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돈의 기자수첩] 10.29 이태원참사 100일, 살아남은 자의 안타까움과 부끄러움
[이익돈의 기자수첩] 10.29 이태원참사 100일, 살아남은 자의 안타까움과 부끄러움
  • 이익돈 기자 mickeylee@naver.com
  • 승인 2023.02.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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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돈 기자
▲이익돈 기자

갑작스러운 비보에 놀라움과 어처구니없음에 충격, 한 순간 비좁은 작은 골목길에서 158명이 압사당한 비통함, 영정과 위패도 없이 비정상적이고 몰상식한 엉터리 분향소에다 국가추모기간 설정으로 슬픔과 아픔을 땅바닥 아래로 짓눌려 버린 지 100일이 지나도록 책임져야할 이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도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책임자 처벌을 위한 진상 규명도, 경찰의 수사도 속 시원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듯해 안타깝고, 살아남은 어른, 어버이의 한 사람으로 참으로 부끄러운 심정이다.

돌이켜보면, 참사 당일 저녁 6시 경의 첫 112신고에서부터 사고 시간인 밤 10시15분 경까지 이어진 수 십 차례의 112 및 119 신고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에 서울 시내 한 복판 길을 걷다가 158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를 당하였는데도, 그저 대참사를 쉬쉬하며 참사 원인과 그에 따를 책임을 피하려는 듯, 통상 의례히 보도되던 사망자 명단도 비공개, 변을 당한 희생자들의 사연 소개도 철저히 언론이 외면, 아니 가로막혀버린 현실이 대단히 슬프고 비참하고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현실이 아닌가 싶다.

참사 100일이 되도록 유가족을 진정으로 위로하지도 않고, 그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려 애쓰기 보다, 유가족들의 뜻을 헤아려주기 보다 이태원 참사 발생 원인과 대처 부실과 사후 처리의 부적절하고 비 상식적인 일 처리, 부실한 국정조사, 진상규명 수사의 불합리한 점등 수많은 국민들의 비판을 차단하고 유가족들의 비난 여론을 참 재우려 갖가지 패륜 행위와 2차 가해를 저지른 이들, 권력 기관, 언론,단체들이 많았다는 지적을 우리는 보고 들어왔지 않았는가 싶다.

이태원 참사현장에서 가까운 녹사평역 인근 시민합동분향소를 차린 후에도, 유가족들과 추모객들은 보수, 수구, 극우단체의 비난, 욕설, 막말을 확성기로 들어야만 하는 2차 가해를 당하고 있지 않은가? 조촐한 시민분향소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가족들의 슬픔과 아픔을 위로해야 할 공간에서 반 인륜적이고 패륜적인 추악한 욕설과 비난조의 언사로 만행을 저지른 단체와 그 행위자는 대체 어느 나라의 국민인지? 대체 이 나라 이 땅의 부모, 어른이 맞는 건지? 자녀에게 부끄럽지 않으냐고 묻고 싶다.

국회 사무처에 승인을 얻고 작가들이 준비하고 작품 디스플레이까지 마친 ‘굳바이전’ 작품들을 전시회 전날 자정 무렵에 기습 철거해버린 국회사무처의 만행 역시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예술과 표현의 자유를 짓밟은 횡포는 국회 사무처장 선에서 순수한 잣대로 갑작스레 전시 취소 작품 일방 철거를 하였겠느냐는 위혹을 사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굳바이전’을 보러 국회의원회관을 찾은 필자로서도 황당하기 짝이 없고 어처구니가 없었던 그 날 아침이 오래 가슴에 남아 있다.

국정조사에서 성실하지도 진실되지도 않은 자세로 시간 끌기만 하며 엇박자를 놓았다고 평가되는 대다수의 국민의 힘 국조위원들의 2차 가해성 발언, 망언들도 유족들의 가슴을 다시 찢어 놓은 듯하다. 참사 희생자의 명예를 더럽히기도 사자명예훼손에 이를 정도의 망나니 짓들을 저지른 듯하여 마음이 아프다. 그들 역시 희생자 또래의 자식을 둔 엄마 아버지들일 터인데 말이다.

참사 100일을 맞아 5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차원의 ‘이태원 참사 추모제’에 여야 지도부와 김진표 국회의장과 수많은 국회의원과 유가족들이 자리를 같이 했지만,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추모사 순서 때에는 유가족들의 비난과 욕설이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이재명 민주당대표는 “그 날 이후 유족에게 온 세상은 까만 잿빛이지만, 대통령도 정부도 여당 마저도 여전히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꼭 명심하라”고 추모사에 덧붙였다.

한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4일에 서울시청광장에 유가족들이 마련한 천막분향소를 설치하고 추모객들의 조문과 위로를 받고 있는데, 서울시는 이를 불법으로 여겨 6일 오후 1시까지 자진 철거하라고 통보하고 이를 어기면 행정대집행을 통해 강제 철거에 나설 태세라고 한다.

이에 이종철 유족대표는 “천막 분향소를 우리가 철거할 테니 국회와 정부와 서울시가 많은 국화꽃으로 제대로 합동분향소를 공식적으로 만들어 달라”고 ‘국회 이태원 참사 추모제’에서 제의하기도 했고, 강제 철거당하는 일이 발생하면 준비된 휘발유로 분신 자살 등 온몸으로 막겠다는 결의를 내비치기도 하였으니 오죽 억울하고 분노하면 저런 심정일까?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부디 서울시가 대승적 차원에서 인륜적 관점에서 서울시청 합동분향소를 용인해주거나 유족과의 합의된 장소와 방법으로 제대로 된 시민분향소를 차려주는 것이 올바르고 정의롭고 선량한 행정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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