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 정권 수사가 갖는 의미?···‘정치보복’ 또는 ‘법치주의 확립’
[기자수첩] 전 정권 수사가 갖는 의미?···‘정치보복’ 또는 ‘법치주의 확립’
  • 김경현 기자 newsjooo@hanmail.net
  • 승인 2022.06.1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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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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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김경현 기자] 오는 9월 시행을 앞둔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으로 시한부 수사권을 행사 중인 윤석열 정부 검찰이 전임 문재인 정부의 ‘산자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고,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정치보복’이라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이어 당시 인사수석실 행정관 출신인 박상혁 의원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되는 등 윗선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주당 입장에서 의문 하나를 가져보자. 현 정권은 전 정권의 위법성에 대해 눈감아야 하는 것일까? 이는 누가 봐도 합리적 의문이 아니다. 전 정권에 대한 수사는 여야 정권이 교체됐기 때문이 아니라, 진실 규명과 법치주의 확립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금 민주당의 주장대로라면, 정권을 재창출 했을 경우 산자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된다. 하지만 이는 누가 봐도 민주주의 법치국가의 국정운영 방식이 아니다.

그리고 재차 민주당 입장에서 의문을 하나 더 가져보자. 문재인 정부에서의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수사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정치보복이었는가? 당연히 민주당은 ‘아니다’라고 강하게 항변할 것이다. 문 정권 초기로 기억을 복기해 당시 ‘적폐청산’이라는 희대의 신조어를 무기로 전 정권과 전전 정권을 밑바닥까지 헤집었다. 그 주역 중 한 명이 현 대통령이고.

다시 이 지점에서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 의문 하나를 가져보자. 국정농단 특검 파견검사와 문재인 정부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을 거치면서, 당시 전임 정권 수사에서 핵심 역할을 한 윤 대통령으로서는 그 잣대가 그대로 적용되기를 바라지 않을까? 물론 대통령실은 ‘기획수사는 하지 않는다’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니 그와는 별개로 말이다. 더욱이 산자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일정부분 수면 위로 올라온 사안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화자찬했지만, 친형 이상득 의원이 구속됐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지금까지 영어의 몸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무결점주의에 빠져 ‘우리는 옳기만 하다’고 강변했던 문재인·민주당 정권은 결국 5년 만에 정권을 내줬다. 다시 말해 세상에는 완벽한 정책도, 완벽한 정치인도, 완벽한 대통령도, 완벽한 정권도 없다. 때문에 삼권분립의 기초 위에 민주주의가 서 있는 것이고.

문재인 정부에서의 전임 정권에 대한 수사가 정치보복이 아니었던 것처럼 윤석열 정부에서의 전 정권 수사도 법치주의 확립을 위한 것이다. 정치보복이라는 의심을 피하고자 전 정권에 제기된 위법성을 덮는다면, 역대 정권의 반법치주의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을 게 자명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군사독재 정권이었고 보면, 정권이 교체됐든 정권 재창출을 했든 문민정부에서는 전임 정권의 위법성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단죄해야 한다. 

만약, 그런 자정 노력을 태만히 하거나 반기할 경우 정권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곪아 들어갈 수밖에 없고, 급기야 국가 자체가 부패해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고. 때문에 법치주의에 근거한 국정운영의 완전한 안착을 위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른 전 정권 수사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그래왔기 때문에 지금 정도의 정권 투명도가 생성된 것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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