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총선 4개월 앞 안개 정국
[덕암칼럼] 총선 4개월 앞 안개 정국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12.1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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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내년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거를 4개월 남짓 앞둔 12월의 겨울은 매우 포근하다. 춥지 않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라 다가올 여름은 어느 해 보다 더욱 폭염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동해안에는 열대성 어류가 어색하지 않고 지구온난화라는 먼 나라 우려는 점차 각 개인이 느낄 만큼 성큼 다가오고 있다. 2024년을 보름 남긴 서울 여의도 국회의 분위기는 너 나 할 것 없이 총선에 쏠려있지만, 여당 대표가 하루아침에 사표를 던지고 야당에서는 돈 봉투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등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안개 정국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권불십년이라 했던가.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권력층이 언론의 난도질과 국민들의 카더라 방송에 따라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경우는 이제 흔히 보는 정치 드라마다. 전국적으로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자 일단 내지르고 보자는 후보들이 선관위에 문전성시 모여들고 거대 양당의 체제는 사분오열 신당 창당에 대한 목소리가 분분하다.

다시 복귀한 이낙연, 부산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6선 경력의 김무성, 당연히 출마할 것으로 예상했던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험지로 내몰린 선수들의 겉과 속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제 용산에서 어떤 전략을 펼칠지 알 수 없으나 총선거에서 실패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사실상 난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야당과 일부 정치권에서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촉구와 대통령의 잦은 외유로 인한 국정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실패한 부산 엑스포와 그 전에 지휘책임이 따랐던 새만금 잼버리 대회의 국제적 망신도 이번 선거에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월에 접어들면서 실제로 도서 구매자가 몇 명인지도 알 수 없는 출판기념회가 유행처럼 번진다.

어느 한쪽에서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현재 진행 중인 투표시스템의 전면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인구 5200만명의 대한민국이 4개월 남은 선거에 모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민생은 두 번째다.

국회의원들이 연임 하느냐를 두고 4년이 되어가니 국민들 민심이 어떤지 슬금슬금 눈치를 보고 있다. 물론 4개월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침 튀기며 내뱉은 공약의 실천은 그리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문제는 정치인들보다 국민들이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광복 이후 70년이 넘도록 같은 판단의 오류를 범하고도 어디서부터 왜 잘못되었는지를 모른다. 만약 국회의원 특권이 대부분 폐지되고 정치에 대한 철학과 소신과 전문성이 높은 해당 분야의 인재들이 무보수로 일한다고 치고 그런 사람을 뽑는다면 지금처럼 치열한 선거전이 달라질까.

선진국처럼 의원들이 사무실에서 머리 쥐어뜯어 가며 고민하고 자전거로 출·퇴근 한다면 과연 따라할 수 있을까. 선진국 어느 나라를 가보든 한국처럼 국민 대비 의원이 많은 나라도 없고 그 많은 예산이 편성될 때와 지출될 때 온갖 명분으로 얼마나 줄줄 새는지 안다면 세금 낼 기분이 날까.

사는 사람이 있으니 파는 사람도 있는 것이고 속는 사람이 있으니 속이는 사람도 생기는 것이다. 지연·혈연·학연에 사업적 이권까지 얽히고설킨 사람들이 선거판을 쥐 흔드는 한 별반 달라질 게 없는 게 현실이다.

총선거는 지방선거나 대선과 다르다. 법을 만드는 구성원을 뽑고 행정부의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중책을 맡게 되는데 민주주의 원칙에 의거, 다수당이 되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슈퍼맨이 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의사당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범죄를 신랄하게 지적하고 다수당이 탄핵안을 가결해도 철옹성처럼 끄떡없는 현실이 되는 것이고, 23일간 단식해도 건재한 모습에 언론마저도 함구할 만큼 대단한 위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쯤되면 이재명·한동훈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거나 진실이라 하더라도 문제 되지 않는 세상이다. 현재 윤석열 정부가 국정운영을 잘하고 국민의힘이 정치를 잘해서 지지율이 어느 정도 유지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반대로 돈봉투에 성추문에 온갖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고도 여당과 유사한 지지율을 얻는 것 또한 정치를 잘해서 얻은 결과일까. 물론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다. 순국선열들과 호국영령들이 목숨 걸고 지켜온 대한민국이 어쩌다 훌륭한 사람보다 둘 중에 덜 나쁜 사람을 지도자로 뽑아야 하는 최악의 선거를 치러야 했다.

대선 과정에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가 서로 얼굴에 뱉은 침만 살펴보아도 제3국에서 알까 봐 두렵다. 나라 살림이 거덜 나는데도 서로 상대 당만 탓하고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누가 누굴 탓할까.

거리마다 주민들을 위한 예산 확보했다며 자랑스럽게 현수막을 내걸고 십수 년 묵은 지역 현안사업을 국물이 멀겋도록 우려먹고도 모자라 재탕·삼탕을 하더라도 마치 특정 정치인이 일궈낸 치적처럼 감동하고 감사하며 선택의 오류에 무감각해진다.

가령 경기도 안산만 하더라도 24년간 6선이나 당선되었던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16년간 4선이나 지역주민으로부터 선택받고도 현재 충청북도 도지사를 역임하고 있는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 12년간 3선을 연임하고 4선을 바라보는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 안산시장 후보로 출마했다가 서울 목동에서 2선을 연임하고 있는 전 문화체육부 황희 장관 등 장관만 4명이나 배출한 도시다.

그래도 지역 인구감소율은 경기도에서 가장 높고 지자체 단체장들은 대한민국에서 주는 상이란 상은 모두 타면서도 도시의 발전은 인근 지역에 비해 턱 없이 낮아지는가 하면 국회의원 지역구도 인근 시흥, 화성에 비해 한 석 줄어드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호남향우회 출신이면 정치적 기반이 되는 지역 특성상 특정 개인과 개인을 중심으로 무리를 이뤄 지역감정이 성공의 열쇠가 되는 환경은 이제 근절되어야 한다. 전입해 온 지 한 달도 안 되는 후보가 당선되고, 몇 년간 얼굴 한번 비추지 않다가 선거 때가 되어 미소를 짓는 후보도 가능성을 안고 덤비는 안산.

비단 경기도 안산뿐만 아니라 전국이 그러하고 현재가 그러하며 미래 또한 그러할 것이라는 우려다. 답은 오로지 유권자의 몫이다. 알고도 실천하지 않으면 공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