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돈의 기자수첩] 문화예술의 ‘아방가르드’, 러시아 아방가르드를 다시 조명하며
[이익돈의 기자수첩] 문화예술의 ‘아방가르드’, 러시아 아방가르드를 다시 조명하며
  • 이익돈 기자 mickeylee@naver.com
  • 승인 2022.02.0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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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미술관에서 인기리에 전시 중인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 展 포스터 (사진=이익돈기자)
세종문화회관미술관에서 인기리에 전시 중인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 展 포스터 (사진=이익돈기자)

[경인매일=이익돈기자] 선발대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avant-garde’, 아방가르드는 기성의 예술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하고, 전통을 거부하며 혁신적 예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예술운동이다.  선두에서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선발대처럼 아방가르드 예술은 기존의 근대예술을 깨뜨리기 위해 시대를 앞서가며 커다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다다이즘, 입체파, 미래파, 추상화파, 초현실주의, 러시아 아방가르드 등의 예술 사조를 말한다.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여 남겨두고 있는 시기에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 展을 둘러보고서, 대한민국의 커다란 변화와 대전환, 진실되고 정의로운 민주 복지 사회, 한반도의 평화 정착 등 사회 전반적인 새로운 모색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아방가르드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살펴보고자 한다.

1917년 2월, 제 1차 세계대전에서 돌아온 사병들 포함한 러시아 민중들이 굶주림을 견딜 수 없어 대규모 시위와 파업을 일으켰다. 황제 니콜라이 2세가 폐위되면서 제정체제가 붕괴되며 탄생한 임시정부가 지도력의 한계를 보이며 민중들의 불만이 더욱 쌓여만 갔다. 

그 해 4월, 레닌은 ‘임시정부 타도, 모든 권력은 소비에트로’라는 기치를 내걸고 임시정부에 맞섰고, 레닌이 주도한 10월 혁명으로 볼셰비키 중심의 소비에트 정권이 수립됐다. 이는 성공한 마르크스주의 혁명이자 피지배계급이 지배계급을 타파한 최초의 혁명이었다.

세종문화회관미술관에서 전시중인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 展 서혜경 도슨트(사진=이익돈기자)
세종문화회관미술관에서 전시중인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 展 서혜경 도슨트(사진=이익돈기자)

러시아혁명으로 인하여 정치 경제 사회 뿐 아니라 교육, 학문, 문화, 예술 등 여러분야에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는데 이러한 문화 예술계 변혁을 러시아 아방가르드라 부른다. 기존의 관습과 윤리관을 뒤엎는 문학, 미술, 음악, 건축 등 제반 예술의 혁명과 문화 개혁과 사회적 변혁을 요구하며 ‘혁명의 예술’이라는 깃발을 내세우는 한편, 유럽의 모더니즘 미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혁명의 예술이든 예술의 혁명이든 “모든 혁명은 오로지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때만 가치가 있다.”라고 한 레닌의 말처럼,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스스로를 지켜냈을까? 아니다, 그렇지 못하고 스탈린 정권에 의해 퇴폐적인 예술로 낙인 찍혀 결국 활짝 꽃피우지 못하게 된 러시아 아방가르드 작품들은 러시아 중부 지방의 어두운 창고에 격리되어 갇히게 된다. 

하지만 카지미르 말레비치, 바실리 칸딘스키 등 거장의 작품들이 마침내 죽음에서 되살아났기에 러시아 아방가르드가 ‘미래에의 도전, 혁신의 화살’을 쏜 그 의미를 오늘 날 우리는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민주화 운동의 지난 아픔을 딛고, 비민주 독재와 무능의 정치지도자 과오를 넘어서며 쌓아 올린 대한민국 민주와 복지 국가의 기틀을 잘 이어받는 한 편, 또 다시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아갈 변혁의 시기가 아닌가?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몰락의 길로 갔지만, 혁신성과 창의성은 성공했다 할 수 있다. 시대를 뛰어넘어 앞서가는 다양한 표현기법들은 이미 러시아 아방가르드 때에 실험되었다. 비록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못하였지만, 근대 예술의 기존 개념을 깨뜨리고, 기성의 근대예술에서 벗어나려 한 시도를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레닌은 카지미르 말레비치를 용인하고 지켜 봐주었지만, 스탈린의 등장으로 퇴폐예술가로 낙인 찍힌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예술은 소비에트 연방이 내세운 사회주의 리얼리즘너머로 사라지게 되었으나, 50여 년이 지난 1962년 카지미르 말레비치는 당당히 화려하게 부활하게 된다.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카지미르 말레비치를 통해 미니멀리즘으로 부활해 20세기 미술로 꽃 피어났고, 한국의 단색화를 탄생시키는 데에도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 展에서 도슨트 활동을 하고 있는 서혜경 도슨트 (사진=이익돈기자)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 展에서 도슨트 활동을 하고 있는 서혜경 도슨트 (사진=이익돈기자)

4월 1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는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展>, 약 100년 전 러시아를 뒤흔든 아방가르드 작가 49인의 75점의 작품 전시회가 절찬리에 열리고 있다.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展>에서는 잘 알려진 칸딘스키와 말레비치는 물론 알렉산드르 로드첸코, 엘 리시츠키, 미하일 라리오노프, 나탈리야 곤차로바 등과 같은 거장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러시아 대표적인 4대 미술관인, 예카테린부르크 미술관, 크라스노야르스크 수리코프 미술관, 니즈니 노브고로드 국립미술관, 연해주 국립미술관의 소장품으로 러시아 연방 문화부가 문화재로 등록 관리하는 국보급 작품들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서울도슨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서혜경 도슨트 등 3명의 도슨트가 오후 2시, 4시 전시작품 해설과 안내를 해주고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화, 금요일 오후 2시와 4시에 도슨트 활동을 하고 있는 서혜경도슨트(비영리법인 서울도슨트협회 부회장, 예술경영학 석사)와 나눈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며, 큰 변화가 요구되는 2022년 봄, 대한민국 아방가르드 정신을 곱씹어 보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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