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새 술은 새 부대에 넣어야
[덕암 칼럼] 새 술은 새 부대에 넣어야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3.17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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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마태복음 9장 17절을 보면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지 아니하나니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도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됨이라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둘이 다 보전되느니라” 이는 교회에서 구습에 젖은 옛사람을 버리고 성령이나 언약, 교훈을 새겨들으라는 말로 해석한다.

정계에서도 이를 인용하여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새로운 인물을 기용하여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한다는 의미가 통용되는데 작금의 사태를 보면 나라를 말아먹자는 것인지 뒷감당을 어찌하려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지난 3월 10일 당선인 신분으로 차기 정권을 인수받아야 할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 볼 때 문재인 정부는 어떤 환경을 조성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인선 내역을 보면 글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가관이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야당 의원들의 큰소리와 각자 개인의 화려한 말 잔치로 끝났으며, 문턱을 넘긴 대통령의 인선작업은 여당 의원들의 철저한 호위 속에 안전하게 하나둘씩 자리를 잡았다.

자질만 된다면 집권자의 손발이 되어 나라를 안전하게 이끌고 갈 수 있으니 금상첨화지만 지인 심기나 보은인사라면 이는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격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문재인 정부의 무분별한 내 사람 심기는 국정 운영의 부작용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직접 내정한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마찰이 끝내 윤석열 당선자를 낳는 성과(?)를 가져왔고 이는 내로라 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후보들을 모두 걸러내는 역할을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맞짱을 뜰 때 어느 누가 감히 나서서 편을 들었던가.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 마저 국민 눈치를 보며 방관했던 과거가 있었다. 마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어 영어의 몸이 되었을 때 어제까지만 해도 박근혜 아들임을 자처하며 대형 현수막에 각자의 사진을 겹쳐 내걸던 한량들이 안면 몰수한 것과 유사한 형국이었다.

그래서일까. 문재인 정부의 내 사람 심기는 권력유지의 수단을 넘어 국정운영 전반에 보이지 않는 폐단이 이어졌다.

경력이나 전문성보다 지인 중심의 요직 심기는 끝이 없었다. 이제 윤석열 당선인에게 정권을 이양해야할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 행정기관의 최고봉에 앉을 장관 자리에 입법기관의 구성원인 국회의원을 앉힌 예가 한둘인가.

삼권분립에 대한 고유의 기능을 무시한 처사임에도 나중에는 국민들 눈치 한번 안 보고 아예 인사 강행이라는 평가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시작된 내 사람 심기는 임기 끝까지 이어졌다.

올해 2월 청와대 사이버 정보비서관을 한국공항사장으로,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시민연대 이사장을 건축 공간 연구원 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작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만 5명의 공공기관에 회장이나 사장을 맡겼다.

이밖에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한국가스공사 상임감사로, 국무총리 비서실 서기관을 한국에너지 재단 사무총장으로, 청와대 국정홍보 비서관실의 행정관을 한국동서발전 상임이사로 심는 등 임기 말에도 불구하고 요직에 낙하산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루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분야에 자리 잡은 인물들이 당연히 현 정부의 보은을 입은 만큼 충성할 수밖에 없고 화려한 퇴임이후에도 탄탄한 후광이 되어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인사에 대해 논하자는 게 아니라 보은인사, 내 사람 심기로 인해 정작 기용되어야 할 인재가 밀려나는 것이며, 그러한 부작용으로 조직이 부패하고 그 부패의 연장 선상에 국민들의 피해가 고스란히 이어진다는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요직이란 단어에는 조직 내에 대해 인사권과 결재권, 각종 영향력을 갖춘 권한이 주어지는데 단순히 한 사람의 기용이 아니라 세부적으로 각종 납품은 물론 청탁이 오갈 수 밖에 없는 환경의 권한을 갖게 된다는데 있다.

이러니 나라꼴이 산으로 가는 것이다. 권력이 대통령과 측근들을 위할 때 나라가 망하는 것이고, 국민을 위하여 인재를 고루 기용할 때 태평성대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적에는 대안이 따라야 하는데 필자의 의견은 이러하다.

먼저 윤석열 당선인이 새로운 정부를 운영할 수 있도록 모든 국무위원과 요직은 비워야 한다.

곧 자리를 뜰 요량이면서 여기저기 내 사람을 심는 심보는 무엇이며 차기 대통령이 국정에 전념 할 수 있도록 장애물을 치워줘도 시원찮을 텐데 막판까지 측근들의 먹고살 자리를 챙겨주는 의리(?)는 무엇일까.

이러면 윤석열 정부가 적어도 한 두 해는 버티는 요직의 인사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을텐데 이런 상황에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을 수 있을까.

윤석열 당선인이 최근 발언한 실력 중심의 인재기용 설은 상당히 희망적인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의지가 채 시작도 하기 전에 옛 술이 새 부대를 차지하고 있다면 이는 무책임의 극치이자 역사에 어떤 대통령으로 각인내지 기록될지 두고 볼 일이다.

대통령 기록관에 뭐라고 미사여구가 동원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필자의 견해는 역대 최악의 인사를 펼친 대통령으로 수차례 적은 바 있다.

작금의 인사를 보면 군사독재시절과 비교해 볼 때 온갖 미사여구의 동원과 방법만 바뀔 뿐이지 망국으로 가는 방향은 별반 다를 바 없다.

이 점에 대해서는 180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도 같은 입장이어야 한다. 새 정부에 협력하지 않으면 당장 두 달 남짓한 지방선거는 어쩌고 2년 남은 총선은 어찌할까.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정치판에 이제는 국민들 눈치를 보며 안일했던 환경들을 헤쳐 나가는 변화를 보여야 한다.

임기 내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돌아봐야할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정부는 이러함에도 자신이 자신에게 수여하는 무궁화 훈장을 제작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미 전해철 장관이 재임 중인 행정안전부에서 2021년 6월 한국조폐공사에 의뢰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에게 수여할 무궁화 훈장 두 세트를 9월 6일까지 완성시켰다.

한 세트에 6,823만원씩 2세트 1억 3,647만원이 소요됐다. 대한민국 훈장 중 최고 가치를 지닌 무궁화 훈장은 대통령과 배우자 또는 국가 발전에 뛰어난 공을 이룬 우방국의 대통령과 배우자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금 190돈을 포함 귀금속으로 제작된 무궁화 훈장, 역대 대통령도 이래저래 받았지만 제작 당시의 상황은 코로나19가 창궐중인 국난의 시기였으며,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의상비와 액세서리 사용내역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며 스스로 훈장을 받기에는 명분이 약한 것이다.

임기 동안 어떤 공을 세웠는지 명분이 있어야 한다. 다가올 지방선거의 당선자들이 보고 배울까 걱정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하는 걸 봐서는 더하면 더했지 덜할 인물들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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