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상부상조의 미덕이 낳은 오류
[덕암칼럼] 상부상조의 미덕이 낳은 오류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7.0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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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옛말에 서로 돕는 자들이 잘 산다고 했다. 이승만 대통령의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거나 이순신 장군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이기지만 살려고 도망친 자는 죽는다고 했다.

이런 정신이 제대로만 펼쳐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령 같은 물이라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고 했던가. 언론 또한 마찬가지다.

중책을 맡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이 공적인 기구를 사익에 결합시키거나 사적인 감정을 공론에 포함시키는 오류가 반복 되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고 현재의 기레기를 낳은 것이다.

일부 변호사도 의뢰인의 간곡한 당부에도 불구하고 재판에 소홀히 하면서 신뢰를 잃었고 한번 잃은 믿음은 쉽게 복구 되지 않는다. 어디 변호사 뿐인가.

검사·판사·의사도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면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해당 직종에 대한 권위와 퇴직해서 법무사, 개인병원을 차리더라도 고객(?)들의 사랑을 받았을텐데 현실이 그렇지 못한 것은 그만한 과정이 있지 않았을까.

오늘은 걷은 세금으로 온갖 명분을 내세워 한몫 챙기려는 한량들의 세계를 들여다보기로 한다. 먼저 모 기관에 재직 중이던 임원이 퇴직 후에는 관련업계의 하청 사장이 된다거나 공무원이 퇴직할 때 평소 눈도장 찍었던 자리에 낙하산을 타고 앉아 해당분야의 전문성도 없이 임기를 버티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 정부의 보은을 입고 권좌에 앉아 아직 임기가 남았다며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된다거나 한번씩 공기업의 부패로 전국이 떠들썩했다가도 슬그머니 넘어간 사례 또한 비일비재했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LH사건만 해도 그러하고 50억 사건 또한 그러하다. 800원을 훔친 버스기사가 법의 심판대에 서서 처벌을 받는 것과 감사원장의 공금 유용사례가 국회의원의 빗발치는 지적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을 보면 이제 부패에 대한 무감각, 즉 도덕불감증의 만연이 위중함을 볼 수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전관예우 방지법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지금까지 뭐하다가 새삼스레 불씨를 까뒤집는지 의문이다. 먹고살기 어려워 속 터지는 국민들 염장지르자는 것인지 공직자들의 비리를 들춰내 개선하거나 해결될 일도 아닌데 묵혀놨던 비리들을 파헤치는 것일까.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고 욕심을 버리거나 양심적 인성이 받쳐주지 않는 한 짜고 치는 고스톱의 화투판은 근절될 수 없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3년 동안 조달청·통계청·관세청 3개 기관 퇴직공무원이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민간 법인과 수의계약으로 처리한 거래 규모가 1,55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인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조달청에 근무하던 홍길동씨가 퇴직해서 모 기업의 이사나 전무로 취업한 후 조달청에 납품하는 물품의 수주를 독차지 하는 것과 같은 경우다. 공개입찰도 아니고 수의계약이니 공개입찰의 장점은 처음부터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시장경제 논리는 제외하고 물품의 단가나 제품의 특징, 타사와의 경쟁은 처음부터 배제되는 것이다. 당연히 소중한 국민세금으로 허접한 제품을 납품하고도 받는 측에서 짜고 치는 것이니 그 잇속을 누가 채울까.

오죽하면 정치권에서 중앙부처의 전관 예우성 수의계약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었을까. 지금까지 뭐하다가. 실컷 먹고 나니 새삼스레 발견한 비리에 손을 대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

6월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중앙부처와 퇴직공무원간의 수의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할 경우 퇴직자 등과의 수의계약 사실을 기관의 관보나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자면 그동안 중앙부처와 퇴직공무원의 수의계약이 진행됐었고 관보나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아 일반인들은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가령 조달청은 한국조달연구원의 원장부터 본부장까지 대부분 조달청 출신 퇴직공무원으로 채워진 기업에 68억 원을 수의계약 처리했다.

재단법인 한국통계정보원에 391억원, 재단법인 한국통계진흥원에 154억원, 재단법인 국가관세종합정보망운영연합회에 538억원, (주)케이씨넷에 401억원을 수의계약 처리했는데, 해당 단체의 대표들이 대부분 중앙기관의 퇴직공무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것을 상부상조라 할 수 있을까. 세금을 거둬들일 때는 납부기한만 지나면 연체료를 부가하고 개인신상정보를 모두 털어 가택수색이나 등록된 차량 압수, 은행계좌 정지, 심지어 야간에 주차해둔 차량을 상대로 체납자의 발목을 묶는가 하면 고속도로 톨게이트 앞에서도 카메라로 체납자를 검거(?)하는 신속정확성, 과감하고 열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게 거뒀으면 제대로 써야 하는 게 맞는 것이지만 이미 빨대의 목 넘김에 길들여진 승양이 같은 존재들이 그 중독성을 벗어날 수 없는 게 현실인 것이다. 큰 틀에서 보면 문단속이 허접한 집에 도둑이 든다면 범인은 집주인과 도둑 둘 다 공범이다.

이래저래 해먹을 수 있도록 시스템이 허접하다면 감사원은 뭐하는 곳이고 지역발전을 추구한답시고 수요예측 안 되는 대형 국책사업을 벌여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는 정치인이나 소 한 마리를 잡아 머리부터 꼬리까지 모두 발라먹은 수혜자들이 다시 표를 모아 찍어주는 것이나 같은 공범인 것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일부 배운 사람들이나 힘과 권력을 가져본 자들이 뜯어먹고 나눠먹던 먹거리는 일반 국민들이 모르게 그냥 두는 것이 낫다. 안다고 달라질 것이 없으며 작심하고 해먹겠다는 사람의 욕심은 누가 그 자리에 앉아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래서 정치는 표를 얻는 것보다 당선되어도 초심을 유지할 수 있는 정기적인 재평가, 의정활동에 대한 점수를 전문적인 민관단체들로부터 공개적으로 노출되도록 해야 한다.

국회, 광역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 도의회·시의회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재주껏 예산을 가져오거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평소 당선의 기여자들에게 온갖 수혜를 주는 것은 보은인사 뿐만 아니라 수의계약도 마찬가지다.

이번 비리 공개는 일부에 국한되는 것이니 괜히 들춰봐야 보는 국민들 속만 쓰릴 뿐이다. 면면이 파헤치면 세상사는 사람들 먼지 안 나는 분야가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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