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의창] 봄바람이
[동심의창] 봄바람이
  •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kmaeil86@naver.com
  • 승인 2023.03.17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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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어효선

"여보세요! 여보세요!
그만 눈을 뜨세요."
봄바람이 버드나무 가지를 쥐고 흔든다.
어서 파란 싹을 틔우라고.

"여보세요! 여보세요!
그만 잠을 깨세요."
봄바람이 개나리 가지를 잡고 흔든다.
어서 노란 꽃을 피우라고.

"여보세요! 여보세요!
내 말 좀 들으세요."
봄바람이 귀에 대고 속삭인다.
낼 모레면 개나리가 필 게라고.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난정(蘭丁) 어효선(魚孝善, 1925~2004)은 서울에서 태어나 한양중학교를 졸업하고 해방후 2년간 초등교원을 지냈다.

그후 출판사와 잡지사에서 근무하다 6년동안 금란여중 교사를 지냈다. 난정의 동요시는 '스승의 은혜'로 유명한 작곡가 권길상(權吉相 1927~2015)을 만나 빛을 보았다.

국민동요로 애창되는 '꽃밭에서', '과꽃'이 권길상의 곡이다. 그는 나팔꽃, 채송화, 봉숭아, 과꽃을 좋아했고, 특히 난을 좋아해서 호도 난정이라 했다.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버드나무 가지가 파르르해진다. 이윽고 노오란 개나리꽃이 함초롬히 피어난다. 봄에 새싹이 돋고, 꽃이 피는 것은 봄바람이 따스한 입김을 불어 넣기 때문이다. 난정은 봄바람이 속삭이는 목소리를 통해 봄소식을 전해준다.

파랗고 노란 봄소식 만큼이나 색을 즐겨 다룬 난정은 어린이의 마음까지도 파란색과 하얀색으로 표현했다. 그의 또다른 대표작 '파란 마음 하얀 마음'(한용희 작곡)은 마음 맑은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는 동요이다. 그는 5월 스승의 날에 시신까지 기부하고 조용히 떠났다. 묘소조차 남기지 않고 떠난 그이여서 새싹 돋는 봄이 오면 더욱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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