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인과응보의 굴레 해결책은
[덕암칼럼] 인과응보의 굴레 해결책은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9.04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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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지난 덕암 칼럼에서 몇 번이나 과거 교육자들의 횡포와 특권에 대해 강조한 적이 있었다.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가르침이 유행하던 시절, 회초리는 물론이고 마대 자루나 심지어 야구방망이도 폭력의 도구로 사용되던 시절이 있었고 간혹 무슨 일로 기분이 나쁜지 몰라도 손목에서 시계를 푸는 순간 뺨에 불이 나도록 맞아 입안의 살이 다 찢어져도 반항한번 못했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다.

학교 교문을 뻔질나게 드나들며 음료수라도 갖다 바치는 부모님이 있는 학생은 같은 실수라도 격려가 있었지만 수업료를 제때 못 내거나 편부모가 있는 학생은 여지없이 ‘호로자식’이라거나 “집구석이 그 모양이니 학교 와서도 그런 것 아니냐”며 핀잔을 들었다.

여학생에 대한 성적비하발언이나 신체검사를 빙자한 성추행은 남자 교사들의 어두운 그림자였다. 야간수업이나 나머지공부를 한답시고 아무도 없는 교실에 남게 하는 음흉한 수작들도 그러려니 하며 넘어가던 시절.

그렇게 한해 두해 세월이 지나면서 학생들의 개성이나 자질 개발은 학벌위주의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여지없이 뭉개지던 날들이 있었다. 집집마다 5남매 심지어 7남매까지 학교를 보내다 보니 수요는 넘치는데 콩나물 시루같은 교실에 교사는 공급부족으로 권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세월이 갈수록 학생수는 줄어들고 교사는 늘어나는 반면 교육의 질은 대한민국 공교육이라는 울타리를 넘지 못하고 광복이후 지금까지 오로지 수능을 향한 질주, 같은 반 동급생들이 그 경쟁 대상이 되어 상대평가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교육예산은 102조원으로 국가예산에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교육의 질이나 세계대학평가에서는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학생인권조례가 탄생한 배경에는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며 그 필요성은 지금 경로당에서 세월 보내는 퇴직 교사들이 제공한 것이다.

모든 건 순리라는 게 있다. 현저히 낮아진 출산율은 결혼에 대한 희망이 없어지면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산술적 현상이다. 어쩌다 아이를 낳아도 귀한 자녀를 애지중지 키웠으니 공교육의 엄중한 교육 분위기를 겪어보았던 학부모들이 내 자식만큼은 곱게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출산율과 교육의 질, 졸업후 취업이나 능력보다는 출신학교 간판을 우선시 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학생인권조례라는 근시안적 법안을 만들면서 불행의 복마전은 시작된 것이다.

굳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견되는 공교육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자화상을 그려보자. 앞서 거론한 것이 과거고 현재였다면 미래는 더하면 더했지 덜할 리 없는 공교육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어떡하면 나아질지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야지 지금와서 국회에서 아우성친다고 뭐가 달라질까.

문제의 해결점은 학생에게 있는데 국회에 가서 대안을 찾았다고 치자. 학생들이 다시 과거처럼 조아리고 교사는 군림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을까. 일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진상 떤다고 전체를 대상으로 새로운 법을 만들면 사제 간에 정상적인 관계를 잘 유지했던 절대 다수는 어쩌란 말인가.

괜스레 잘 있던 사제관계까지 휘청거릴 수 있으며 국가의 백년지대계는 근본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필자가 오랜 기간 취재활동을 하는 과정에 과도기나 새로운 변화는 모든 분야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이번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은 참으로 안타까운 죽음이다. 교육공무원의 자존감이나 미래에 대한 꿈까지 산산조각이 나는 현실을 견디지 못한 것인데 이러한 선택은 소방, 경찰, 군인, 뿐만 아니라 행정, 사법기관까지 모든 분야에서 발생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다만 내 자식이 귀하다며 과잉보호가 빚어낸 참극이다. 줄어든 출산율과 자신은 당했지만 내 자식은 같은 전철을 밟게 하지 않겠다는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경계심이 맞물리면서 벌어진 일이다.

참극은 최근에도 벌어졌다. 14년차 교사인 A씨는 8월 31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는데 사망 전날까지 질병 휴직 중이었던 A씨는 6학년 담임교사를 맡으며 학급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8월 30일 오전엔 전북 군산시 동백대교 아래 바다에서 남성 교사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군산 벽지에 위치한 소규모 초등학교에서 근무했던 B씨는 최근 관리자와의 갈등 등을 주변인에게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교사 모두 38세의 젊은 교사였다. 지금까지 만나 본 교장 중 현재의 교장이 가장 힘들다는 취지가 전해지고 있다. 극단적 선택의 원인은 이처럼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나 교육계 내부에서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결국 오늘 공교육 멈춤의 날이 다가오자 일부 학부모들은 이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교외체험학습 신청서로 갈무리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서이초에서 숨진 교사의 49재가 있는 이날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국회와 각 시·도교육청 앞 집회, 연가 등을 활용한 단체행동에 나선 것이다.

교육부는 원칙적으로 집단행동에 형사 처벌을 포함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엄포를 놓았고 참가 학교는 30여 곳으로 줄었다.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적 변화에 대한 자연스런 현상이다.

늘어나는 교사 공급과 줄어드는 학생 수요에 대한 과도기 현상이다. 코로나19가 창궐했던 당시 공교육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어도 수업진행에 별 차질이 없었다. 굳이 등·하교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직접 체험한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교사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가치를 새로운 견해로 보는 계기가 됐다.

정부가 공교육과 사교육간의 짜고 치는 판떼기를 들춘다고 벼르자 알아서 기는 교사들, 수 백 명이 문제를 학원으로 넘겼다며 자수했다. 처벌에 대한 소식은 아직 잠잠하다. 이제 해결책은 국회에서 찾을 게 아니라 교실에서 찾아야 한다.

절대 다수의 정상적인 사제관계를 일부 극성스런 예를 통해 잣대를 바꾼다면 그래서 대안이랍시고 방패를 마련하면 그 방패를 뚫은 더 날카로운 창이 생기기 마련이고 백년지대계는 그렇게 분위기나 일부 사례로 뒤집어선 안 되는 것이다.

서울교사나 학생만 사제 간이 아니다. 변두리 지방이나 외딴 섬마을에서 사제 간에 지혜와 지식을 주고받으며 대한민국 공교육의 기본을 잘 다지고 있는 다수의 의견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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