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경의 기자수첩] 「재벌집 막내아들」에 보인 영웅의 이전  
[박미경의 기자수첩] 「재벌집 막내아들」에 보인 영웅의 이전  
  • 박미경 기자 miorange55@naver.com
  • 승인 2023.01.0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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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경 기자
▲ 박미경 기자

재벌집 막내아들을 재미있게 봤다. 묵직한 주제 의식과 함께 현대사를 아우르는 배우들의 명품 연기와 섬세한 연출, 의미있는 대사들이 드라마를 빛나게 했다.

「이태원 클래스」와 「이태원 클래스」 이후 JTBC에서 크게 히트한 드라마이다. 2022년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에 15회와 16회를 본방 사수한 애청자들도 많다.

20프로가 넘는 시청률이 뜨거운 열기를 반영했다. 대방의 16부작이 끝나고 방송국의 시청자 게시판과 실시간 톡방에서는 이례적으로 뜨거운 설전이 이어졌다.

주인공의 죽음이라는 맥빠지는 설정 때문이었다. 진도준(송중기 분)이라는 긍정적 인물이 이복형의 사주로 등장한 트럭 한 대로 즉사하는 설정이 시청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오픈톡방에서는 1회를 보고 마지막회를 보면 된다,라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다.

사실 시작 부분과 마지막 부분이 2화에서 15화까지와 심하게 겉돌았다. 한마디로 주제가 무엇인지 물음표가 새겨지는 전개였다. 진도준으로 살았던 윤현우의 의식이 돌아오고 윤현우로 참회하면서 산다는 영웅의 이전은 아무리 좋게 봐도 이해가 안된다. 금수저의 죽음으로 흙수저의 성공을 가져온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결말의 석연찮음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여러 가지로 괜찮은 포인트가 있었다. 그 중 가장 인상에 남는 점은 순양그룹의 진양철(이성민 분) 회장이었다. 그는 미친 연기력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기를 했다. 진회장이 유언으로 남긴 “도준이 내 손주다.”라는 대사는 유행어가 될 정도로 감정이 이입되게 했다.

지금까지 할아버지의 총애를 받던 두준이 끝까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성공하여 흙수저 출신의 윤현우의 영혼까지 애도하는 결말을 시청자들은 예상했다. 실제로 원작에서는 이렇게 끝난다.

하지만 지금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도준이 막판에 어이없이 살해 당하는 결말은 황당 그 자체였다. 그 흥미진진하던 복수극이 코마 상태의 윤현우의 꿈이었다니 이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는 원성이 자자했다. 재벌가의 손주로 태어나 미래를 족집게처럼 맞추며 ‘자기 집안 박살내기 프로젝트’에 대리 만족을 느끼던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쳐도 너무 쳤다.

게다가 납치되어 뒤로 손을 묶이고 머리에 총상을 근접거리에서 맞고 수십미터 절벽에서 심해로 떨어진 윤현우는 무슨 도술을 부렸기에 살아날 수 있었을까? 리얼리티가 떨어져도 한참 떨어진다. 게다가 현우를 구해준 게 국정원 직원이라니 앞뒤가 안맞아도 너무 안맞았다. 그래도 드라마를 보는 동안 행복했다.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와 할아버지 생각도 많이 했다.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등장인물과 무대 배경이 현대냐 삼성이냐를 가지고 현대사를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상사와 충복이라는 구도도 감동적이었다.

회장의 충복으로 나온 이항재 실장(정희태 분)과 형제의 난의 주인공인 진동기,진화영,최창제를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는 큰 수확이었다. 진성준(김남희 분) 의 큰 일에서의 분노조절장애 연기, 성준처 모현빈(박지현 분)의 밀도있는 연기도 볼 만하다. 다음 JTBC 드라마를 기대한다. 

박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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