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덕암칼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1.0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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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돌을 쌓는 과정에서 밑에 돌을 빼서 위에 쌓으면 높이가 높아질까. 비슷한 예로 문어가 제 다리 잘라먹는다는 말도 있다.

두 가지의 공통점은 하나 마나임에도 계속 되풀이한다는 것이며 정작 답은 엉뚱한 데 있다는 뜻이다. 최근 인천시가 저출산 대안으로 1억 원 지원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12월 18일 1억 플러스 아이드림이라는 제목으로 유정복 인천시장이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동에게 18세까지 총 1억원을 지원하는 출생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임신·출산 의료비 지원 100만원, 첫 만남 이용권 200만원, 부모급여 1천800만원, 아동수당 960만원, 보육료와 급식비 2천540만원, 초·중·고 교육비 1천650만원 등 기존 지원금 약 7천200만원을 유지하면서 추가로 약 2천800만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이런다고 해결된다면 그동안은 뭐 했을까. 유정복 인천시장은 태아부터 18세까지 성장 전 단계를 중단 없이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돈이 투자되면 아이가 출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투자를 적게 해서 저출산 문제가 정책 실패로 끝났던가.

지금같은 방식이라면 17년 전인 지난 2007년 허경영 대통령 후보가 대선 광고에서 거론했던 공약 중 결혼하면 1억원, 출산하면 3천만원 준다는 공약과 일치한다. 당시 국민들은 얼마나 비웃었던가. 출산정책 외에도 여러 가지 말도 안 된다던 공약들이 지금 와서 대권후보들이 재탕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누구의 공약이 어떠했든 지금 추진하는 인천시의 정책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까인데 독자들의 판단은 어떠하실까. 인천 유 시장의 계산대로라면 2억원 주면 두 배 낳고 4억 원 주면 4배 낳을까.

왜 저출산이 심각한지 근본적인 문제나 해결책보다는 돈으로 어찌 해보려는 근시안적 정책이 향후 얼마나 많은 비극은 낳을지도 예측해 보아야 한다. 인천에서 1억, 부산에서 2억 준다면 지자체마다 돈으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면 해당 산모들이 더 주는 곳으로 이사라도 가서 낳을까.

유 시장의 정책이 성공했다고 치자. 너도나도 액수만 올리면 고객(?)을 유치해서 인구 저하를 막을 수 있을까. 인천에서 자생적인 인구 증가보다 타 시도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더 많다면 전출로 인구가 줄어든 지자체에서 더 많은 지원금으로 막아야 할까. 이런 정책이야 말로 밑돌 빼서 위로 올리는 것이며 문어가 제 다리 잘라 먹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안은 근본적으로 왜 출산을 기피하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유 시장 개인 돈이라도 이런 정책을 펼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그동안 지자체의 정책이 생색은 내고 시민들은 좋아할지라도 정작 해당 분야에 종사했던 관련 종사자들의 생계를 막은 게 한두 가지던가.

걸핏하면 로컬푸드 한다며 기존의 농·축·수산물 유통과정을 송두리째 무시해서 과연 얼마나 유지되었던가. 지자체마다 선심성 공약에 투입되는 모든 예산은 소중한 시민들의 혈세다. 마구 퍼준다면 지자체 단체장은 생색이 나겠지만 조금만 더 신중하게 살펴본다면 이야말로 근시안적 전시행정이고 올바른 대안을 피해 가는 정책이다.

한때 인권 운운하며 군인들 군기 모두 빼버리고 학생인권조례를 정했다가 부작용 생기니 이제 와서 교권 추락했다고 난리고 학생인권조례 폐지론이 붐을 일으킨다. 이미 학생들 입장에서 인권 그 이상의 환경으로 바뀐 상황에서 지금 와서 폐지하면 부작용이 없을까.

어떤 법이든 중·장기적인 미래를 예측해 신중히 법을 정해야 하며 개정안이 과연 일부 정치인의 생색내기로 방향이 잡혔는지 현실적으로 저출산에 대한 효율성에 맞춰졌는지도 살펴야 한다.

돌이켜 보면 아이는 임산부 혼자 낳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아버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이 아버지가 될 청년들 수백만 명이 실업상태에서 근로 의욕도 없이 죽네마네 하고 있는 꼴이 보이지 않던가. 통계적으로 보더라도 청년실업자가 400만 명에 육박했다.

이들이 취업후 가정을 이뤄야 결혼이 성사되고 아이가 생기는 것이 순리가 아니던가. 정부에서는 외국인 전문직 근로자들 들여온다고 대 놓고 제도권 내의 방침을 세우는데 그나마 남아있던 전문 직종까지 외국인 근로자들로 채워진다면 그 다음 대한민국 청년들은 결혼을 아예 꿈도 꾸지 못한다.

남편 없는 아내가 혼자 아이를 잉태할 수 있는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13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통해 사회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기 힘든 상태이거나 사회활동을 하지 않은 채 거주 공간에 스스로를 가둔 통계를 발표했다.

고립·은둔 청년에는 20대 대졸이 가장 많고 그중에 75%가 자살을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수행한 이번 조사에서 실제 조사에 참여한 3만 3천여명 가운데 2만 1천360명이 최종 응답을 마쳤는데 60%에 가까운 1만 2천105명이 자살 위험군, 1천903명이 도움을 공식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저출산의 해결점이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하는지 짐작 가는 대목이다. 성별로는 여성들이 남성보다 2.6배나 많았다. 응답자 2명 중 1명꼴로 신체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며 75.4%가 자살을 생각했고 전체 청년의 평균 자살 생각 비율인 2.3%와 비교했을 때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더욱 위험한 것은 이 가운데 26.7%가 실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전체 응답자 중 절반 가량이 다시 재기하려 해도 교통비와 외출하기 위한 최소한의 돈조차 없다는 것이다. 10대때부터 은둔한 청년의 현실적인 이유는 폭력이나 괴롭힘 경험이 세 번째로 높았다.

필요한 도움으로는 당장 먹고사는 돈 문제가 심각했다. 이들 중 90% 이상이 미혼이다. 이쯤이면 왜 저출산이 해결되지 않는지 드러난 셈 아닌가. 상황이 이런데도 돈으로 탁상행정만하고 있으니 나라 꼴이 이지경인 것이다.