 벌여 태양신에 대한 제사를 올리기도 했다. 

중국에서도 이날을 태양이 다시 살아나는 광명의 부활로 여기니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걸로 친다.

동짓날에만 먹는 동지팥죽은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새알만한 단자를 만들어 넣으니 그 나름 의미가 있는 음식이었다.

팥죽에는 안에 있는 악귀를 모조리 쫓아내는 의미를 담고 있어 귀신을 쫓는 데에 효과가 있다고 믿으며 민속적으로 널리 활용되어 왔다. 

전염병이 유행할 때에 우물에 팥을 넣으면 물이 맑아지고 질병이 없어진다고 하며 사람이 죽으면 팥죽을 쑤어 상가에 보내는 관습이 있는데 이는 상가에서 악귀를 쫓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문득 요즘처럼 코로나19가 유행하니 집집마다 팥죽이라고 쑤어 우물대신 수도꼭지 앞에 두면 어떨까. 말도 안 되는 말이지만 본디 바램 이란 과학으로 해석되지 않는 분야가 아닐까.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나 재앙이 있을 때에도 팥죽·팥떡·팥밥을 하는 것은 모두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오늘 하루만큼 이라도 이웃 간에 동지팥죽을 나눠먹는 풍습을 실천해 보기 권한다. 

아파트 문만 닫으면 옆집에 무슨 일이 생겨도 알 수 없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다 사람 사는 동네지 귀신 사는 곳은 아니지 않는가. 세월이 바뀌어 아무리 달라져도 사람이 달라질 수는 없다. 

마치 하늘의 태양을 중심으로 행성들이 돌고 지구도 돌듯이 수 천년 기록해 온 기상관측이 어찌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있을까. 

서양귀신에 밀려 하루아침에 존재감이 사라진 토종 귀신들이 사람들의 심성에 이기적인 모습으로 파고들어 서로를 이간질하고 미워하며 끔찍한 짓을 저지르기도 한다. 

귀신이 별건가, 양심과 도덕 없이 사람답지 못한 범죄나 행동으로 미쳐 가면 그게 귀신의 장난인 것이다. 지금의 질병이나 살아가는 과정에 삶을 힘들게 하는 모든 악재들이 오늘을 기점으로 사라지길 바래본다. 

이제 2022임인년을 향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할 때다. 다사다난 했던 한해의 모든 일들을 털어버리고 동지팥죽 끊여 가족과 함께 나눠먹는 정도의 오순도순한 시간은 가져봐야 하지 않을까. 

오늘처럼 겨울추위가 옷깃을 여미게 하는 날, 혹여 혼자 빈방에서 외로운 시간을 갖는 사람이 있다면 옆집에서 팥죽 한 그릇 나눠주며 안부라도 전하는게 좋을것 같다.

아마도 음식 그 이상의 정을 나누는 동기가 될 것이며 빈 그릇에 고맙습니다. 라는 메모 한 장이 어려운 연말에 새로운 용기가 되지 않을까, 필자의 예상대로 라면 역대 최악의 겨울이 되리라 본다.

다시 눈을 떠야 하는 아침이 오지 않기 바라는 국민이 있다면 어찌하든 다 지나간다고 위로한다. 나라가 국민을 챙기지 않으면 국민이 국민을 챙기는 것도 대안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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