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건설의 날
[덕암칼럼] 건설의 날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6.21 08: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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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지난 18일은 ‘건설의 날’이었다. 건설업 종사자들의 사기 진작과 건설 산업 발전을 위해 제정한 기념일인데 1981년 건설의 날 행사가 처음 개최됐다.

이날은 건설 산업의 발전에 공헌한 유공자를 선정해 건설인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 포상을 실시한다. 여기서 유공자란 어떤 사람들일까.

국내외 건설 산업 분야에 종사하면서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일자리 창출, IT 기술접목, 건설 관련 제도 개선, 해외시장 개척, 국책사업 수행 등 건설 분야의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사람이다.

포상 종류는 산업훈장, 산업포장,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국토교통부 장관 표창이다. 우리나라는 건설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상징적인 건물이나 교량, 터널, 항구 등 믿기 어려운 기술로 대한민국 국위를 선양하는 사례를 수도 없이 많이 본적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업적 이면에는 건설 현장 최하위층에서 이른바 잡부로 통하는 일용직 건설노동자나 외국인 근로자들이 안전 사각지대에서 일하다 소중한 생명을 잃은 일도 허다하다. 오늘은 건설 현장의 이모저모를 돌아보기로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건설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대표적인 종목이 설계부터 시행사가 주관하고 시공사는 토목, 철근콘크리트, 전기, 소방, 설비, 유리, 실내 인테리어, 조경 등 건설에 필요한 모든 종목을 통틀어 다루는 종합 건설, 일명 종건이 있고 그 아래는 종목별 전문건설업인 단일종목 일명 단 종이 있으며 그 아래는 하도급과 하도급 아래서 특정 일거리를 맡아 일하는 품떼기까지 다양하다.

큰돈은 건설과 부동산, 보험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과거처럼 공사 한 건 맡았다고 떼돈 벌던 시대는 지났다. 엄격한 감리 감독이 1차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고 시공 방법에 따라 품질관리는 물론 건설 실명제로 인해 책임 시공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으니 대충 어영부영하다가는 재시공을 피해 갈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타워크레인부터 레미콘 트럭까지 건설노조가 결성되어 자칫 하다가는 공사 기간을 맞추기도 어렵고 각종 민원에 내부고발까지 성행하니 건설이 돈 된다는 말은 옛말이다.

시공을 맡은 종합건설은 PF 일명 신용에 따라 대출이 발생해야 하는데 일한 만큼 제때 나오면 다행이지만 지난번 춘천발 레고랜드 파장처럼 지방자치단체의 콧바람만 불어도 일하는 입장에서는 태풍이나 마찬가지다.

돈 줄이라는 게 한번 꼬이면 평상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채권도 이겨내지 못해 부도가 나는 것이고 건실하던 업체도 하루아침에 도산을 피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돈의 위력이라는 게 건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있을 때는 부리는 사람이 갑이지만 없을 때는 일하는 사람이 갑이다.

임금이 밀리거나 그럴만한 분위기가 형성되면 일하던 연장도 팽개치고 장갑을 벗어 던지면 그 때부터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특히 지난번처럼 정부가 귀족노조 손 본답시고 칼을 빼 들면 법대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달리 방법이 없다.

이른바 모든 작업 과정을 법대로 하면 태업이 되는 것인데 일선 현장의 생리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망치질 하나까지 안전하게 하면서 모든 시공 과정을 시방서대로 한다면 공사 기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아직도 건설 현장에는 오래전 일제강점기 때부터 내려오던 용어나 시공 방법이 성행하고 있다. 일명 ‘노가다(막일)’라고 불리는 건설 현장은 사업에 실패하거나 실직자들이 호구지책으로 먹고살기 위해 찾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건설현장이라는 게 그리 만만한 곳은 아니다.

굴삭기 쪽바가지(쪽버켓)로 파던 상·하수도 토목공사는 호리가다(터파기)라는 일본 용어로 곡괭이나 삽이 전부였고 철로 제작된 비계는 아시바(높은 곳에서 통행이 가능하도록 만든 다리)라는 목재로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반생(굵기에 따라 분류한 굵은 철사)이라는 철사를 어깨에 메고 안전띠 하나 없이 아슬아슬한 곡예를 일삼던 시절, 레미콘 차량 대신 대빵(철판)이라는 철판 위에 곽삽으로 2인 1조가 되어 기계처럼 비벼대던 공사현장은 하루 10시간 일해야 일당을 받던 과거가 있었다.

일명 돈내기라는 한정된 일거리를 정해주고 얼마나 걸리든 마치고 나면 일당을 주던 돈내기, 소위 야리끼리(정해진 일을 다 끝내면 퇴근)라는 게 있었는데 과거 일제강점기에 한국인들끼리 경쟁시켜 작업 능률을 올리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일해도 일명 오야지(책임자 혹은 우두머리)가 어음 와리깡(어음 할인)을 한답시고 서푼이라도 떼면 정작 손에 쥐는 건 그리 넉넉지 않은 삶의 연속이었다. 지금의 눈부신 건설현장의 현주소는 어둡고 위험한 과거 노가다의 과정이 있었기에 어려운 대한민국의 국토건설의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건설의 날 누군가는 표창을 받아 기쁘지만, 누군가는 소중한 생명을 잃는 후진국형 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필자가 수년간 일선 현장에서 겪어본 대한민국의 건설현장은 층간소음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 있음에도 이를 간과하고 촘촘히 엮어 매어야 레미콘 타설에 문제가 없음에도 철근 빼먹기나 반생 역음의 건너뛰기, 아스팔트 시공시 아스콘 살포의 두께를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감독들과 사전에 짜고 정상 시공한 부분만 볼링 테스트해서 넘기는 경우도 허다했다.

우천 중에도 장시간 대기했던 레미콘을 그대로 타설하거나 시방서에는 국산이지만 시공에는 중국산 자재를 사용하고 철강재 대신 중고 구제를 사용하거나 재생해서 쓸 수 없는 안전용품도 수차례나 더 사용하는 등 건설현장의 비리는 영세업체로 갈수록 심각한 수준이다.

위로는 고용노동부 눈치 보고 현장에서는 건설노조의 입김도 만만찮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들의 가짜 주민등록증에 속아줘야 인력이라도 충원될 수 있는 건설 현장,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적어도 직접 겪어본 경험자로서 안전한 시공의 최종 수혜자는 사용자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초가집이 50년, 기와집이 100년을 가도 철근 콘크리트에 첨단 공법으로 지었다는 아파트는 30년을 넘기지 못하고 안전진단에서 재건축 허가가 나는 것인지 의문이다.

건설의 날을 맞이하여 건설현장의 속살을 잠시 파본 것은 더 안전하게 튼튼한 건축물을 지어 건설인이나 입주자 모두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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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 2023-06-22 06:25:56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