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근로와 휴식의 조화
[덕암칼럼] 근로와 휴식의 조화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9.0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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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땀 흘리는 육체노동과 온갖 머리를 써야 하는 정신노동, 마음에도 없는 웃음과 친절로 일관해야 하는 감정노동 등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 필요한 생계 수단으로 약 18,000종류의 직종이 있다.

직업은 근로를 대가로 경제적 이득을 추구할 수 있으며 그러한 관계에는 고용주와 근로자의 입장이 상반되는데 근로에는 휴식이라는 전제가 항상 따라붙게 된다. 오늘은 대한민국 근대화와 현대화, 군부독재부터 민주주의 정부로 이어지는 과도기의 일면을 전제로 한다.

먼저 대한민국의 근로 일자와 시간은 한창 성장기였던 1960년대로 거슬러 가면 매주 토요일을 반만 공휴일이라 하여 ‘반공일’이라 불렀고 학생들도 토요일은 오전 수업에 자유 활동 시간으로 각자의 특기를 살리는 여가선용의 시간이었다.

이후 2004년 7월부터 토요일과 일요일을 모두 쉬는 주5일제가 적용됐다. 이는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국제적 흐름이자 노동계의 오랜 숙원사항이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적용된 건 2005년 처음 시행되어 놀토, 즉 격 주간으로 토요일을 노는 날로 정했다가 2012년부터 전면 적용됐다.

이후 토요일이 정식 휴일로 정해지자 토요일은 밤이 좋다며 주말을 즐기던 사람들도 주말이 금요일로 바뀌면서 불타는 금요일의 준말인 불금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후 새로 생긴 휴일이 대체 공휴일이다.

기존의 공휴일이 다른 공휴일과 겹치면 다음 첫 번째인 비공휴일을 공휴일로 하는 제도였다. 2014년 추석에 처음 적용되었으나 2021년 6월 공휴일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3대 국경일인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과 한글날까지 모두 공휴일에 적용됐다.

달력에서 이날이 공휴일이 아닐 경우 쉬는 날을 놓친 것이나 진배없으므로 빈 공휴일을 찾아 먹을 수 있도록 정해진 날이다. 이렇게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 공휴일의 대행진은 최근 주 4일제가 거론되면서 근로향상이 현실적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미 재계에서는 유연근무제라 하여 주 40시간을 근무하되 주 4일제로 변경하는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근무 일수는 적어도 효율적인 측면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10월 2일이 임시 공휴일이 되면서 추석때 6일간 쉴 수 있다.

또한 추석에서 개천절로 이어지는 연휴에 연차나 월차를 사용하면 최장 12일까지 휴가를 쓸 수 있다. 물론 관광업계나 유통산업은 일시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고용주 입장에서는 아주 난감하다.

정부가 추석 연휴와 개천절 사이 징검다리 연휴인 10월 2일을 취임후 첫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자 개천절까지 이어지는 엿새간의 연휴가 생겼다. 직장인이 4~6일 3일간 휴가를 낼 경우 9일 한글날까지 12일의 연휴를 낼 수 있고 9월 25~27일 3일간 추가로 휴가를 사용한다면 최대 17일까지도 연휴가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일이 다 그렇듯 일장일단은 있는 법. 근무 날짜를 줄이면 그만큼 고용인 입장에서는 같은 급여를 주기 어렵다는 현실과 맞물리게 되는데 이러한 괴리를 해소하는 것이 문제다.

정치인 입장에서야 고용주보다 근로자 머릿수가 많으니 표심을 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공무원이나 대기업 등 쉬어도 생산이나 작업효율성에 차질이 없는 분야는 좋겠지만 당장에 근로자의 생산성이 제조나 유통 면에서 인력난을 겪고 있는 분야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결론적으로 일한 만큼 성과가 따라야 하며 소위 밥값을 해야 품삯을 줄 텐데 그게 아니라면 고용주 입장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어디서 회복해야 할까. 이쯤에서 같은 노동이라도 누구는 주 4회 일하고 누구는 주 5회 일하는데 같은 급여를 받는다면 4일이야 좋겠지만 5일짜리 근로자는 상대적 허탈감과 자신만 손해 보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갖게 된다.

그 다음 수순은 말하나마나 나도 4일제를 해 주든가 아니면 근로기준법에 의해 돈을 더 달라고 독촉할 수 밖에 없다. 왜냐면 안 들어 주면 다른 곳으로 가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 순서는 많이 주고 일을 시켜야 하니 운영중인 종목의 단가를 인상시킬 수 밖에 없고 그런 악순환은 모든 분야로 이어진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현실에 너도나도 다 놀자판이면 누가 험한 일 하고 근로의욕을 가질 수 있을까. 산유국으로 석유매장량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가 빚더미의 나락으로 떨어진 이유를 보면 첫째가 생산량 감소, 즉 한국과 비교하자면 일하지 않은 것이요, 그 다음이 정부 관료들의 부정부패요, 다음이 물가상승이었다.

제 아무리 강국이라도 국민이 성실하지 않고 게으르면 정부의 관리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과거처럼 야근과 철야까지 죽어라 일 해야 먹고 사는 나라는 아니다. 하지만 개개인의 게으름이 만연하여 일 하는 사람만 바보 되는 세상이 되면 그 나라, 결코 오래가지 못하고 제2의 식민지시대나 외세침략의 전진기지가 될 공산이 크다.

지금껏 언제는 망한다 예고 하고 난리가 났던가. 휴식의 달콤함은 근로의 고됨이 클수록 더 소중한 것이다. 어쩌다 우리나라가 은둔형 청년이 60만명이나 되고 졸업하고도 직장 못 구한 청년 백수가 452만 명 중 126만 명이나 될까.

일할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과 일자기 구하기가 어려워 실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공존 현상은 2023년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아직은 휴일을 찾아 즐길 수 있는 나라가 못될진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린 건 아닐까.

망국의 첫 출발은 정치인들이 표를 얻으려고 섣부른 생색을 내면서 출발했다. 다음 공범이 국민이다. 그 와중에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 하는 애국 국민들이 이 땅 곳곳에 버티고 있었기에 지금 이나마라도 유지하는 것이다.

뭐든지 저절로 굴러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필자의 판단에는 공무원 수를 대폭 줄이든지 제대로 일할 환경을 만들어 주든지 선택해야 하며 자영업의 임금은 각자의 자율적인 영역으로 풀어주는 것이 마땅하다.

더 이상 노동단체들의 머릿수에 휘둘려 고용주와 근로자간의 중간 영역에서 생색내는 일에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 근무시간도 각자의 계약관계에 맡겨야 하며 3D 직종은 현재 시급보다 월등히 더 주고받아야 한다.

같은 돈에 다른 근로는 단순한 사회주의 논리를 넘어 자본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비경제적 논리를 어거지로 맞추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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