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교의 정치분석] 윤석열 대선 후보, 실언 프레임 벗어나다...원고 보며 연설...명연설가 오바마·김대중 전 대통령도 자막기·원고 보며 연설
[정웅교의 정치분석] 윤석열 대선 후보, 실언 프레임 벗어나다...원고 보며 연설...명연설가 오바마·김대중 전 대통령도 자막기·원고 보며 연설
  • 정웅교 기자 210ansan@naver.com
  • 승인 2022.01.1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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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후보 금년부터 즉흥연설 안 하게 된 계기, 연말·연초에 지지율 폭락 최대 위기 맞게 되자 기존 정치 행보에 대한 반성과 성찰에서 비롯
- 국민의힘 한 의원 “윤 후보가 정치 언어에 익숙해져 다행. 진작에 원고대로 연설하도록 후보에게 강권했더라면 점수를 많이 까먹지 않았을 텐데, 그렇지 못해 많이 아쉽다”
- 지난 6개월 동안 윤 후보의 즉흥연설의 실언·부실발언은 윤 후보의 실제 자질·정책적 역량을 제대로 못 보여줘 과거 검찰총장 시절 쌓은 정치적 상징 자산 일부 훼손
- '연설의 달인' ‘명연설가’로 유명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연설·간단한 말할 때에도 프롬프터(자막기) 통해 준비된 원고 그대로 읽어...김대중 전 대통령도 원고 보며 연설
▲ 정웅교 기자
▲ 정웅교 기자

[경인매일=정웅교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월 14일 국민의힘 경남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15일 부산시 선거대책위원회 필승결의대회 및 울산시 선거대책위원회 필승결의대회 등 지방 일정을 소화하면서 준비된 원고대로 연설함으로써 과거 지방 일정 때마다 항상 뒤따랐던 실언 논란, 실언 프레임에서 벗어나자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에 앞서 윤 후보는 1월 10일 국민의힘 인천시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1월 12일 경기도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등에서도 준비된 원고를 또박또박 읽으며 연설해 실언 논란이 없었다.

이처럼 윤 후보가 즉흥 연설을 하지 않게 된 계기는 당내 갈등과 윤 후보의 실언 논란이 겹치면서 지난 연말과 연초에 그의 지지율이 폭락하는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되자 기존 자신의 정치 행보에 대한 반성과 성찰에서 비롯되었다.

윤 후보는 과거 대구·경북(12월 30일), 광주·전남(12월 23일), 전북(12월 22일), 부산(10월 19일) 등 지방 행사 때마다 원고를 거의 보지 않고 즉흥 연설을 하다가 내용이 부정확하거나 과격해 대형 실언 논란에 휩싸였다.

윤 후보의 이런 실언 논란이 자질 논란으로 연결되고 고스란히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지율을 올리려고 지방을 방문했는데 오히려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큰 위기를 자초한 셈이 되었다.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과 일부 언론이 윤 후보가 즉흥 연설할 때마다 어떻게 해서라도 꼬투리를 잡아 실언·망언했다며 소위 실언 프레임을 만들어 윤 후보를 집요하게 공격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즉흥 연설은 시간이 길어지거나, 중언부언하거나, 표현이 과격해지거나, 내용이 부실 또는 틀리거나, 맥락과 논리가 잘 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리스크가 따른다.

그래서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공적인 자리에서 말을 할 때 거의 대부분 원고를 보면서 한다.

그런데 원고를 보며 연설하는 것이 청중들에게 마치 실력이 없어 보일 수 있다는 우려, 허례허식·허장성세 때문에 원고를 보며 연설하는 것을 주저하는 정치인들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큰 착각이다. 즉흥 연설로 중언부언하며 내용이 부실한 것보다 준비된 원고 보는 연설로 내용이 알차고 청중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이 청중에 대한 예의이며, 책임이다.

윤석열 후보가 정치에 입문한 이후 원고를 보며 연설하는 것이 좋다고 참모들이 조언했으나 윤 후보가 연설에 자신감이 있었고 원고를 읽으면 호소력 측면에서 부자연스럽다는 이유 등으로 원고를 보지 않고 즉흥 연설을 고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개월 동안 윤 후보가 즉흥 연설 과정에서 나오는 실언 또는 알맹이 없는 부실한 발언은 윤 후보가 가지고 있는 실제 자질과 정책적 역량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게 만들어 과거 검찰총장 시절 명성과 대국민 이미지, 즉 윤 후보의 정치적 상징 자산 일부를 훼손시켰다.

결국 윤 후보가 정치 입문한 이래 고공 행진하던 윤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게 된 요인 중의 하나가 부실한 즉흥 연설이었다.

물론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의 요인으로 3대 산(김종인·이준석·홍준표), 3대 리스크(이준석·윤 후보 실언·가족) 등이 있었다. 이 중에서 현재로서는 이준석 산·리스크, 윤 후보 실언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볼 수 있다.

윤 후보가 즉흥연설 대신 원고를 보며 하는 연설 방식으로 변화한 것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윤 후보가 정치 언어에 익숙해지고 있어 다행스럽다. 진작에 윤 후보가 원고대로 연설하도록 핵관들이후보에게 강권했더라면 점수를 많이 까먹지 않았을 것이다. 핵관은 이럴 때 필요한 것이다. 내라도 적극 나서서 연설 방법을 고치게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명연설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며칠 동안 고민하며 수정을 거듭하여 연설문을 작성하고 연설할 시에는 반드시 원고를 보면서 한다. 다만 그는 본인이 직접 연설문을 작성했기 때문에 연설 사이 사이에 원고를 잠깐씩 보고 고개를 들고 연설하였다.

'연설의 달인' ‘명연설가’로 널리 알려진 버락 오바마 제44대 미국 대통령(2009∼2017년 재임)이 연설하거나 간단한 말을 할 때에도 텔레프롬프터(자막기)를 통해 미리 준비된 원고를 그대로 읽는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 예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보건장관에 지명한 캐슬린 시벨리우스를 소개할 때에도 백악관 이스트룸에 설치된 2대의 자막기를 보며 원고를 그대로 읽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연설 도중 자막기가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져 부서지는 해프닝이 생긴 일도 있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제34대 미국 대통령(1953∼1961년 재임)이 자막기를 처음 사용한 이래 미국 대통령들 중에서 오바마처럼 텔레프롬프터(자막기)에 많이 의존한 대통령은 없었다고 한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주로 취임사와 의회 연설 등 중요한 연설에서 자막기를 사용했던 것과 달리 오바마 대통령은 일상적 발표, 심지어 기자회견 오프닝 발언 때도 자막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지가 2009년 3월 보도한 바 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오마바 대통령이 내무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자신이 11살 때 국립공원에서 놀던 기억을 회상하면서 "앞으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는 발언도 자막기를 보면서 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외부로 발표되는 말을 할 때 반드시 자막기에 의존하는 이유는 정확하고 알맹이 있고 감동적인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하겠다는 철학과 원칙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공인들이 공적인 자리에서 발언할 때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준비된 원고를 철저하게 읽으며 발언하는 원칙과 정신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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