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보여주기식 어도
[환경칼럼] 보여주기식 어도
  • 성해인 객원기자 kmaeil86@naver.com
  • 승인 2023.07.31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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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원 객원기자
▲성해원 객원기자

사람이 지나다니는 인도(人道), 차가 다니는 차도(車道)가 있는 것처럼 물고기가 드나드는 물고기 전용 길이 있다. 어도(魚道)이다.

본래는 강과 바다 그 자체가 물고기들의 길이자 생활영역이겠지만, 간혹 어도가 없으면 어류의 이동이 불가능한 경우가 존재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어류의 이동통로이다.

하천에는 보나 댐 같은 인공 구조물이 존재한다. 인공 구조물들은 용수 관리 차원에서는 유리할 수 있지만 생태계의 관점에서는 피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특히 연어와 같은 회유성 어류에게는 산란 및 생명에 지장을 줄 만큼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어도는 물고기의 이동통로이자, 산란 및 성장의 통로 기능을 하는 중요한 장치이다. 물고기뿐만 아니라 각종 수서생물의 종 다양성 유지에도 도움을 주고, 내수면 어업이 보전되도록 한다.

우리나라 법령에 따르면 2005년부터 내수면에 보나 댐과 같은 인공 구조물 설치 시, 어도 설치가 의무화되어있다. 그러나 해당 환경에 어울리지 않는 어도를 설치하거나 설치 이후 관리가 미숙하여 실질적인 어도 사용률은 저조할 따름이다. 국가어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설치 보 33,914개 중 정상상태 어도는 5.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여 2014년부터 해양수산부양식산업과 주관 아래에 ‘어도 개보수 사업’이 추진되어왔다.

어도 개보수 사업의 목표는 관리가 부실한 내수면 어도를 체계적으로 개보수하여 수산자원 조성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성공적으로 어도를 복구하였을 경우, 생태적 관점에서도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199건의 어도 개보수 작업이 있었으며, 체계적인 어도 관리를 통해 불량어도 운영을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국가어도정보시스템에 기재된 어도 개보수의 효과에 따르면, 실제로 어류의 소상 효과가 나타나고 수산자원량이 10.1배 증대된 것으로 확인되었다(연곡천, 2014~2018). 또한 회유성 어종의 어도 이용효율도 3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연곡천의 사례는 하나의 바람직한 사례일 뿐이다. 199건의 어도 개보수 작업이 모두 수산자원량 및 어도 이용효율의 급증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한편 물환경정보시스템은 환경부 및 국립환경과학원의 관리 아래, 전국 수계 관련 측정망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측정망은 크게 수질측정망, 자동측정망, 방사성물질측정망, 비점오염물질측정망, 총량측정망, 퇴적물측정망, 생물측정망, 유량조사망으로 분류된다. 이 중 생물측정망에서 조사하는 어류 데이터를 통해 어도 개보수의 효과를 직접 추정할 수 있었다. 

즉, 어도 개보수 전후의 출현 어류를 대조함으로써 생태계 변화를 확인하고 더불어 건강성평가등급의 변화 양상도 조사하였다. 여기서 건강성평가등급이란 부착돌말류, 저서성 대형 무척추동물, 어류와 하천환경의 수변식생평가지수, 서식 및 수면환경평가지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등급을 나눈 것이다. A등급(매우 좋음)부터 E등급(매우 나쁨)까지 5단계로 표기된다. 

대상지로는 감천, 요도천, 삼척오십천, 성황천을 선정하였다. 개보수된 어도 부근에서 측정된 어류 데이터가 있어야 하고, 시간적으로도 개보수 전과 후의 데이터가 모두 필요하였다. 이러한 시간적 공간적 조건을 만족하는 대상지로 4개의 하천을 선정하고, 개보수 전후의 환경변화를 수치화하였다.

그 결과, 어도 개보수 이후에 어류의 종수가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유량이 비교적 풍부한 홍수기에 조사한 데이터(2차)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성황천의 경우 출현 어종이 5종에서 10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개체수나 균등도 측면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또한 유량이 비교적 부족한 갈수기에 조사한 데이터(1차)를 기준으로 비교하였을 때는 출현 어종의 유의미한 증가는 없었다.

덧붙여 건강성평가등급의 변화도 조사하였는데, 각 하천에서 어도 개보수 이후로 건강성평가등급은 유지되거나 상승하였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인 성황천은 D등급에서 C, B로 상승하였다. 결론적으로 어도 개보수 사업은 어류 종수의 증가 및 건강성평가등급의 개선으로 이어졌지만 개체수, 균등도 측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대상지인 네 곳의 하천에서 앞선 연곡천의 사례만큼 이상적이고 극적인 효과는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통계적 결과에 대해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정확성 측면에서 어도 개보수 전후로 지금보다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며, 충분한 시간이 더 지나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하천별로 개보수된 어도의 수도 다르고 해당 하천의 환경도 다르다.

또한 어류생태계 변화 원인은 어도 외에도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어류 변화 결과가 전부 어도 개보수에 의한 것으로 볼 수만은 없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하천의 인공 구조물이 생태계의 연속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고 올바른 어도를 설치하는 것이 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여주기식이 아닌 환경에 맞는 어도 설치 및 관리가 중요하다. 한 가지 방법으로 자연형 어도의 설치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자연형 어도는 소하천 형식의 어도를 하천의 보 옆으로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아직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친환경적인 어도를 통해 다양한 생물에게 서식처를 제공하고 수질 개선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불량한 어도는 다수 존재하고 어도 개보수 사업이 진행 중이다. 애초에 효과적인 어도를 설치하였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이를 바로잡는 것 역시 당연한 책임이다. 필자는 어도 개보수 사업의 옳고 그름을 이분법적으로 판단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어도 개보수 사업 역시 국비로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적어도 개보수된 어도가 무의미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부적절한 것으로 판정된 어도를 개보수하였음에도 실제 변화 효과가 미비하다면 개보수 사업의 의미가 무색해진다. 그러므로 단순히 법적 제한을 만족하는 어도가 아닌 환경에 맞고 자연스러운 어도를 고안하고 적용해야 한다. 앞으로 새로 만들어질 어도이든 개보수 예정인 어도이든, 모두 한 번 만들 때 올바르게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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