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달아달아 밝은 달아 
[덕암칼럼] 달아달아 밝은 달아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2.0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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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어제는 정월 대보름 날이었다. 카톡에는 액운을 버리고 행운만 바란다는 오곡과 각종 나물 그림이 스마트폰의 화면을 장식했다. 언제부턴가 인사는 그림 카드가 대신하는 신종 풍습이 판을 쳤다.

지인의 초상에도 문상보다는 조화나 근조기 전달, 부의금이 대신했지만 그나마 하던 조문조차 사진으로 조화에 검은색 이름을 적어 보내는 것으로 그치는 편리한(?)세상이 됐다.

제사도 인터넷으로 치르고 인터넷이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친척이란 단어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세상을 향해 마구 달려가고 있다. 지금은 설마 하지만 적어도 10년이나 20년 정도 지나면 충분히 수긍할 것이고 당연한 세상이 될 것이다.

어쨌거나 그러한 분위기에 필자도 덩달아 글로 독자들의 안부와 정월 대보름 인사를 전한다. 입춘대길, 건양다경, 먼저 입춘은 봄에 들어선다는 뜻이고, 대길은 크게 길하다는 뜻으로서, 지난 4일이 입춘이었다. 이날 집 대문 위에 한문으로 써 붙이는 입춘대길의 문구다. 시간으로는 입춘 시가 오전 11시 43분이다.

날짜와 시간을 맞춰 써 붙여야 효과가 있다는 전설이다. 건양다경은 또 어떤 뜻일까. 세울 건 볕 양 많을 다 경사 경을 풀이하면 맑은 날이 많아 좋은 일과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라는 기원을 담고 있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독자들과 함께 알고 가야 할 문구가 있다. 건양이란 대한제국 고종이 즉위하여 사용한 연호인데 뒤에 다경, 즉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바란다는 사자성어를 만든 것이다.

건양은 국태민안을 의미한다.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하다는 뜻인데 과연 그랬을까. 이렇게 좋은 날의 전날에 수도 한양, 지금의 서울 한복판에서는 과거의 임금에 해당하는 대통령을 탄핵하라고 수십 만명의 백성들이 손에 항의의 문구를 적어 군중집회를 벌였다. 9가지 나물과 오곡밥 대신 배달부가 갖다 바치는 치킨과 피자가 풍습을 잊게 해준다.

여차하면 쉬지 못한 휴일을 되찾기 위해 대체 공휴일로 정할 수 없을까 연구한다. 어찌하면 하루라도 더 쉴까 하는 노력에 때 되면 급여 받을 수 있는 철밥통은 희희낙락 할지라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야 하는 수백 만의 자영업자나 근근이 국내 경제의 밑받침이 되었던 중소제조업체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갑과 을이 전도되어 사정해야 생산라인을 돌릴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어떤 각도로 들여다봐도 대한민국의 침몰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문제는 문제라고 여기는 문제의식이 무디어진다는 것이고 이를 지적하고 대안을 찾자는 목소리가 허공의 독백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리 고유의 풍습은 살려야 한다. 카톡의 그림판으로 현실에서는 고사리 나물 한 점 나누지 못하는 눈 장난에 그치지 말아야 한다.

과거처럼 동네가 떠들썩하게 잔치를 벌이거나 집집마다 온갖 음식 하느라 부산떨지는 않더라도 가사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여성 중심의 페미니즘에 빠져 정작 중요한 것조차 모두 망각하는 추락의 길을 걷지는 말아야 한다. 마냥 편리함만 추구하다 정작 고유의 가치나 미풍양속마저 전설이 된다.

사람 사는 향기는 사라지는 것이다. 어제는 다행히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에 정월 대보름 달이 떴다. 오후 5시 20분부터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 정월 대보름 달이 희다 못해 노란색을 띠며 청천을 향해 무슨 소원을 들어줄까 하며 부풀어 올랐다. 문득 가수 김부자가 불렀던 달 타령이 생간난다.

“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정월에 뜨는 저 달은 새 희망을 주는 달…” 필자가 바라는 소원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먼저 달아 하면 반말이기에 안 들어줄 공산이 크다. 덩치로 보나 탄생한 연혁을 보나 필자가 수그리는 게 맞는 것이므로 달님이라 한다. 자고로 소원이라는 게 대부분 가족의 건강과 사업번창인데 다 잘 되면 좋겠지만 어디 원한다고 될 일인가.

모두 건강하면 병원은 뭘 먹고 살란 말인가. 아무도 싸우지 않고 범죄가 없으면 사법당국이나 교정시설 관계자는 실직자가 된다. 적절한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것. 그것이 세상살이다. 그럼 기도 내용을 소개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달님에게 드리는 기도인 만큼 특정 단체의 비방은 사절한다.

요즘 뉴스에 온통 도배된 제목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대통령 윤석열이다. 이태원 참사 100일째와 천정부지로 인상되는 난방비 폭탄도 부제로 소개된다. 그 외 나머지 민생에 대한 문제는 어찌되든 아예 후보 명단에도 없다.

그래서 말인데 달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당사자가 알 것이고 야당 탄압인지 검찰의 기소에 문제가 없다면 구속됨은 당연할 일일진대 왜 백성들이 추운 날씨에 거리로 쏟아져 나와 야당탄압과 난방비를 거론하며 이 난리를 치는 것입니까.

현재의 어려움이 대통령과 관련 있다면 정확한 과정을 먼저 알려야 할 것이며 아니라면 트집을 위한 트집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싫든 좋든 다수결에 의해 선택된 지도자인데 탄핵을 주장한다면 선택한 유권자는 무엇이며 이 땅의 민주주의 정체성은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선택한 백성들 중 좋아서 뽑은 사람이 얼마나 되었겠습니까.

많은 분들이 말합니다. 달리 여지가 없으니,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 덜 나쁜 사람을 찍은 것이라는 여론입니다. 그런데 어쩌다 국민이 이재명과 윤석열 두 사람을 대신하여 국론이 분열되고 먹고 살기 어려워 하루에도 수 십 명씩 생목숨을 끊는 현실은 외면당하는 것입니까.

언제부터 국민들이 정치에 이렇듯 관심이 많았으며 서로 미워하고 분노하는 수십 만명 외에 이를 지켜보는 수천 만의 국민들이 바보라서 가만 있는 줄 아십니까. 누구를 위한 모임이며 대립각을 세우는 동안 하늘에서 내려다보시는 애국열사와 호국영령들이 무슨 마음이겠습니까. 그러니 달님, 피, 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복에 겨워 나대는 후손들을 부디 용서하소서.

정월 대보름의 참뜻을 망각하고 예절도 없고 조상들의 슬기도 이어 받을 줄 모르는 아둔함도 용서하소서. 그리고 말없이 맡은 일에 정성을 다하는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달님보고 빌면 그 소원, 모두 들어주소서. 밤하늘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들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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