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플라스틱 시대
[환경칼럼] 플라스틱 시대
  • 성해인 객원기자 kmaeil86@naver.com
  • 승인 2022.12.0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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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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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성해인 객원기자]지금은 플라스틱의 시대이다. 생수, 커피, 랩, 샴푸, 화장품, 비닐봉지 등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우리는 플라스틱과 함께한다. 플라스틱은 저렴하고 변형이 쉬워서 상용화에 유리하다. 그 결과, 지금과 같은 ‘대(大)플라스틱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알다시피, 플라스틱이 마냥 완벽한 소재는 아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플라스틱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면, 플라스틱의 이용이 조심스러워질 수도 있다.

먼저 플라스틱은 사용 단계에서부터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플라스틱’, ‘전자레인지’, ‘열’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마지막 단어가 있다, ‘환경호르몬’이다. 지난 몇 년 동안, 플라스틱의 환경호르몬 이슈는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 환경호르몬은 생물체에 흡수되었을 때, 마치 하나의 호르몬처럼 작용하여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킨다. 결과적으로 기형, 생식 기능 저하, 성장 장애, 발암 등을 유발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주변에서 플라스틱을 오용하고 있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 플라스틱의 생애에서 소비자의 손에 있는 기간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플라스틱은 폐기물로서의 새로운 여정을 떠난다.

태평양 한가운데, 있어서는 안 될 섬이 하나 있다. 바로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 GPGP(Great Pacific Garbage Patch)이다. 한반도 면적의 약 7배 되는 쓰레기 섬이 바다 위에 떠다닌다. 쓰레기 섬은 태평양뿐만이 아니다. 대서양과 인도양 등지에도 해류에 따라 크고 작은 쓰레기 섬들이 발견되었다. 이 쓰레기 섬들의 우점종은 소나무도 참나무도 아닌 플라스틱이다. 유엔 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이곳에서의 플라스틱은 대부분 육지로부터 기인하였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유출되었다고 한다. 또한, 매년 1000만 톤의 플라스틱 제품이 바다로 유입된다고 한다. 
  
 이렇게 유입된 플라스틱은 당연히 생태계를 파괴한다. 누구든지 한 번쯤은 플라스틱 빨대로 고통받는 거북이, 비닐봉지로 가득 찬 고래의 배, 플라스틱에 부리를 묶여버린 새의 사진 등을 보았을 것이다. 이렇듯 플라스틱이 해양 생물의 생명을 앗아가는 일은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그 영향을 피해갈 수 없다. 미세플라스틱은 이를 섭취한 작은 플랑크톤을 통해 작은 물고기, 큰 물고기로 농축되고, 결국 우리들의 식탁에 놓이게 된다. 먹이사슬의 상위층으로 갈수록 플라스틱의 농도는 배로 증가하고, 최상위층인 우리가 결국 그 영향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즉,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분해되고 축적되어 우리의 입속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는 ‘재활용 잘하는 국가’로 유명하고, 분명 열심히 세척 및 분리하여 재활용 쓰레기통에 넣은 플라스틱이 왜 문제가 되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2019년 환경부 조사 기준으로,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 비율은 69.2%로 높은 수치를 자랑한다. 그러나 이 통계는 흠이 존재한다. 선별장에 들어온 폐플라스틱의 비율이 69.2%일 뿐이고, 이 69.2%의 폐플라스틱 중에서도 일손 부족 및 경제적인 이유로 재활용되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더욱이 이 수치는 민영 재활용업체의 통계를 합산한 것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재활용되지 못한 폐기물은 대개 소각되며, 매립되거나 바다로 유출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선별장에 들어온 플라스틱이 소각되어도 ‘재활용’의 이름으로 통계에 합산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실제 재활용 비율은 현저히 낮을 것으로 예측하며, 올바른 모니터링과 폐기물 관리 시스템을 요구한다. 재활용(Recycle) 외에도 폐플라스틱을 에너지화하는 등 많은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사실상 아직 환경적·효율적·경제적으로 헤쳐나가야 할 산이 많다. 

그렇다면 마음편히 쓰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뜨거운 감자, 플라스틱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의 EPA(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및 다양한 단체에서 폐기물 처리에 주장하는 세 가지 사항(3R)이 있다. 절약(Reduce),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이 그것이다. 필자가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절약(Reduce)이다.

근본적으로 쓰지 않으면, 폐기물은 발생하지 않는다. 플라스틱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할 순 있다. 이를테면,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는 대신 친환경 소재의 빨대를 사용하거나 아예 빨대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생산자 측에서도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을 자제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할 수도 있다.

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은 단순히 물고기나 새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인류를 위해서이다. 플라스틱은 20세기 초에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면적을 가뿐히 능가하는 섬을 곳곳에 만들어냈다. UNEP에서는 지금과 같은 플라스틱의 생산량과 소비량을 유지하면, 2050년에는 340억 톤의 플라스틱을 생산해 낼 것이라 예상한다. 어쩌면 제6차 대멸종의 중심에는 인류와 플라스틱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기 전에 지금 우리는 국가적 차원, 기업적 차원, 개인적 차원 모두로부터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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