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소중한 삶의 주인공은 자신
[덕암칼럼] 소중한 삶의 주인공은 자신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9.11 08: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생로병사의 굴레 속에 살면서 인간의 삶은 늘 희비애락이 엇갈리기 마련이다. 오히려 아무런 굴곡 없이 살았다면 무료함과 권태의 반복으로 인해 창살 없는 감옥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덕분에 울고 웃으며 자연사라는 소정의 과정을 거칠 수 있었을 것이다.

재물의 많고 적음, 신체의 장애여부, 심지어 예기치 못한 사고와 질병으로 인해 원치 않는 삶을 사는 경우도 있겠지만 인간의 본능은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문명의 발달은 보다 더 편리한 생활환경을 추구했고 그 결과 손도 하나 까딱 안하고 살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지면서 이제 배고파 죽겠다던 삶이 배불러 죽겠다고 아우성이고 공익보다는 사익이 앞서면서 점점 삭막하고 이기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하게 됐다.

마당과 울타리의 담장이 사라지고 아궁이와 굴뚝이 사라지면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에 직면했다. 당초 보존할 것과 발전시킬 것을 구분하여 우리 것의 장점은 살리고 세계적인 붐은 붐대로 우리정서에 맞게 승화시켜야 했다.

아파트 문만 닫으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게 되었고 옆집에 10년을 살아도 너는 너 나는 나 일 뿐이니 이웃이라는 단어가 실종되었다. 주방에서 밥을 짓지 않으니 쌀이 남아돌게 되었고 밥상이 사라지니 먹이를 나눠먹으며 생존의 공감대를 누리던 가족의 정감은 계좌이체로 변했다.

마당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이 방문만 닫으면 가족 간에도 너는 너 나는 나로 살게 되었고 결국에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금전적 이해관계만 얽히지 않으면 혈육이라는 가족관계조차 가족관계등록부 서류에 국한 될 뿐 아무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점차 확산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그런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아지면 외눈박이 세상에 두 눈으로 사는 사람이 장애인 취급받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서론이 긴 것은 현실에 대해 삶의 가치를 귀히 여기는 견해가 필요함으로 냉철하고 전투적인 삶의 자세가 필요함을 전제로 한다.

한 가지 더 예를 들자면 항구에서 잡은 활어를 내륙지방 생선가게로 이송하려면 활어차가 필요한데 100마리를 싣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장거리 운송과 각종 스트레스로 30마리가 죽고 70마리만 건질 수 있는 반면 천적인 상어새끼를 함께 운송하면 10마리는 상어 먹이가 되더라도 90마리는 건질 수 있다.

인간도 동물도 마찬가지겠지만 적절한 긴장과 어려움은 당장에 시련일지라도 조금만 지나면 면역성을 키우는 훈련이 되는 것이며 지나고 보면 모두 소중한 경험이자 자신의 삶에 크고 작은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무형의 앨범이 되는 것이다.

혹시 독자들은 현재 고민이나 어려움이 없을까.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적당한 스트레스나 긴장감을 갖는 것이 무료하고 비진취적인 삶에 활력을 갖는 방법일 것이다.

각자의 삶에 주어진 환경이 때로는 극단적인 선택을 요구하기도 하고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려울 때도 있는 것이며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 해결방안이 막막할 때도 있는 것인데 죽을 만큼 힘들어도 이 또한 다 지나감이 삶의 굴레인 것이다.

지난 9월 10일은 ‘자살예방의 날’이었다. 필자가 이 분야에 상담자격까지 갖추게 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음인데 어떤 일이든 해당사항이나 경험이 있어야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생명이 파리 목숨보다 못한 현실이 되다 보니 전쟁이나 질병으로 사망하는 숫자 보다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숫자가 더 많아지는 것이다.

독자들은 몇 살인가.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짚어보면 평균 연령이 45세다. 더 많으면 반평균 점수 깎아먹는 것이고 더 적으면 나름 젊은층에 속한다. 올해부터는 빠른 속도로 평균 연령이 늙어질 것이고 이제 30년 정도만 지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한국의 자살률은 여전히 세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2위인 라투아니아와는 격차가 너무 커 앞으로도 1위 자리는 한국이 지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답이 없을까. 삶에 대한 대대적인 청소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이 백년지대계인 교육이 문제다. 일국의 장래를 결정짓는 교육은 한때 선생님의 군림시대에서 학생들의 전성시대로 왔다가 다시 과도기적 현상으로 아동학대의 범위를 축소시켜야 한다며 교육계의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고 있다.

원인은 교실에서 발생했는데 해결은 국회에서 찾고 있다. 집안에서 부부싸움 하다가 느닷없이 동네방네 다니며 서로를 흉보는 것과 진배없다. 설령 아동학대의 범위가 축소되었다고 뭐가 달라질까.

저출산으로 아동은 귀해지고 수요와 공급에 따라 이미 대세인 것이며 창을 만들면 방패가 또 생길 것이다. 킬러문항을 풀려면 고액의 과외와 학원을 다녀야 하고 일선 학교에서는 현직 교사들이 문제를 빼돌리며 교육의 골수를 빼먹고 있는데 무슨 대책이 있을까.

도미노 현상은 단순히 수능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층 인구 841만명 가운데 최종 학교 졸업자는 452만명인데 126만명은 미취업 상태였다. 남녀의 성차별과 사회적 역할은 점차 뒤바뀌고 성의 정체성도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세대간의 갈등은 사회적 문제에서 각 가정의 문제로 접근했으며 영남·호남의 지역감정은 여전히 정치인들의 간식거리로 전락해 답을 구하기 어렵다. 소중한 삶의 경험은 꼰대로 치부되고 까라면 까던 직장이나 군대, 기타 조직사회의 상명하복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서로 두둔하고 이해하던 문화는 까발리고 일러바치며 고발이 난무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변했다. 고용주와 근로자는 정치권이 남발한 사탕발림에 일은 적게 하고 돈은 많이 받아야 정상적인 근로체계로 인정받는 세상이 됐다.

대통령은 동네 강아지 보다 더 쉽게 호칭되는 대한민국의 국격은 외국인의 견해가 두려운 실정이다. 청소년조차 마약에 손을 대고 인터넷이 모든 것을 해결하면서 인간의 가치는 더욱 추락했다.

모두 권력에 대한 욕심이 빚어낸 참사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새로운 지도자가 나서서 대대적인 청소를 하지 않는 한 자멸의 길을 걷는 것이고 머지 않아 그 재생의 기회마저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국제분쟁이나 전쟁보다 더 위험한 건 내부적 붕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