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약속
노원호
봄은 땅과 약속을 했다.
나무와도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싹을 틔웠다.
작은 열매를 위해
바람과 햇빛과도 손을 잡았다.
비오는 날은
빗방울과도 약속을 했다.
엄마가 내게 준 작은 약속처럼
뿌리까지 빗물이 스며들었다.
운계(雲谿) 노원호(盧源浩, 1946~)는 경북 청도가 낳은 동시인이다. 1974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 「바다에는」이 당선되고, 197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바다를 담은 일기장」이 당선되었다.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바람과 풀꽃」, 「눈치 챈 바람」, 「바다에 피는 꽃」, 「놀이터」 등이 실렸다. 대한민국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등을 받았다.
약속은 작은 것일수록 소중하다. 작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큰 약속도 소홀히 하기 마련이다. 운계는 작은 일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그의 동시 「행복한 일」에서도 “누군가를 보듬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라고 하였다.
봄이 땅, 나무와 한 약속은 생명을 키워주는 일이다. 그 소중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바람과 햇빛과 빗방울의 도움도 받는다. 봄기운이 완연하다. 해마다 찾아오는 봄이 약속을 잘 지키듯 사람도 자연과의 약속을 잘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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