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핀 마을
이호우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뉘 집을 들어서면은
반겨 아니 맞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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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우(李鎬雨, 1912~1970)는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경성제일고보를 다니다 중퇴했다. 이병기의 추천으로 <문장>지에 시조 「달밤」 이 추천되어 등단하였다.
대구매일 문화부장 및 논설위원을 지냈다. 작품집으로 『이호우시조집』(1955), 『휴화산』(1968) 외에 여동생 이영도와 함께 펴낸 『비가 오고 바람이 붑니다』(1968)가 있다.
매화(梅花)가 양반들의 멋을 나타내는 귀족나무라면 행화(杏花, 살구나무)는 일반 백성들을 상징하는 서민나무였다.
살구는 복숭아, 자두와 함께 우리 선조들이 즐겨 먹던 여름과일이다. 서민의 삶을 그린 풍속화를 보면, 오막살이 한쪽에 살구나무꽃이 버슨분홍으로 환하게 물들이고 있다.
「살구꽃 핀 마을」은 살구꽃 피는 시골 마을의 아름답고 넉넉한 정취와 흐뭇한 인정을 그린 시조로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요즘 살구꽃은 벚꽃의 위세에 밀려 빛을 바래가고 있지만, 고향을 상징하는 꽃이다. 살구꽃 핀 마을을 배경으로 시골 마을의 환한 모습과 따사로운 정을 느끼게 해 주는 수채화 같은 시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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