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밥그릇 싸움에 무너지는 인륜
[덕암칼럼] 밥그릇 싸움에 무너지는 인륜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6.29 08: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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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오늘은 밥그릇 싸움에 사라지는 양심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먼저 농사 한번 안 지어본 사람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하고 물고기 낚시 한번 안 해본 사람이 해양수산부 장관을 한다고 치자.

건설 현장에서 삽질 한번 안 해 본 사람이 국토교통부 장관을 하고 시장판에서 그 흔한 붕어빵 한번 안 구워본 사람이 시장경제를 논하고 어려울 때가 있어 돈 한번 안 빌려 본 사람이 기획재정부 장관을 한다고 치자.

물론 명문대를 졸업해 지식이 풍부하고 어찌어찌하여 국회에 입성한 경력으로 입법부와 행정부를 겸직하는 통에 견제할 자가 청문 당하는 입장을 일타쌍피로 누리고 사는 것도 다 그렇다고 치자.

자영업 안 해 본 사람이 자영업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우리 몸에도 안 맞는 외국의 노동법을 적용한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전 세계 모든 나라는 자국에 맞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공정하고 필요한 제도가 있다면 받아들이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도록 개정하거나 손봐서 도입해야 하고 우리 것이라도 시대변화에 따라 문제가 있다면 개정 법안을 마련하여 삶의 윤택함과 복지의 원활함이 병행될 수 있도록 일하라고 뽑아준 것이 국회의원, 광역의회의원, 기초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들이다.

그런데 작금의 사태를 보면 살자는 것인지 죽자는 것인지 구분조차 하기 어렵다.

언제부터 대한민국 임금체계에 정부가 간섭했는지 그 기원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빨간 글씨 놀고, 그것도 모자라 대체 공휴일 만들어 놀고, 국경일에는 왜 노는지도 모르고 놀고, 징검다리 휴일이라고 놀고, 이제는 주 4일제를 도입한다고 표를 구걸하고, 더 나아가 놀아도 돈 줄테니 표를 달라고 공갈 아닌 공약하고, 그래서 일하는 것이나 노는 것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보니 나쁜 소문은 빨리 번진다고 했던가.

나랏돈 타 먹는 방법이나 요령은 안 타먹는 사람만 바보 되는 분위기다. 이미 지난 코로나 정부지원금이 그랬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최저임금제의 협상 분위기가 그러하다. 일하는 입장에서는 시간당 12,210원을 달라며 업종 구분 없이 26.9%의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지난 22일 내년에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할지를 놓고 투표한 결과, 반대 15표, 찬성 11표로 부결됐다. 여기서 업종별 차등 지급이란 3D 업종과 비교적 저임금 업종에 대해 시간당 지급액이 달라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1988년에만 한시적으로 도입된 적이 있다.

당시 음료품·가구·인쇄출판 등 16개 고임금 업종에는 시급 487.5원, 식료품·섬유·의복·전자기기 등 12개 저임금 업종에는 시급 462.5원을 적용했었다. 노동계의 강한 반발로 1989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는 전 산업에 단일 적용되고 있다.

이쯤 되면 일하는 자와 돈 주는 자의 의견은 배제된 셈이다. 돈 주는 자는 숙박·음식업 등 임금 지급 능력이 부족한 업종에는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돈 받는 자는 최저임금 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반한다는 주장이다.

업종에 대한 구분 적용이 무산된 사회. 용광로 앞에서 땀 흘리든 편의점 시원한 냉방장치 앞에서 일하든 같은 금액을 받아야 한다면 누가 힘든 일을 할까. 돈 주는 자도 그렇다. 쉬운 일을 하는데 힘든 일하는 자와 같은 금액을 주라면 누가 줄 수 있을까.

주고받는 자는 각자의 입장에 그냥 두어도 노동 강도와 지급액의 비율에 맞게 알아서 조절될 일이다. 근본적으로 인원수 많은 노동계의 입장에 손을 들어 주고 표를 구걸했던 정치인들의 욕심이 화를 부른 것이며, 이제는 제도권 내에 법률적으로 밥그릇 싸움을 해야 하니 어느 한쪽이라도 양보할 수 없는 아귀다툼의 현상을 빚게 되는 것이다.

특히 소상공인들은 망연자실한 입장이다. 이런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이 과연 소상공인의 일을 해본 사람들일까. 해 보았다면 얼마나 절실하게 겪어 보았을까. 필자는 개인적으로 슈퍼마켓부터 음식, 숙박, 건설 등 30가지도 넘는 업종의 소상인 직업을 가져 본 바 있다.

경험에 의하면 임금을 주고받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자연스레 정해지기 마련이다. 이를 일부 정치인의 당선 욕심이 불러온 것이라면 과언일까 허언일까.

이제는 늦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구성되어 돈 받는 자의 주장이 제도권 내에서 결정되니 돈 주는 자들이 하나둘씩 돈 받는 자의 입장으로 전직하는 분위기로 갈 것이며 결국에는 그마저도 안 하고 수당에 길들여져 근로의욕 상실의 시대가 될 것이다.

한 마디로 나라 꼴이 망국으로 치달을 것이며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만 바보 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받는 자의 주장대로라면 내년부터 최저 임금은 255만 1천890원으로 오른다.

주는 자는 많이 주어야 하니 남기기 위해 물가를 올릴 것이고 임금이 올라 봤자 인플레만 상승하는 꼴이 된다. 물론 사람 구하는 구인 비율도 떨어질 것이고 실업자는 늘어날 것이며 사람보다는 키오스크나 로봇 등 기계에 의존하는 세상으로 빠르게 변할 것이다.

서빙 로봇과 조리 로봇, 무인 주문시스템이 훨씬 저렴하게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2019년 도입된 서빙 로봇은 첫 도입할 때 60만~70만원대였던 월 임대료는 최근 20만원 대로 낮아졌고 국내 키오스크 운영 대수는 2019년 19만 대에서 2022년 45만5,000여대로 2.4배 증가했다.

요식업종의 경우 5,500여대에서 8만7,000여대로 16배 가량 급증했으며 2022년 편의점 업계의 무인 매장은 3,300여개로 2020년보다는 6배 가량 급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저임금 상승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최저임금이 9,620원에서 내년 1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최대 6만9,000개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을 공개했다.

또 다른 예측을 보면 최소 19만4,000개에서 최대 47만개로 추정됐다. 이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영세기업들은 극심한 경기침체로 판매 감소와 재고 증가로 인해 경영난이 더욱 악화할 것이다.

돈을 받는 자는 말한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소비가 활성화되고 노동자 가구 생계비 반영을 통한 최저임금 인상이 현실화하며 임금 불평등이 해소될 것이라고 한다. ‘소탐대실’이라 했다. 욕심이 과한면 화를 부른다.

이런 분위기를 만든 정치인들이나 그렇다고 표를 주는 유권자나 둘 다 공범이다. 후손들만 낭패를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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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 2023-06-29 21:43:28
항상 생각할 꺼리를 주시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